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지 않고 시간여행하기, '답십리 고미술거리'로 출발!

시민기자 장세희

발행일 2022.04.06. 15:45

수정일 2022.04.06. 14:16

조회 6,174

[골목원정대] 오랜 시간의 정취를 담은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을 찾고 싶을 때
답십리 고미술상가 내 다양한 골동품이 진열되어 있다.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상가 내 다양한 골동품이 진열되어 있다. ⓒ장세희

한 동네에 오래 살아도 우리 동네의 명물이나 명소를 모를 때가 많다. 단순히 거주지, 학교, 일터로만 생각한다면 그 동네가 지닌 장점과 매력을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필자의 집에서 답십리 고미술상가거리까지는 버스로 단 15분이 걸린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국내 최대 규모의 고미술품거리가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고미술품이나 골동품은 인사동, 신설동 풍물시장, 동묘 벼룩시장에 가야만 많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답십리 고미술상가거리는 1980년대부터 청계천, 충무로, 황학동, 아현동 일대에 자리했던 골동품 가게들이 비싼 자릿세를 피해 답십리로 모여들면서 형성되었고,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근대에 이르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옛 물건들과 생생한 만남이 가능하다.
답십리 고미술상가 2·3동 내부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상가 2·3동 내부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거리 문화지도와 영어・일본어로 된 팸플릿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거리 문화지도와 영어・일본어로 된 팸플릿 ⓒ장세희

몇 천 원부터 시작되는 각양각색의 골동품이 모인 고미술상가 2·3동

답십리 고미술상가거리는 답십리 고미술상가 2·3동, 5동, 6동, 장안평 고미술상가로 구성되며, 모두 답십리역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위치하여 편리하다. 답십리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주상복합건물 1층에 자리한 고미술상가 2·3동이 나온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들과 그 앞에 빼곡하게 늘어선 골동품들이 보였다. 고가구, 도자기, 목기, 민속품, 수가 놓아진 공예품, 문창살 등 선조들의 손때 묻은 예스러운 물건들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았다.

고미술상가를 알기 전에는 고미술품이 박물관, 전시회에서만 볼 수 있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로 느껴졌는데, 이곳을 둘러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독특하고 희귀한 옛 물건들을 직접 보고, 물건에 담긴 사연도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구매까지 가능하니 얼마나 친근하고 특별한 경험인가. 가게마다 골동품의 가격과 품목은 천차만별이며 상가를 순회하며 발품을 팔다 보면 마음에 드는 골동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고가구로 가득한 만복당 내부 ⓒ장세희
고가구로 가득한 만복당 내부 ⓒ장세희

상가에서 처음 들어간 가게는 만복당이다. 아기자기한 골동품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어 절로 발걸음이 향했다. 이곳에서는 규방공예품, 장신구, 갈대 뿌리로 만든 솔, 각종 그릇과 소반 등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에 걸린 액자 소품들은 사장님의 리폼으로 탄생한 것인데,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이다. 고가구, 농, 반닫이 등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도 별도로 있다. 만복당은 마치 만물상처럼 다양한 골동품을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곳이다. 고미술상가를 처음 방문하는 이에게 출발지로 추천한다.
국내외 도자기를 볼 수 있는 고예촌 ⓒ장세희
국내외 도자기를 볼 수 있는 고예촌 ⓒ장세희

가게마다 취급하는 골동품의 종류가 다르다. 고예촌에는 도자기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곳에서는 다른 가게에서 보지 못한 국내외 도자기와 토기를 만날 수 있다. 항아리, 호리병, 찻잔, 술잔, 크고 작은 그릇 등의 골동품으로 좁은 공간을 알차게 구성했다. 화려하거나 수수하거나 특색 있는 도자기를 구매하고 싶다면 고예촌에 들러 사장님과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둘러봐도 좋겠다.
다양한 민속품이 있는 대덕당 ⓒ장세희
다양한 민속품이 있는 대덕당 ⓒ장세희

대덕당에서는 갖가지 옛날 생활용품과 민속품을 찾아볼 수 있다. 떡살, 호롱과 촛대, 놋수저와 젓가락, 나무 찬합, 나무함, 실패, 베틀 등 전통 민속품들이 가득하다. 옛 물건들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물건들이 보여 친근했다. 그리고 주인 내외분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골동품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멋스러운 생활용품이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구하고 싶다면 대덕당에 방문해 보길 바란다.
답십리 고미술상가 5동 외관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상가 5동 외관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상가 5동 복도 ⓒ장세희
답십리 고미술상가 5동 복도 ⓒ장세희

화려한 중국 골동품이 많은 고미술상가 5동

고미술상가 5동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골동품이 많다. 도자기부터 고서화, 고가구, 불상, 목조물, 석조물까지 한국 골동품과 달리 색감과 문양이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왕리사는 다른 가게들에 비해 목조각품과 석조물이 두드러지는데, 마치 박물관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작은 골동품들을 구경하다가 거대한 석조물과 섬세한 목조물을 보니 퍽 이색적이었다. 정교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골동품을 보고 싶다면 고미술상가 5동을 여유롭게 둘러보자.
수많은 골동품이 모여 있는 장미방 ⓒ장세희
수많은 골동품이 모여 있는 장미방 ⓒ장세희
장미방 대표가 수집한 장신구로 제작한 달력 ⓒ장세희
장미방 대표가 수집한 장신구로 제작한 달력 ⓒ장세희

고미술상가 6동, 어느 골동품 애호가가 들려주는 골동품 즐기는 팁

고미술상가 6동은 2·3동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주로 국내 고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다 골동품이 정갈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에 이끌려 장미방이라는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장미방은 목조각품, 자수 공예품, 놋그릇, 민속품, 풍속화, 농기구 등 없는 물건이 없는 만물상이었다. 윤갑영 장미방 대표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여성 장신구라며 비녀, 노리개, 은칠보가락지, 쌍가락지, 댕기, 화관, 자수 주머니를 권해 주셨다.

장미방 윤갑영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할 때부터 여성 장신구를 모았는데 단가가 높고 귀한 물건이라 팔지 않았고, 대신 사람들과 공유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달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2년 동안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미술상가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고미술품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덧붙여 나무 쟁반을 리폼하는 팁까지 알려주었다. 쟁반에 거울이나 자수를 부착하여 벽걸이 거울, 자수 액자로 취향에 맞게 리폼하는 방법이다.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골동품을 어떻게 리폼해 볼까?’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고미술상가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장안평 고미술상가 송화빌딩에 위치한 경주사 ⓒ장세희
장안평 고미술상가 송화빌딩에 위치한 경주사 ⓒ장세희
경주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벼루를 볼 수 있다. ⓒ장세희
경주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벼루를 볼 수 있다. ⓒ장세희
장안평 고미술상가 송화빌딩에 위치한 정명당 ⓒ장세희
장안평 고미술상가 송화빌딩에 위치한 정명당 ⓒ장세희

장안평 고미술상가도 있어요

답십리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장안평 고미술상가가 나타난다. 고미술상가는 우성빌딩과 송화빌딩으로 이루어지는데, 우성빌딩에는 불교미술, 민속 미술품, 고서화, 민화, 병풍 등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다. 송화빌딩에 위치한 경주사에 가면 달마상, 돌장승, 석수, 석등과 같은 석조물뿐만 아니라 남성의 머리 장신구인 관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벼루, 구리로 만든 거울 등 앞서 소개한 가게들과 조금 색다른 골동품을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정명당에서는 지리도, 천문도, 궁중의상, 각종 장신구와 바느질 도구를 구경하는 게 묘미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와 장안평 고미술상가를 모두 돌아보았는데 다른 가게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골동품을 발견하게 되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거리를 방문한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장안평 고미술상가까지 꼭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고미술상가의 골동품은 상인들이 전국 각지나 외국에서 발품 팔아 수집하거나 경매를 통해 들여오는 것이다. 그들의 노고와 열정으로 사람들은 그동안 손쉽게 고미술품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상권 붕괴, 외국인 관광객 감소, 고미술품 수요 및 가격 하락세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져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되길 기대한다. 

특색 있는 골목을 찾아서 ‘골목원정대’가 간다!

서울시민기자가 '골목원정대'가 되어 서울의 특색 있는 골목·거리·가게를 소개합니다! 시민기자가 찾은 보물 같은 골목에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관련기사] 특색 있는 골목상권 제대로 키운다…3년간 30억 지원

답십리 고미술상가

○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고미술로 21 삼희빌딩 2·3동, 5동, 6동
○ 교통: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운영시간: 10:00~18:00(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홈페이지
○ 문의: 02-2249-0336

장안평 고미술상가

○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고미술로 99 우성빌딩/ 서울 동대문구 고미술로 100 송화빌딩
○ 교통: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1·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5호선 답십리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운영시간: 10:00~18:00(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홈페이지
○ 문의: 02-2247-3961

시민기자 장세희

여행자의 시선으로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서울 생활 꿀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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