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일한 '열녀문' 어디 있을까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2.05.27. 09:20

수정일 2022.05.27. 17:37

조회 5,045

양천구 장수공원에 위치한 열녀문은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열녀문으로 1994년 ‘서울정도(定都) 600년 기념 명소로 지정됐다
양천구 장수공원에 위치한 열녀문은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열녀문으로 1994년 ‘서울정도(定都) 600년 기념 명소로 지정됐다 ⓒ박분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장수공원을 지나다 보면 아담한 전각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소박한 동네 공원에 웬 전각일까? 현판에 ‘숭정각(崇旌閣)’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각에는 놀랍게도 열녀문이 세워져 있다.

열녀문(烈女門)은 여인의 절개를 큰 미덕으로 여기던 과거에 절개를 지킨 여성을 기리고자 임금이 하사한 문을 말한다. 당시 열녀문은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한 상징물이기도 했다.
 숭정각 열녀문에 새겨진 이 글은‘열녀 원정익의 처 전의 이씨의 문’으로 이씨의 높은 뜻을 기리고 있다
숭정각 열녀문에 새겨진 ‘열녀 원정익의 처 전의 이씨의 문’이란 글귀가 이씨의 높은 뜻을 기리고 있다 ⓒ박분
열녀문에 대한 내용이 담긴 표석비
열녀문에 대한 내용이 담긴 표석비 ⓒ박분
숭정각 뒤편에 열녀문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숭정각 뒤편에 열녀문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박분

숭정각의 열녀문에는 ‘열녀학생원정익처유인전의이씨지문(烈女學生元鼎翼妻孺人全義李氏之門)’이라는 글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풀이하면 ‘열녀 원정익의 처 전의 이씨의 문’으로 부인 이씨의 높은 뜻을 기리고 있는 글귀이다.

역사책이나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접했던 열녀문을 서울 도심 속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옛 시대 여인들의 숙명 같은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열녀문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숭정각 옆에는 열녀문에 대한 내용이 담긴 표석비가 세워져 있다. 열녀문을 소장하고 있던 원주원씨(原州元氏) 집안의 구전에 의하면 이 열녀문의 주인공인 전의이씨(全義李氏)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원정익(元鼎翼)과 혼인을 했다. 남편을 섬기고 시부모를 정성껏 모시고 살던 어느날 남편이 갑작스런 중병에 걸리자 백방으로 약을 구하고 손가락에서 피를 내 먹이는 등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3년 상을 치른 후 남편을 그리워한 이씨는 식음을 전폐하다 20대 후반에 남편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조정에 이 사실이 알려지고 1792년(영조5년)에 전의이씨를 기리고자 열녀문을 내렸는데 후손들이 양천구 신월동 606번지 3호의 가옥에서 대대로 보관해오다 지난 2004년 10대손인 고(故) 원재연씨가 양천구청에 기증했다.
숭정각 뒤편으로 시원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숭정각 뒤편으로 시원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박분

양천구에서는 기증받은 열녀문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에 숭정각을 장수공원에 건립했다. 숭정각의 열녀문은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열녀문으로 그 가치가 크다. 1994년 서울정도(定都) 600년 기념 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수공원은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에서 신월동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닿는 동네 공원이다. 열녀문은 단청이 화려한 전각에 있어 찾기가 쉽다.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숭정각을 지을 당시 눈에 잘 띄는 도로변에 세웠다고 한다. 
장수공원은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편안한 동네 공원이다
장수공원은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편안한 동네 공원이다 ⓒ박분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된 장수공원 모습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된 장수공원 모습 ⓒ박분
장수공원에는 건강지압로가 조성돼 있어 산책과 운동을 겸할 수 있다
장수공원에는 건강지압로가 조성돼 있어 산책과 운동을 겸할 수 있다 ⓒ박분
장수공원 중앙광장에 세워진 한국전쟁 및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를 위한 참전유공자명비
장수공원 중앙광장에 세워진 한국전쟁 및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를 위한 참전유공자명비 ⓒ박분

숭정각이 자리한 앞, 뒤편으로는 산책로가 길게 펼쳐진다. 잣나무와 단풍나무 등 푸른 나무숲이 이어져 산책하기에도 좋다. 장수공원에는 간단한 운동기구도 갖춰져 있고 건강지압로도 있어 언제라도 찾아와 산책과 운동을 겸할 수 있다. 또한 장수공원 중앙광장에는 6.25전쟁 및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를 위한 참전유공자명비도 세워져 있다.

양천구 신월동 장수공원에 위치한 열녀문은 도심 속 문화역사 공간이 되어 지고지순한 여인의 사랑을 오늘에 전하고 있다. 현 시대에는 사용하지 않는 낱말이 된지 오래지만 과거 우리에게는 여인의 절개가 미덕이었던 때가 있었다. 5월 가정의 달에 장수공원에서 만난 열녀문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우리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2동 장수공원 내 (양천구청 02-2603-0203)
열녀문을 보호하기 위해 장수공원에 2005년에 건립한 숭정각 모습
열녀문을 보호하기 위해 장수공원에 2005년에 건립한 숭정각 모습 ⓒ박분

시민기자 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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