지금도 양잠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2.10.11. 09:17

수정일 2022.10.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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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제는 누에치기의 풍요를 기원하는 국가 의례다. Ⓒ김수정
선잠제는 누에치기의 풍요를 기원하는 국가 의례다. Ⓒ김수정

먹고 입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농업과 잠업은 고대 사회 발전의 주요한 밑거름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종묘사직 다음으로 선농제와 더불어 국가에서 시행한 중요한 제사가 선잠제이다. 누에를 처음 치기 시작했다는 서릉씨를 양잠의 신으로 받들어 한 해의 누에치기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는 국가의례이다. 

선잠제를 지낸 선잠단지의 위치는 성북구 성북동이다. 1908년 일제가 선잠제를 중단시킨 후 방치되어 옛 모습을 잃었지만, 1961년 환경을 정비하고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83호로 지정되었다. 1993년부터 선잠제를 되살려 꾸준히 진행해 올해 제26회를 맞이했다. 
대취타를 연주하는 악공들이 선잠 제관 행렬 앞에서 행진했다. Ⓒ김수정
대취타를 연주하는 악공들이 선잠 제관 행렬 앞에서 행진했다. Ⓒ김수정

2022년 9월 30일, 9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햇빛 아래 한성대입구역 앞 분수마루에는 제례 복식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선잠제 제관 행렬을 하기 위해서다. 

나발, 나각, 태평소, 북, 징을 들고 대취타를 연주하는 악공들이 행렬의 가장 앞에 서서 행진하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깃발을 든 무리가 따르고, 제향을 지내는 제관도 이어서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제향에 쓸 향과 축문을 모신 향축함을 받든 사람들이 뒤따랐다. 악공들은 분수마루부터 선잠단지까지 약 1km 정도의 구간을 걸으며 대취타뿐만 아니라 아리랑 등 흥겨운 가락을 연주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잠제를 진행하는 선잠단지로 제향을 지내는 제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수정
선잠제를 진행하는 선잠단지로 제향을 지내는 제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수정

행렬이 선잠단지에 도착한 후 선잠제가 진행됐다. 선잠단은 조선시대 제9대 임금인 성종 때 ‘뽕나무가 잘 크고 살찐 고치로 좋은 실을 얻게 해 달라’는 기원을 드리기 위해 혜화문 밖에 세운 제단이다. 1475년 ‘국조오례의’에 따르면 선잠단의 크기는 사방 2장 3척, 높이 2척 7촌이며 4방향으로 나가는 계단이 있다. 제단을 둘러싼 상단과 하단 답장의 둘레는 각각 25보이다. 
선잠단지에서 선잠제가 제례 순서에 맞춰 진행됐다. Ⓒ김수정
선잠단지에서 선잠제가 제례 순서에 맞춰 진행됐다. Ⓒ김수정

선잠제 절차는 초헌관이 신을 맞아 들이는 의식인 영신례를 시작으로 신위에게 폐백을 올리는 의식 전폐례, 신위에게 첫 잔을 올리는 의식 초헌례를 행한다. 이후 아헌관이 신위에게 둘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를 행하고, 종헌관이 신위에게 셋째 잔을 올리는 종헌례를 행한다. 다시 초헌관이 나와 제주가 복을 받아 작을 올리는 음복례를 행하고, 제관이 변두를 거두는 철변두 이후 초헌관이 축문을 묻는 망예로 마무리된다. 

각 제례 순서마다 제례악을 들려줬다. 약식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선잠제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얼마나 큰 행사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선잠제가 행해지는 선잠단지는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다. Ⓒ김수정
선잠제가 행해지는 선잠단지는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다. Ⓒ김수정

조선시대 선잠제는 주관자가 왕비였다. 제사는 왕실의 뜻을 받들어 신하들이 대신하였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 제관들은 규범과 법칙에 맞추어 희생과 폐백을 올렸고, 악공과 일무가 절차별로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췄다. 선잠제는 의례 속에 음악과 노래, 무용을 결합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궁궐 후원에서는 일반 백성들에게 누에치기를 장려하기 위해 왕비가 손수 뽕잎을 따고 누에에게 뽕잎을 먹이는 행사인 ‘친잠례’를 열기도 했다. 
성북선잠박물관에서는 선잠제를 모형과 영상, 음악 등으로 자세히 알 수 있다. Ⓒ김수정
성북선잠박물관에서는 선잠제를 모형과 영상, 음악 등으로 자세히 알 수 있다. Ⓒ김수정

행사가 끝난 후 선잠단지 인근에 위치하는 ‘성북선잠박물관’으로 향했다. 조선시대 선잠제의 모습을 기록과 모형,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또, 선잠제 절차별 음악도 오디오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왕비가 손수 누에치기의 모범을 보여 양잠을 장려했던 친잠례에 대한 내용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왕비의 친잠은 1477년(성종8)에 이르러 처음으로 시행돼 조선시대에 총 8번 시행됐으며 1767년(영조43)에는 ‘침잠의궤’로 남아 그 면모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전시실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친잠의궤 내용을 스크린으로 자세히 볼 수 있다.
성북선잠박물관은 선잠단지 인근에 위치한다. Ⓒ김수정
성북선잠박물관은 선잠단지 인근에 위치한다. Ⓒ김수정

선잠제는 1년에 한 번 진행하기에 제관 행렬과 제사를 지내는 모습은 내년에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선잠박물관은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나 열려 있다. 전시해설과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되니 더욱 자세하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10월 23일 일요일까지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북선잠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96
○ 운영일시 : 화~일요일 10시~18시(매주 월요일 휴무) ※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다음날 휴관
홈페이지
○ 문의 : 02-744-0025 ※ 10월 23일까지 무료 관람

시민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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