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며 함께 걸어가는 미디어아트 ‘행진2022’

시민기자 정혜린

발행일 2022.08.30. 09:06

수정일 2022.08.30. 17:26

조회 648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증언했다. 이후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랐고 민간단체들의 캠페인과 연대활동이 이어졌다. 2017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 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2018년부터 매년 8월 14일이 정부 지정 국가 기념일이 되었다.
<행진 2022>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성북예술창작터
<행진 2022>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성북예술창작터 ⓒ 정혜린

이 시기에 맞춰 서울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은 여성 인권에 대한 전시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여성인권 미디어아트 특별전 ‘행진 2022’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총 7명의 작가들이 증강현실과 결합된 오브제, 영상, 키네틱 아트, 사운드 아트 등을 활용해 인터랙티브 작품들을 선보였다. ‘행진’이라는 이름처럼 각 작품들은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함께 걸으며 세상을 바꾸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시장은 2층으로 구성되어있고 1층에는 3점, 2층에는 5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각 작품들은 응집된 힘을 내뿜고 있었다. 하얀 벽면과 짧은 문구로 구성된 미니멀한 환경은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도슨트의 설명은 관객들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곽인상 작가의 ‘Red Chair’. 증강현실 속 소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곽인상 작가의 ‘Red Chair’. 증강현실 속 소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 정혜린

1층에서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곽인상 작가의 ‘Red Chair’ 작품이었다. 오브제와 증강 현실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아트이다.

벽면에 걸린 빨간 의자의 상단부는 일본 신사의 입구를 연상케 했다. 제공된 핸드폰을 활용해 빨간 의자를 비추면, 화면에 등을 돌린 소녀상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핸드폰을 움직여도 소녀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김승우 작가의 ‘함진아비’ 작품에서는 다양한 모습과 자료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김승우 작가의 ‘함진아비’ 작품에서는 다양한 모습과 자료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 정혜린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김승우 작가의 ‘함진아비’는 길일에 볼 수 있는 함을 활용해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가 놓여진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렌티큘러 화면을 활용한 이 함의 겉면에는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셨던 김복동 할머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함의 바닥에는 다양한 보도자료들이 재빠르게 지나간다. 작가는 이를 통해 위안부에 관한 왜곡과 은폐의 역사를 표현했다.
김창겸 작가의 ‘물그림자-정안수’ 작품은 오브제와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다.
김창겸 작가의 ‘물그림자-정안수’ 작품은 오브제와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다. ⓒ 정혜린

김창겸 작가의 ‘물그림자-정안수’는 오브제와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다. ‘정안수’는 정화수의 전라도 방언이며, 이 모습은 우물 물을 떠 놓고 소중한 사람들의 평안을 빌었던 옛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릇 안의 물 속에는 옛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이 지나가고, 물 밖에는 최근까지 활동하신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소녀의 그림자가 작품을 지나가는 연출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듯한 현장감을 더해주었고,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과거의 아픔에는 위로를 전하며, 여전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현재에 감사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This is Orchestra_quartet’ 작품과 ‘잃어버린 마음을 위하여’ 작품
‘This is Orchestra_quartet’ 작품과 ‘잃어버린 마음을 위하여’ 작품 ⓒ 정혜린

2층에는 보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반짝거리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고, 특히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감상할 수 있어 작품의 의미를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

작품 앞에 서면 소리가 나는 최종운 작가의 ‘This is Orchestra_quartet’은 함께 목소리를 낼 때 조화와 화합을 이룬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진우 작가의 ‘잃어버린 마음을 위하여’ 작품 앞에 서면, 나비들이 날갯짓을 시작한다.
김진우 작가의 ‘잃어버린 마음을 위하여’ 작품 앞에 서면, 나비들이 날갯짓을 시작한다. ⓒ 정혜린

최종운 작가의 작품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동안 이어서 감상할 수 있는 김진우 작가의 ‘잃어버린 마음을 위하여’는 이 전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관객이 이 작품 앞에 서면 탑 안의 나비가 날갯짓을 시작한다. 이는 억압받았던 여성들의 해방과 함께 피해자에서 인권운동가로 변모한 여성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작품의 음악 소리와 함께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된다.
이상수 작가의 ‘Flow/er’ 작품은 주변 소리에 반응하며 색이 바뀐다.
이상수 작가의 ‘Flow/er’ 작품은 주변 소리에 반응하며 색이 바뀐다. ⓒ 정혜린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꽃, 이상수 작가의 ‘FLow/er’는 주변의 소리에 반응하며 시시각각 색을 바꾼다. 이 문자들을 조합해보니 ‘여성’, ‘자유’, ‘평화’ 등 여러 언론에서 다루었던 소재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관객이 말하는 소리에 따라서 작품의 색이 바뀌는 것이 재미있어 다양한 단어들을 말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인권과 인류 보편적인 가치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이상수 작가의 ‘침묵의 테이블’의 태블릿PC는 계속 돌아가며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이상수 작가의 ‘침묵의 테이블’의 태블릿PC는 계속 돌아가며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 정혜린

이상수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침묵의 테이블’은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었다. 동그란 테이블 끝에 작은 태블릿 PC가 설치되어 반시계 방향으로 계속 돌고 있었고, 태블릿 PC 화면에는 알리지 못했던 여러 보도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관객이 이 태블릿PC를 따라 걸으며 읽는 것이 마치 무심코 지나쳐 온 역사를 돌아보며 발 맞추는 듯했다.
‘Butterfly Tree’ 작품은 핸드폰 어플을 통해 커다란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Butterfly Tree’ 작품은 핸드폰 어플을 통해 커다란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 정혜린

마지막으로 서지현 작가의 ‘Butterfly Tree’는 오브제와 증강 현실이 결합된 작품이었다. 나무에 붙어 있는 한 마리의 노랑나비를 핸드폰 어플로 비추니 커다랗게 자란 은행나무가 나타났다. 수많은 잎사귀들은 수많은 노랑나비들의 날갯짓의 군집이었다. 혼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과의 행진은 역사의 흐름을 바꿔 나갈 수 있음을 전한다.

<행진 2022> 전시를 통해 역사를 다시금 깨닫고, 동행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바꿔 나갈 미래를 향한 ‘행진’의 발걸음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품과 소통하는 경험을 하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가는 행진에 동참하며 재미와 의미를 둘 다 잡아보자.

여성인권 미디어아트 특별전 ‘행진 2022’

○ 기간 : ~8월 30일 화요일까지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 장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23 성북예술창작터
○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관람료 : 무료
○ 성북예술창작터 홈페이지
○ 문의 : 02-6906-3172

시민기자 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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