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생기자 쓰레기가 사라졌다 '양심화단' 캠페인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12.21. 09:10

수정일 2021.12.21. 18:26

조회 6,950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골목이 몸살을 앓은 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필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 CCTV를 달고, 음성으로 말하고, 포스터를 붙여놔도 어떻게 그렇게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지, 뻔뻔하다고나 할까 대담하다고나 할까.
CCTV에서 찍힌 부끄러운 모습들 ⓒ김윤경
CCTV에서 찍힌 부끄러운 모습들 ⓒ김윤경

일단 쓰레기가 거리에 쌓여있으면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건강과 환경도 해친다. 얼마 전에도 앞을 보고 걷다가 발아래 물컹한 느낌이 들어 보니, 누군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봉지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서 불평 어린 한마디씩을 던지니 불쾌함은 더했다.
지나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꽃이 아프다는 문구가 보였다. ⓒ김윤경
지나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꽃이 아프다는 문구가 보였다. ⓒ김윤경

한번은 늘 지나다니는 길에 화단이 생겼다. 특별하게 이 화단에 눈길이 간 건, 꽃들 사이에 써붙인 문구 때문이었다. “쓰레기를 담벼락에 버리지 마세요. 꽃이 아파요.” 건널목이 가까워 많은 사람이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쓰레기를 그냥 버려 항상 쓰레기가 쌓여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양심화단’이라고 불리는 이 캠페인은 이곳이 처음이 아니다. 필자가 사는 용산구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행해왔고 그 효과가 좋았다. ‘양심화단’은 버려진 공간으로 생각한 쓰레기 상습투기지역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는 걸 알려, 사전에 무단투기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용산구 백범로에 생긴 양심화단, 쓰레기 대신 꽃이 활짝 폈다. ⓒ효창동주민센터
용산구 백범로에 생긴 양심화단, 쓰레기 대신 꽃이 활짝 폈다. ⓒ효창동주민센터

동주민센터를 지나다 또 다른 ‘양심화단’을 봤다. 작은 푯말에는 ‘쓰레기가 아닌 양심으로 꽃을 피워달라’는 간곡한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그 뒤로는 분리배출 핵심 4가지인 ‘비운다, 헹군다, 배출한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보면서 한번쯤 읽어보게 돼, 관심을 유도한다.

작년에는 전화부스 자리에 생긴 양심화단을 본 적도 있다. 새마을금고 앞 사용하지 않는 전화부스에 쓰레기가 방치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자 전화부스를 없애고 주변에 양심화단을 세운 것이다. 주변 상인과 시민들이 이를 안내하면서 확실히 달라진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새마을금고 양심화단 전, 후 모습 ⓒ효창동주민센터
새마을금고 양심화단 전, 후 모습 ⓒ효창동주민센터

“(양심화단) 설치 효과는 상당히 커요. 올해 설치한 곳은 원래 자투리 공간이 있었는데요.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게 버려져 있었거든요. 그 자리에 폐가구를 놓아 공간을 없애고 화분을 올려 양심화단을 조성했어요.”

효창동주민센터 행정민원 담당자가 양심화단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말했다. 담당자는 이 화단이 생기고 유지되는 데 주민들이 힘이 보탰다고 덧붙였다. 
확연히 달라진 백범로 정비 전, 후 모습 ⓒ효창동주민센터
확연히 달라진 백범로 정비 전, 후 모습 ⓒ효창동주민센터

“저희 동에 주민자치 회원이면서 환경에 관심 많은 분이 계셔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자율방범대분 중 낮 시간이 되시는 분들도 참여해주셨고요. 이것저것 살펴보니 양심화단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구가 올려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어봤습니다.” 
백범로 정비 전에는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버렸다. ⓒ효창동주민센터
백범로 정비 전에는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버려졌다. ⓒ효창동주민센터

양심화단은 화분을 자투리 공간에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CCTV로 적발된 쓰레기 버리는 장면을 게시하고 있는데, 적발되면 안내문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백범로 정비 후 양심화단이 조성되고 분리수거 안내문이 부착됐다. ⓒ김윤경
백범로 정비 후 양심화단이 조성되고 분리수거 안내문이 부착됐다. ⓒ김윤경

쓰레기가 쌓인 곳이 그냥 깨끗해져도 좋은데 꽃까지 피어나니 더 좋다. 오히려 쓰레기를 들고 지나다 떨어뜨릴까 조심스러울 정도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적발하기 전에 이렇게 미리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임정로 정비 전, 후 모습 ⓒ효창동주민센터
임정로 정비 전, 후 모습 ⓒ효창동주민센터

오는 25일부터는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이어 단독주택에서도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실시한다. 일단 6개월 간 계도기간을 거쳐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분리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투명페트병은 재활용이 잘 되는 아이템으로 분리배출만으로도 연간 10만 톤을 감소할 수 있다니 분리배출을 꼼꼼히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양심화단, 투병페트병 분리수거 등 환경을 생각하는 노력이 참 고맙다. 우리 역시 주변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분리배출과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에 더욱 노력해야겠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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