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락길에서 만난 호젓한 도서관 3곳

시민기자 홍승기

발행일 2022.02.16. 11:10

수정일 2022.02.16. 17:21

조회 1,803

눈 덮인 수성동계곡. 왼쪽 중간 부분에 ‘기린교’가 보인다. ⓒ홍승기
눈 덮인 수성동계곡. 왼쪽 중간 부분에 ‘기린교’가 보인다. ⓒ홍승기

겨울철에도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이 있다. 인왕산 수성동계곡에서 출발해 인왕산 자락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산자락이라 비교적 완만해서 누구나 거닐 수 있는 길일뿐더러, ‘책’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길이기도 하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발하여 서촌을 통해 인왕산 자락에 이르면 수성동계곡이 나온다. 예로부터 명승지로 유명한 이곳은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집을 짓고 살기도 하였다. 조선 전기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시내가 흐르고 바위가 있는 경치 좋은 곳이 있어서 여름철에 노닐며 구경할 만하다. 다리가 있는데 기린교라 한다.”라고 수성동 계곡을 설명했다. '기린교'는 조선 후기 화가 정선이 그린 <수성동>에도 등장하며, 지금도 같은 자리에 복원되어 있다.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한적한 도서관 세 곳을 소개한다.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에선 식문화와 비건 관련 책들을 만날 수 있다. ⓒ홍승기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에선 식문화와 비건 관련 책들을 만날 수 있다. ⓒ홍승기

① 경찰 초소를 리모델링한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

수성동계곡을 지나 올라가면 인왕산 자락길에 이른다. 인왕산 자락길에서 오른편으로 250여 미터쯤 가면 유리 벽의 2층 건물이 나온다.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이하 '초소책방')이다. 경찰 초소를 리모델링한 책방이라고 하여 '초소책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를 목적으로 세워진 경찰 초소는 2018년 인왕산을 전면 개방하면서 필요 없게 되었다. 이를 리모델링하여 2년 뒤인 2020년에 문을 연 것이 초소책방이다.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 외관 ⓒ홍승기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 외관 ⓒ홍승기
초소책방 옥상에서 남산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홍승기
초소책방 옥상에서 남산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홍승기

초소책방은 환경 문제 관련 책들이 중심이며, 식문화와 비건 관련 책들도 만날 수 있다.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집중되는 최근의 트렌드에 적합한 선택이다. 책을 구매할 수도, 책을 빌려 책방 내에서 읽을 수도 있으며, 초소책방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야외 좌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철에도 야외를 이용할 수 있게 비닐 캡슐을 설치해 둔 것에서 초소책방 운영자의 감각이 느껴진다. 인왕산 자락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정취를 즐기는 여유를 누려봄 직하다. 
옥상의 야외 좌석은 겨울에도 비닐 캡슐을 설치하여 이용하기 좋다.  ⓒ홍승기
옥상의 야외 좌석은 겨울에도 비닐 캡슐을 설치하여 이용하기 좋다. ⓒ홍승기

② 기와지붕의 한옥 '청운문학도서관'

초소책방을 나와 인왕산 자락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아래쪽으로 보이는 한옥 건물이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이다. 한옥 건물인 청운문학도서관의 기와지붕에는 역사가 있다.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들의 기와 3,000여 장을 재사용한 것이다. 부족한 기와는 숭례문 복원 때 사용한 기와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책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 명작 문학 작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열람실 창밖으로는 대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산속에 들어와 있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기와지붕 ⓒ홍승기
청운문학도서관 기와지붕 ⓒ홍승기
문학책으로 가득 찬 서가는 개가제로 누구나 쉽게 책을 찾아볼 수 있다. ⓒ홍승기
문학책으로 가득 찬 서가는 개가제로 누구나 쉽게 책을 찾아볼 수 있다. ⓒ홍승기
열람실 창밖으로 작은 대나무 숲이 보인다. ⓒ홍승기
열람실 창밖으로 작은 대나무 숲이 보인다. ⓒ홍승기

③ 윤동주가 하숙했던 서촌의 '윤동주문학관'

청운문학도서관에서 다시 자락길로 올라와 오른쪽으로 잠시 걷다 보면 인왕산 끝자락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낯익은 얼굴이 벽면에 새겨진 건물, '윤동주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 다닐 때에 서촌 누상동에서 약 3개월 간 하숙한 적이 있는데, 이를 기념하여 서촌의 끝인 인왕산 끝자락에 윤동주문학관이 세워졌다. 1974년 설치되었던 상수도 가압장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12년에 개관했다.
 
윤동주문학관은 3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제1전시실에는 윤동주의 친필 원고와 함께 우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우물'은 윤동주의 대표작인 <자화상>의 핵심 시어이자 윤동주문학관을 일관하는 키워드로, 지붕이 없는 열린 공간인 제2전시실은 '열린 우물'을, 제3전시실은 '닫힌 우물'을 상징한다. 우물을 상징하는 공간들에서 윤동주의 시를 떠올리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윤동주문학관 입구 벽면에 새겨진 윤동주 시인의 얼굴과 시 <새로운 길> ⓒ홍승기
윤동주문학관 입구 벽면에 새겨진 윤동주 시인의 얼굴과 시 <새로운 길> ⓒ홍승기
제1전시실에는 시인의 친필 원고와 우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홍승기
제1전시실에는 시인의 친필 원고와 우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홍승기
제2전시실은 지붕이 없어 ‘열린 우물’이라 부른다. ⓒ홍승기
제2전시실은 지붕이 없어 ‘열린 우물’이라 부른다. ⓒ홍승기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Ⅱ

〇 운영 시간 : 매일 08:00 ~ 22:00
홈페이지
〇 문의 : 02-735-0206

청운문학도서관

〇 운영 시간 : 화~토요일 10:00~22:00, 일요일 10:00~19:00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휴관)
홈페이지
〇 문의 : 070-4680-4032~3

윤동주문학관

〇 운영 시간 : 10:00~18:00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휴관)
홈페이지
〇 문의 : 02-2148-4175

시민기자 홍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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