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한 사람의 영웅 아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2.05.09. 14:07

수정일 2023.01.05. 18:25

조회 1,261

[우리동네 시민영웅] ⑥ 서울시 1호 에너지마을, 성대골 에너지마을 김소영 대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서울시 1호 에너지마을을 조성하고 주민들과 함께 10년 넘게 에너지전환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김소영 씨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한 명의 영웅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죠. 김소영 씨에게 탄소중립 실천 방법에 대해서도 한 수 배워 보겠습니다. 

한창 ‘지구온난화’ 문제로 떠들썩했던 10여 년 전,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나비효과’라는 특집을 통해 북극의 얼음이 녹는 과정, 해수면 상승으로 열대기후 섬들이 잠기는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산화탄소 등으로 인해 기후가 점점 따듯하게 변화한다는 뜻에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말을 사용한다. 기후가 변화에서 ‘위기’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스웨덴 출신 기후위기 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를 언급하며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외쳤고, 세계 각국은 물론 서울시도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날씨는 상당히 더워졌다. 4월 기준으로 서울은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기록했다. 6월 말부터 가동되는 에어컨은 일찍 시작됐고, 그로 인해 이산화탄소는 더 빨리 쌓이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속, 서울시 최초 에너지마을인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마을’은 10년 넘게 에너지전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마을 김소영 대표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마을 김소영 대표 ©조수연

성대골 에너지마을 김소영 대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뒤, 탈원전과 탈석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후위기에 눈을 뜨게 됐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대도시권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매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소영 대표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원죄가 서울과 같은 도시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왜냐하면 원자력 후처리 시설이나 저준위폐기물과 같은 시설, 원자력 발전소를 시골에 짓고 거기서 생산하는 전기를 대도시에서 펑펑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운동을 하고 있다.
김소영 대표가 업무를 보는 대륙서점. 이곳에 협동조합이 위치해 있다.
김소영 대표가 업무를 보는 서점. 이곳에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위치해 있다. ©조수연

동작구 상도 3·4동 일대인 성대골. 2011년부터 시작된 '에너지전환운동'은 2013년 11월 마을기업인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출범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은 마을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미니 태양광 설치 등 성대골 에너지전환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고, 인근 중학교와 초등학교 등에서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운동에 대해 에너지 교육을 시행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에너지·기후변화 교육을 진행하던 국사봉중학교에 생태에너지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생태에너지전환 카페(생태 매점)를 운영하고 옥상에서는 햇빛발전(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발전수익은 전액 장학금으로 쓰인다.
환경도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성대골 에너지마을 강사들은 인근 초중고에서 에너지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환경도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성대골 에너지마을 강사들은 인근 초중고에서 에너지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조수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왜 성대골 에너지전환마을은 ‘협동조합’을 활용했을까? 이에 대해 김소영 대표는 “에너지전환운동은 혼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협동조합을 통해 마을 주민들을 에너지전환운동에 끌여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소영 대표는 에너지전환운동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순환경제를 강조했다. 분야별로 마을에서 인테리어, 전기, 설비 등의 업체를 운영하는 기술자들을 모아 마을기술네트워크를 만들어 또 다른 협동조합을 낳고 있다. 
에너지, 기후위기, 탄소중립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
에너지, 기후위기, 탄소중립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 ©조수연

이러한 경제적 활동 외에 김소영 대표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학생들은 기후위기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소영 대표는 “기후위기에 심각성을 모르는 부분은 청년들도 마찬가지다”며 “먹고 살기 바쁜 청년들은 당장 이웃에서 벌어지는 고통도 체감하기 힘든데, 그런 상황에서 기후위기까지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을 통해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대표는 학교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9개 학교와 10개 어린이집이 참여한 성대전통시장 내 비닐봉지일몰제 캠페인도 그 중 하나다. 전통시장에서는 파란색, 흰색, 검정색 등 수많은 비닐봉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마을운동으로 전통시장 내 비닐봉지 퇴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성대전통시장 비닐봉지일몰제와 관련한 투표 스티커
성대전통시장 비닐봉지일몰제와 관련한 투표 스티커 ©조수연

그렇다면 우리는 에너지전환운동에 맞춰 어떠한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할까? 김소영 대표는 탄소중립의 본질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할 때는 제로웨이스트 본질이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이니 소비를 줄여 쓰레기 생산을 억제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도 소비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탄소중립과 제로웨이스트, 에너지전환운동 모두 일맥상통하는데,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이 기본입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죠. 원자력 발전과 석탄 발전을 대신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라며 “이제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일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의지로 되지 않습니다. 마치 금연과 같습니다. 흡연자가 금연할 때, 주위의 도움과 응원이 있어야 금연에 성공하기 쉬운 것처럼, 탄소중립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중요하고, 공동체가 중요합니다. 지금 기후위기 상황은 아주 심각합니다. 인간은 돈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탄소중립 실천이 해답입니다”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제로웨이스트, 탄소중립과 관련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 판매로 이뤄진다.
협동조합은 제로웨이스트, 탄소중립과 관련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 판매로 이뤄진다. ©조수연

끝으로, 김소영 대표는 시민들에게 “카드 명세서를 매달 5% 씩 줄이는 운동, 신용카드를 없애며 무분별하게 소비를 줄이는 운동이 탄소중립에 큰 도움된다”고 전했다. 절약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돈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것. 단어 자체가 말해주듯 가장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소영 대표는 “누군가 영웅처럼 나타나서 변화하고, 누군가가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면 탄소중립은 실천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단 한명의 영웅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세상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속 탄소중립은 이제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처럼 이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 실천할 때다.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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