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가을을 만날 때, 서울식물원에서 만나는 전시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2.09.21. 15:38

수정일 2022.09.22. 10:13

조회 5,031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에서는 박기원 작가의 작품 <대화>가 전시 중이다.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에서는 박기원 작가의 작품 <대화>가 전시 중이다. ⓒ이상돈

전시장 안으로 첫 발을 내딛는 것이 무척이나 망설임을 준다. 바닥에는 크기를 달리한 가을색을 머금은 동전모양의 원형 금속판이 넓은 전시실에 수북이 깔려 있다. 안내하시는 분이 신발 신고 들어가 자연스럽게 걸으라고는 하지만 예술가의 혼이 베인 작품 위로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는 것이 마음이 안 내켜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부득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의식하고 용감하게 전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서울식물원 2층 식물문화센터 출입구 앞 정경
서울식물원 2층 식물문화센터 출입구 앞 정경 ⓒ이상돈
전시장 넓은 바닥 위에 소복히 쌓인 동전낙엽
전시장 넓은 바닥 위에 소복히 쌓인 동전낙엽 ⓒ이상돈
신발을 신은 채로 전시장 안 동전낙엽을 밟으며 입장했다.
신발을 신은 채로 전시장 안 동전낙엽을 밟으며 입장했다. ⓒ이상돈
전시장에서 낙엽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족관람객
전시장에서 낙엽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족관람객 ⓒ이상돈

식물문화센터에서 볼 수 있는 박기원 작가의 전시 작품 <대화>

'뽀드득 뽀드득 ~' 금속의 소리가 아닌 가을 낙엽을 밟는 느낌이 오감을 자극한다. 자연스레 보폭이 작아지며 '사색의 모드'로 전환되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저절로 ‘구르몽’의 연인 '시몬'도 불러내 본다. 

겹겹이 가득 쌓여 바닥을 차지한 작품은 가을 낙엽 숲 속을 걷는 양 푹신한 감촉을 주며  금속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내고 안정감을 주었다. 앞장서서 뛰다시피 걷던 아이들의 발걸음도 낙엽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다. '박기원' 작가의 색다른 전시작품 <대화>이다. 
바닥에 넓게 흩어져 쌓여 있는 가을색을 머금은 동전낙엽
바닥에 넓게 흩어져 쌓여 있는 가을색을 머금은 동전낙엽 ⓒ이상돈
낙엽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아이 모습
낙엽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아이 모습 ⓒ이상돈
전시장 바닥에 새겨진 작품 <대화> 에 대한 설명
전시장 바닥에 새겨진 작품 <대화> 에 대한 설명 ⓒ이상돈

박기원 작가는 동과 신주 등으로 만들어진 가상 낙엽동전 모양의 동판을 밟으며 자신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과 무언의 대화를 해보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신작 <대화>는 작품 위를 걷는 관람객의 움직임으로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기에, 예술이라는 다소 어려웠던 단어가 오감을 자극하며 모두에게 친근함을 가져 주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작품 위를 걸으며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을 체험하는 새로운 개념의 작품이다. 장소와 공간성 자체 속에서 "나의 작업은 텅 빈 공간을 잇는 대화"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작가의 신작이다.
식물센터 전시장에서 나와서 바라본 마곡문화관 정경
식물센터 전시장에서 나와서 바라본 마곡문화관 정경 ⓒ이상돈

마곡문화관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전시, 박기원 작가의 <넓이>

약 100미터 떨어진 또 하나의 문화공간 '마곡문화관'에서는 회화 <넓이>시리즈 6점이 전시되고 있다. 두 전시장의 동선이 다소 길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서울식물원의 매력적인 끌림의 풍경은 두 전시공간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회화작품을 전시하고 있은 마곡문화관 내부
회화작품을 전시하고 있은 마곡문화관 내부 ⓒ이상돈
마곡문화관에 전시하고 있는 <넓이 >시리즈 작품들
마곡문화관에 전시하고 있는 <넓이 >시리즈 작품들 ⓒ이상돈

마곡문화관에 전시된 <넓이> 시리즈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재료인 한지를 소재로 초록색, 파랑색, 갈색 등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색의 흐름으로 '사계'를 표현하고 있다.

박기원 작가의 주요 개념인 '장소와 공간성', '여백과 원형성'을 회화로 나타낸 작품으로 한지 회화는 자연 속의 사계와 자연의 순환에 대해 우리에게 스스로 성찰해보도록 유도한다. 공간 속의 특정한 장소적 상황을 크게 몇 개의 면으로 나누고 각각의 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은 선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무수히 많은 선의 중첩에서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떠올리게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국내 유일의 배수펌프장이면서 국가등록문화재인 '마곡문화관'과 시간과 공간측면에서 딱 맞는 작품으로 보였다.
박기원작가 작품 전시를 알리는 안내판
박기원작가 작품 전시를 알리는 안내판 ⓒ이상돈

회화작업도 좋아한다는 박기원 작가는 인터뷰 기사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사계절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100여 장 정도 쭉 그렸다”며 “개인적으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다. 또한 “매일 그리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그린 게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여백을 그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박 작가는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한 공간들을 캔버스에 담는다. 마곡문화관의 전시된 작품들은 "단조로우면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는 듯한 삶을 살았다.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창조성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서울식물원 야외전시장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서울식물원 야외전시장 ⓒ이상돈
분수가 솟구치는 서울식물원 호수
분수가 솟구치는 서울식물원 호수 ⓒ이상돈

나와의 대화

"내 작품은 텅 빈 공간과의 대화"라고 설명한 박기원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세상의 시름을 잊고 잠시라도 천천히 걷고 음미하며 편안하게 작품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서서히 가을색을 머금고 변해가는 서울식물원도 둘러보고 그동안 등한시 했던 내면의 나와 진솔된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하철 9호선과 연결되는 출입구에 있는 서울식물원 정문
지하철 9호선과 연결되는 출입구에 있는 서울식물원 정문 ⓒ이상돈

박기원 작가 전시 관람 안내

○ 주소 : 서울사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
○ 전시 장소 : 1관-식물문화센터 프로젝트홀, 2관-마곡문화관
○ 전시 기간 : 2022년 9월 6일~12월 25일
○ 관람일시: 화~일요일 09:40~17:40(매주 월요일, 10월 4일, 10월 11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서울식물원 홈페이지
○ 문의 : 02-2104-9716

시민기자 이상돈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밝고 긍정적인 서울토박이로 우리 서울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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