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야행' 놓쳤다면 '시월정동'만은 꼭! (feat. 정동의 숨은 명소)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10.05. 09:50

수정일 2022.10.05. 21:28

조회 796

지난 9월 23, 24일 양일 간 열렸던 '정동야행' 풍경
지난 9월 23, 24일 양일 간 열렸던 '정동야행' 풍경 ⓒ김윤경

“정동은 누구와 와도 좋은 곳이에요. 만약 할아버지께 정동에 대해 여쭤보면, 어떤 말씀이 나올까요?” 정동야행 해설사가 물었다. 

지난 9월 23일과 24일 양일 간 열렸던 '정동야행'에 참가했다. 미리 공식사이트에서 ‘정동스토리야행’을 신청했고, 정동의 대사관과 주변을 거닐었다. 
덕수궁 담벼락 앞에 세워진 정동야행 조형물
덕수궁 담벼락 앞에 세워진 정동야행 조형물 ⓒ김윤경

“정동은 많은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어요. 증조할아버지는 중명전이 있는 정동을 치욕의 공간이라고 말씀하실 텐데요.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어떠실까요? 연인들이 만나는 곳, 만남의 공간으로 생각하실 거예요. 그렇다면 아버지는요?”
“덕수궁 돌담길 때문에 이별 아닌가요?”
“잘 맞추셨어요. 맞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이곳이 추억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여러 문화와 기억이 다 있으니까요.”
'정동 스토리 야행'에 참가해 받은  기념품
'정동 스토리 야행'에 참가해 받은 기념품 ⓒ김윤경

'정동스토리 야행'은 세 가지 테마를 주제로 문화, 외교, 국제 외교 등으로 구성되었다. 필자가 선택한 건, 국제외교였다. 영국공사관과 돈덕전을 지나 러시아공사관, 벨기에영사관과 프랑스공사관, 미국공사관에서 독일영사관까지 이어지는 코스였다.
캐나다대사관에서 설치한 포토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빨간 문을 만들었다.
캐나다대사관에서 설치한 포토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빨간 문을 만들었다. ⓒ김윤경

한국 근대화의 시기, 정동은 정치와 외교의 중심지였다. 당시 많은 영향을 주었던 외국대사관이 '정동야행'에 함께 참여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대사관을 개방하거나 포조존 등을 세웠다. 정동길에 있는 캐나다대사관에서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온 빨간 문의 포토월을 세워 인기를 끌었다. 영국대사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미국공사관의 역사적인 사진을 보며, 뉴질랜드대사관이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나눠준 와인을 마셔 보았다. 
'정동야행'에는 다양한 전시와 마켓 등이 함께 했다.
'정동야행'에는 다양한 전시와 마켓 등이 함께 했다. ⓒ김윤경

버스킹과 무대공연이 함께 흥을 불러 일으켰다. 정동마켓에서는 제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러는 동안 어둑어둑해진 정동길은 비로소 '정동야행'의 묘미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무척 재미있어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되자 야행의 묘미가 살아났다.
밤이 되자 야행의 묘미가 살아났다. ⓒ김윤경

불이 켜진 정동야행 조형물은 은은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이나 손을 잡고 거니는 연인, 웃음꽃을 피우는 친구들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해설사는 “국제외교에는 적도 우리 편도 없어요. 자국의 실리에 움직이기 때문이죠. 궁궐보다는 오히려 궁궐 밖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그걸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라며 해설을 마쳤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자주 가던 길도 평소와 달리 풍성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참가자 모두 역사와 정치, 그리고 일화에 쏙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정동에서 눈여겨 볼 곳들

필자는 수없이 정동길을 지났다. 또한 많은 곳을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정동야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곳들이 꽤 있어 소개해본다.
대한성공회 건물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으로 되어 있다.
대한성공회 건물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으로 되어 있다. ⓒ김윤경

십자가 모양의 대한성공회 건물

대한성공회 건물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직접 위에서 내려다보면 알기 쉽단다. 덕수궁 전체와 그 십자가 모양을 보기 위해서는 시청 서소문1청사에 있는 정동전망대가 최적이다. 단, 현재는 잠정 운영 중단되어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자.
영국대사관의 왕실문양이 있는 포토존
영국대사관의 왕실문양이 있는 포토존 ⓒ김윤경

영국대사관의 왕실문양

"여기서 찍으시면 영국인 줄 알아요." 해설가가 알려준 곳은 영국대사관 옆 덕수궁을 따라 올라가 영국대사관 뒤에 있는 왕실문양이 있는 곳이다. 참가자들은 한 컷씩 사진을 찍었다. 
'고종의 길'로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고종의 길'로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김윤경

고종의 길로 들어서면 보이는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1930년대 지어진 조선저축은행의 중역사택은 '고종의 길' 내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현재는 전시와 편의시설로 활용을 앞두고 보수 중에 있다.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으로 지어진 '돈덕전'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으로 지어진 '돈덕전' ⓒ김윤경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으로 지어진 돈덕전

올 10월 완공 이후 개장 예정인 돈덕전도 보였다. 석조전 뒤에 있었던 돈덕전은 서양식 건물로 '덕을 두터이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1902년에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으로 지어져 외국 사절단이 숙박하거나 연회장, 외부인 등을 접견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또한 순종과 황태자비인 순정효황후의 가례 때 연회장이기도 했다. 
2001년 서울시기념물 16호로 지정된 배재학당역사박물관
2001년 서울시기념물 16호로 지정된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김윤경

서울시기념물 16호, 배재학당역사박물관

1984년 배재고등학교가 고덕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학교 건물로 사용되다 2001년 서울시기념물 16호로 지정된 곳이다. 2008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으로 개관해 설립자 아펜젤러 및 시인 김소월 등 배재고등학교 출신 인재들의 유물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또한 상설전시를 비롯한 특별전시 등이 열리고 있어 둘러보기 좋다.
중구 순화동에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 정동순화동천
중구 순화동에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 정동순화동천 ⓒ김윤경
정동순화동천의 초록색 책장이 시선을 끈다.
정동순화동천의 초록색 책장이 시선을 끈다. ⓒ김윤경

다목적 문화공간, 정동순화동천

정동순화동천은 중구 순화동에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을 지나 직진해 가다 보면 순화동천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순화동천은 박물관과 갤러리, 서점, 강의실로 구성돼 있으며 출판기념회나 음악회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초록빛 서가가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해 주며 눈길을 끄는데 독자 중심의 책놀이터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메인 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메인 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김윤경
60주년을 맞아 뉴질랜드대사관에서 제공한 와인을 마시며 버스킹을 관람할 수 있었다.
60주년을 맞아 뉴질랜드대사관에서 제공한 와인을 마시며 버스킹을 관람할 수 있었다. ⓒ김윤경

정동에서 떠나는 또 한 번의 시간여행, '시월정동'

정동에서 한 번 더 가을을 느껴볼 기회가 생겼다. 오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정동 일대에서 '시월정동'이 열리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 정동에서의 시간여행을 콘셉트로 진행되며 개막행사을 시작으로 티켓투어, 정동마켓, 복식체험, 풍류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정동길을 거닐며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 당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길 바란다. 

시월정동

○ 일시 : 10월 6일~8일 10:00~20:00
○ 장소 : 정동일대
○ 요금 : 무료
홈페이지
○ 문의 : 02-120(다산콜센터)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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