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지친 학생들 마음…'위클래스'에서 토닥토닥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2.21. 09:00

수정일 2021.12.21. 18:05

조회 1,477

코로나19 시대 학생들의 정서 심리지원 현장

“6·25전쟁 때도 학교는 문을 열었는데….”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전쟁터보다 무서운 게 전염병이었다. 전례가 없던 코로나19로 지난해 학교가 문을 닫고 열기를 반복했고, 올 3월부터는 서울시내 학교 대부분이 원격수업을 병행하며 전교생의 3분의 2만 등교가 가능했다. 다행히 지난 11월22일부터는 초·중·고교가 전면 등교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럽다. 
학교 내 학생들의 정서 심리를 지원하며 상담하는 위클래스 ⓒ윤혜숙
학교 내 학생들의 정서 심리를 지원하며 상담하는 위클래스 ⓒ윤혜숙

이 가운데 학생들의 학습 결손 못지않게 염려되는 게 학생들의 정서다. 코로나19로 매일 등교가 어렵고 막상 등교를 하더라도 모여서 생활할 수가 없어 학생들 간의 연대감이 부족하다. 학생 본인이나 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해 자가격리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경우 학교에서는 수업 내용을 영상으로 촬영해 제공하는 등 학습 결손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렇다면 자가격리 학생들의 정서 심리지원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숙명여자고등학교 위클래스(Wee class)를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의 심리방역 최일선에 있는 ‘위클래스’

위클래스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정서 심리를 지원하는 상담실이다. 학교는 교내에 상담실을 설치하고 전문상담교사나 상담사를 배치해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초기 진단 및 대처를 위한 1차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불안이 높아가고 있는 지금 최일선인 위클래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클래스 상담사가 학생과 전화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윤혜숙
위클래스 상담사가 학생과 전화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윤혜숙

숙명여고 위클래스의 허예원 상담사는 환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로 학생들이 언니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이다. 확진자나 자가격리 학생이 발생하면 허예원 상담사는 먼저 대상자인 학생에게 편지를 보낸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당황스럽기도 하지요.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요.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리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위클래스 허예원 상담사가 자가격리 중인 학생들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윤혜숙
위클래스 허예원 상담사가 자가격리 중인 학생들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윤혜숙

자가격리 시 수면·식사·운동 등 규칙적인 일상 중요

자가격리 상황에 처한 학생은 불안하고 두렵다.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허상담사는 편지와 함께 고립된 생활에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다양한 콘텐츠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그녀는 특히 자가격리를 하다보면 일상이 흐트러질 수 있어 규칙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소한 기상시간, 식사시간,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 취침시간 정도를 정해놓고 지키고, 또 식사나 수면은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잠을 줄이는 것은 삼가게끔 강조한다. 

또 온종일 방에서만 지내다 보면 무기력해질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에, 갇혀 지내면서 활동량이 줄면 더 피로와 무기력감을 느끼기 쉽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허상담사는 간단한 스트레칭, 홈트 등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저녁에 잠들기 전 하루에 2회 10여분간 몸을 움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마음이 불안할 때 안정화기법을 적용해보자. ⓒ국가트라우마센터
마음이 불안할 때 안정화기법을 적용해보자. ⓒ국가트라우마센터

이러한 노력에도 불안해 하는 학생들이 있다.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거나 어지러움이나 복통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마음안정화 기법을 추천한다. 마음안정화 기법을 안내하는 별도의 앱과 사이트를 알려준다. 쉽게 해볼 수 있는 안정화 기법은 ‘복식호흡훈련’이다. 화가 나거나 놀란 상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빠르게 몰아 쉬는데, 이는 상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숨이 배에 도달하도록 부드럽고 길게 숨을 쉬어줘, 긴장이 완화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클래스 상담사는 상담을 원하는 학생과 주1회 대면 상담을 한다. ⓒ윤혜숙
위클래스 상담사는 상담을 원하는 학생과 주1회 대면 상담을 한다. ⓒ윤혜숙

비대면 상담 창구도 열려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심리상담 등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3곳에서 상담 창구를 운영한다. 학교에서도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고, 전화 상담도 진행된다. 학생들이 “힘들다” 문자를 주기도 하는데 허상담사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담을 이어간다. 
위클래스 카카오톡 채널이 개설돼 있어서 학생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다. ⓒ윤혜숙
위클래스 카카오톡 채널이 개설돼 있어서 학생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다. ⓒ윤혜숙

마지막으로 홀로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연대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줌을 켜놓고 함께 공부하거나 운동하기, 일상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내기하기, 친구네 집에 배달 음식 보내주기 등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위클래스', 상담과 교육 진행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 ‘코로나우울’은 코로나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무력감이나 불안감 또는 우울증을 뜻한다. 학업에만 전적으로 매달려 있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성인보다도 더 심하다. 허 상담사는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 대상으로 주 1회 상담하고 있지만, 그것도 격주 등교여서 매주 상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담을 꾸준히 받은 학생들 중 정서상태가 상담 전보다 나아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주위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을 때 위클래스의 선생님을 찾아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 안의 감정 살펴보기'를 통해서 학생 본인의 감정을 알아본다. ⓒ윤혜숙
'내 안의 감정 살펴보기'를 통해서 학생 본인의 감정을 알아본다. ⓒ윤혜숙

위클래스에서는 미술치료 집단상담 등 별도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원하는 학생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 교육은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부정적인 감정,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는 자리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학생 각자 본인의 감정을 알아보고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게 양초를 만들고 있었다.
위클래스에서 진행하는 미술치료 집단상담은 학생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윤혜숙
위클래스에서 진행하는 미술치료 집단상담은 학생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윤혜숙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가족간의 갈등으로 불안↑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허상담사는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불안을 꼽았다. 코로나19 상황은 학생이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다가, 사회성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지금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또한 코로나19로 일상에 제약이 많아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간의 갈등도 생기고 있다. 보통 남학생은 함께 게임이나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여학생은 또래끼리 수다를 떨거나 같이 식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 가도 같이 수다를 떨면서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코로나19 시대 아이들의 단상이다.
위클래스의 문은 누구에게든 열려 있다. ⓒ윤혜숙
위클래스의 문은 누구에게든 열려 있다. ⓒ윤혜숙

학교마다 위클래스가 있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 망설이는 학생들이 많다. 위클래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학기초에는 위클래스를 알리는 행복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담실에도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사탕이나 젤리 등을 준비해 두고, 보드게임이나 책 등 가볍게 즐길 거리를 비치해 둬, 학생이 방문하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느 교실과 달리 위클래스가 화사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색상으로 꾸며진 이유를 알겠다. 
위클래스를 방문하는 학생들을 위해 보드게임을 준비해 두고 있다. ⓒ윤혜숙
위클래스를 방문하는 학생들을 위해 보드게임을 준비해 두고 있다. ⓒ윤혜숙

허상담사는 “누구나 힘든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환경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 때가 있다. 그건 나만 이상해서가 아니다. 그럴 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되 그 시기를 넘기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심하는 상담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의 정서 심리를 지원하는 위클래스가 있다. 이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기다리는 선생님이 있다. 마음이 힘들다면 위클래스의 문을 두드려보자.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의 내용이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등에 해당되는 경우
관계 법령 및 이용약관에 따라서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