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이어온 배움의 전통, '상록야학'

시민기자 박용준

발행일 2022.02.22. 10:53

수정일 2022.02.22. 16:29

조회 2,425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수업 장면 ©박용준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수업 장면 ©박용준

배움의 고통은 잠시지만 못 배운 고통은 영원하다!

“배움의 고통은 잠시지만 못 배운 고통은 영원하다!”를 모토로 늦깎이 학생들에게 배움을 제공해온 전통 있는 야학이 있다. 회기동 경희대 앞의 '상록야학'이다. 수많은 봉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을 통해 무료로 가르쳐 온 47년, 이곳은 그 존재 자체로 오랜 봉사의 상징이자 모범이다. 

그동안 6천여 명의 졸업생들이 이곳을 통해 학업을 성취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새로운 삶을 펼칠 수 있었다. 한때 외대역 지하철 주변에서 수업을 하다가 지금은 경희대학교 정문 옆으로 자리를 이동해 가르침의 장을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어려움 속에서 더 빛났던 지난 2월 13일의 졸업식 ©박용준
비대면 수업의 어려움 속에서 더 빛났던 지난 2월 13일의 졸업식 ©박용준

배움에 목마른 이웃 위해 학문의 터전을 열다

이곳에서는 무료교육봉사자 30여 명이 중・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 수업을 주 5일제로 진행하며, 지역주민들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생활영어, 한국어 능력, 생활한자, 컴퓨터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중학교 졸업 46회, 고등학교 졸업 36회를 성사시켰고, 개교 기념식도 46회를 거쳤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상록야학은 가르치는 교육 봉사자들뿐 아니라 47년 전 야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수업을 지원한 박학선 교장이 있기에 더욱 빛난다. 

한때 야학이 한창 어려울 때 박학선 교장은 집에서 아끼던 금붙이까지 팔아가면서  꿋꿋이 야학을 지켰다. 혼자의 힘으로 자수성가한 박학선 교장은 평소 길을 가다가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늘 안타깝게 생각하며 도와주었고, 그 정신을 살려 1976년 이문동에 야학을 열었다.
 
그의 노력에 지역주민들도 야학 운영에 손을 내밀어주었고, 졸업 동문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으며, 교사들도 주머니를 털어 이 날까지 오게 된 것이 상록야학의 역사다. 
문집을 발간하고 낭송회와 시화전을 개최하는 상록야학 ©박용준
문집을 발간하고 낭송회와 시화전을 개최하는 상록야학 ©박용준

글쓰기, 시화전 등 문학활동을 통해 생활작가가 되기도

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2년에 걸쳐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야학의 교지 <푸른그루>를 매년 발간하여, 현재까지 31호를 엮어냈고, 글 둥지 문학회 문집 등을 발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편지 쓰기, 시 낭송회, 백일장, 시화전 등을 개최하여 학생들의 문학 사랑과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켜왔다.  

일반 학교처럼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을 통해 견학의 기회도 제공한다. 생활에 바빠 문화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에게 함께 더불어 즐기는 체험학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같이 상록야학은 흐르는 강물처럼 더러는 돌아내리기도 하고, 더러는 갈라져 흐르고 출렁이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핸드폰 줌(Zoom) 수업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박용준
핸드폰 줌(Zoom) 수업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박용준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켜내는 상록야학의 꿈

그럼에도 갈수록 높아지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구석으로 밀려 이사를 다녀야 하는 것 역시 야학의 현실이다. 이렇게 골목 안으로 스며들수록 교사(敎師)와 교사(校舍)는 마련되어 있지만 학생이 찾아오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학생 모집을 위한 홍보가 부실한 것도 고민이다. 

매년 6월이면 상록야학은 교육 봉사자를 모집하고, 7~8월에 신입생을 모집하여 9월부터 새학기를 시작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각 2년제로 배움을 원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대환영이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상록야학에서도 수업을 일반 학교처럼 줌(Zoom)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록야학은 지역주민들과 한결같이 함께할 것을 다짐한다. 앞으로도 지역과 사회의 따뜻한 격려와 참여를 기대하면서 미래 상록야학의 모습을 그려본다.  

상록야학 신입생 모집

○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6길 3-10 (회기동), 동림빌딩 지하 1층, 상록야학
○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sangrok1976
○ 문의: 02-968-1923

시민기자 박용준

야학 봉사활동을 펼치고 홍보하며, 5060 인생 2막 여가활동 글쓰기 실천하고싶어요.

#상록야학 #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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