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아파트 속 웬 초가집? 풍납백제문화공원서 만난 '백제살림집'

시민기자 방주희

발행일 2021.12.23. 11:00

수정일 2021.12.23. 14:11

조회 544

2천년 전 백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백제살림집'을 엿보다

풍납백제문화공원 산책코스에 1년 전 초가집이 들어섰다. 도심 속 아파트 사이, 시간이 멈춘 듯 자리한 초가집은 바로 2천년 전 백제시대 주거지를 재현한 ‘백제 살림집’이다. 
풍납백제문화공원의 백제시대 살림집 초가지붕이 도심 아파트와 어우러져 있다. ⓒ방주희
풍납백제문화공원의 백제시대 살림집 초가지붕이 도심 아파트와 어우러져 있다. ⓒ방주희

2008년 송파구 풍납동 미래마을 부지에 풍납백제문화공원이 조성됐다. 도심 속 자연환경과 더불어 조성 시 발굴된 2호 집자리 발굴 자료를 바탕으로 이곳에 백제 살림집이 개관했다. ‘그나저나 남의 집을 처음 방문하는데 집들이 선물이라고 준비해야 하나’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사립문으로 들어섰다.

멀리서 봤을 때와는 달리 가까이에서 보니 벽체와 지붕구조를 포함해 길이 10미터에 폭 6미터의 구조로 제법 민가 분위기가 났다. 현관역할을 하는 작은 출입구 지나자 작은 방이 나왔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구를 작은 방처럼 만든 것이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활짝 열린 사립문이 정겹다. ⓒ방주희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활짝 열린 사립문이 정겹다. ⓒ방주희
백제 가옥은 출입구와 큰 방이 '呂'자로 연결된 형태로 지어졌다. ⓒ방주희
백제 가옥은 출입구와 큰 방이 '呂'자로 연결된 형태로 지어졌다. ⓒ방주희

기둥과 나무벽체는 자귀(나무를 깎거나 다듬는 ‘ㄱ’모양의 목공구)로 다듬었고, 한강에 많이 있는 갈대나 풀 등으로 초가지붕을 얹었다. 경사가 진 출입구 바닥을 지나자 생활과 작업공간이 있는 큰방이 들어왔다. 마침 밥을 짓는 부뚜막에서 타오르는 장작불 속 온기가 살림살이 곳곳에 스며들 것처럼 아늑했다. 

백제 살림집은 겨울철 난방에 유리하도록 1m 깊이로 파내 ‘반지하’ 형태로 지어졌다.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부에 ‘一’자로 뻗어 나온 부뚜막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 온돌의 기원이기도 하다. 방의 형태가 육각형으로 생겼다고 해서 큰방을 ‘육각형주거지’라고 부른다. 
부뚜막 속 장작불이 온기를 내며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방주희
부뚜막 속 장작불이 온기를 내며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방주희
백제인들은 목재를 다듬고 갈대와 풀 등으로 초가지붕을 얹었다. ⓒ방주희
백제인들은 목재를 다듬고 갈대와 풀 등으로 초가지붕을 얹었다. ⓒ방주희

큰방 내부는 2천년 전 백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것임에도 현대의 ‘원룸’과 흡사했다. 밥을 짓는 취사공간과 잠을 자거나 간단한 작업을 하는 생활·작업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각종 생활용 그릇을 비롯해 삽, 도끼 등 농공구 40점은 실제 농촌에서도 쓸 법한 것들로 채워졌다. 

백제인이 사용한 그릇은 형태가 매우 다양했다. 발굴 결과 확인된 것만 30가지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솥의 기능을 하는 ‘계란모양토기’와 바닥에 구멍이 뚫린 ‘시루’, 작은 밥그릇, 국그릇, 음식 보관용 짧은 목 항아리, 물이나 곡물을 담는 큰 항아리 등이 주로 사용됐다. 

이외에도 음식을 올리는 세발토기, 술이나 차를 마시던 청자잔 등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그릇을 사용했다. 최근 문화재 복원에 많이 사용되는 3D프린터를 활용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현품이 제작됐다. 
밥그릇과 국그릇 등 백제인의 다양한 형태의 그릇이 오늘날과 비슷하다. ⓒ방주희
밥그릇과 국그릇 등 백제인의 다양한 형태의 그릇이 오늘날과 비슷하다. ⓒ방주희

막 상을 차린듯한 밥상이 눈에 들어왔다. 고봉으로 얹은 쌀밥과 시래기 된장국, 노릇한 굴비구이와 시금치 나물에 시원한 동치미가 한 상 그득하다. 밥과 죽, 국물음식, 반찬 등을 조리해 먹었던 백제인의 밥상은 우리네 시골 밥상과 비슷했다. 
고봉밥과 국이 있는 백제인의 밥상이 한상 그득하게 차려졌다. ⓒ방주희
고봉밥과 국이 있는 백제인의 밥상이 한상 그득하게 차려졌다. ⓒ방주희

농작물은 당시 일반적인 식재료였으며 한강에서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인근 산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했다. 풍납동 경당지구 발굴 당시 참돔과 북어뼈, 고둥이 나온 것으로 보아 바닷물고기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밥은 조·보리·콩·팥·쌀 등을 섞거나 갈아 시루에서 찐 잡곡밥 또는 떡을 만들었고, 죽은 냄비 역할을 하는 바리에 곡물과 채소를 넣고 끓여 만들었다. 반찬은 발효시킨 음식이 있었는데 생선과 밥을 섞은 식해, 소금으로 절인 젓갈, 채소를 소금으로 절인 김치, 콩으로 만든 된장 등이 있었다.
금방 썬 듯한 대파와 버섯 등 백제인의 먹거리가 실감나게 재현됐다. ⓒ방주희
금방 썬 듯한 대파와 버섯 등 백제인의 먹거리가 실감나게 재현됐다. ⓒ방주희

한 켠에는 바둑판과 윷판이 펼쳐졌다. 백제가옥에 놀이도구를 배치해 방문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바둑과 윷놀이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전통놀이로, 특히 윷점을 치며 한 해의 운수를 점쳐보았다고 한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가 하루 빨리 종식돼 일상이 회복되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윶점에 빌어보았다. 
윷을 던져 나오는 괘로 미래를 점치는 윷점책이 펼쳐져 있다. ⓒ방주희
윷을 던져 나오는 괘로 미래를 점치는 윷점책이 펼쳐져 있다. ⓒ방주희
바둑과 윷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놀이공간이 있다. ⓒ방주희
바둑과 윷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놀이공간이 있다. ⓒ방주희

이만하면 살림집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풍납백제문화공원은 백제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2천년 전 백제인들이 걸었던 이 길을 후대의 우리가 걸으며 찬란했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풍납백제문화공원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197번지
○ 문의 : 관리사무소 02-470-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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