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진 대학의 종말…청년교육의 판이 바뀌어야 한다

송수종 연구위원

발행일 2021.12.08. 15:30

수정일 2021.12.08. 14:52

조회 4,484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비대면 수업 등의 이유로 인해 학생 없이 텅 비어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비대면 수업 등의 이유로 인해 학생 없이 텅 비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송수종의 ‘청춘어람(靑春語覽)’ (7) 청년교육정책 새판짜기

최근 시대적 화두인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청년정책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청춘어람(靑春語覽)’ 지난 호에는 대기업·중소기업(기업규모) 간 양극화 해소 관점에서 청년 고용정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수도권·지방 대학 간 양극화 해소” 관점에서 청년 교육정책의 발전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난 칼럼 모아보기 ☞ 클릭)

대학의 종말은 시작되었는가? 

코로나로 대학생이 보이지 않는 요즘 캠퍼스, 어쩌면 코로나가 아니어도 가까운 미래에 대학에 학생이 없을 수 있겠다. 케빈 커레이(KEVIN CAREY)는 <대학의 종말(The End of College)>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디지털 학습 플랫폼의 출현으로 지난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 교육이 위협받고 있다. 희귀하고 비싼 장소로서의 특권에 의존하던 교육기관들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의 대학만 진정한 고등교육을 제공한다는 뿌리 깊은 문화적 신념을 극복해야한다.”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미 이십 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대학경영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대학의 경영주체들은 이를 외면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에만 의존해 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4차 산업혁명 및 기술혁명 가속화, 비대면 온라인 교육 보편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얽히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정말 벼랑 끝 위기이다.

신기술 분양 인력양성, 대학이 아닌 기업이 직접 수행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대학이 국가와 기업의 기술발전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기술혁명의 가속화로 대학의 교육과정이 산업현장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니 민간 기업이 대학을 제쳐두고 직접 첨단기술 분야 고급·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SSAFY(2018년~), SK하이닉스의 청년 Hy-Five(2020년~), 포스코의 포유드림(2018년~) 등 민간 기업 주도의 인력양성 프로그램들이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고 정부는 기업들에게 훈련비를 지원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은 학생과 근로자, 국경의 벽을 뛰어 넘고

우리나라 대학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야 부랴부랴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대학과 기업이 주도하여 설립한 디지털 기반 공유학습 플랫폼이 대세였다. 스탠포드대의 Coursera,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설립한 eDX 등 학습 플랫폼은 대학생은 물론 취준생·이직 준비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등 위세를 떨쳤다. 
지난 8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비대면 강의를 준비 중인 교수
지난 8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비대면 강의를 준비 중인 교수

이제 우리나라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자동차학과 유명교수의 강좌에 그 학교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울산에 있는 현대차 재직자가 듣거나 미국 GM에 입사하고 싶은 LA 소재 취업준비생이 청강하는 사례도 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교육의 모든 장벽이 무너졌고, 대학과 교수의 완전경쟁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맞춰서 중앙부처의 청년교육정책으로 온택트 교육기반 구축 사업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K-MOOC 플랫폼을 통해서 해외 MOOC 우수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점은행제와 연계를 확대(2020년 27개 강좌)하거나, 대학 권역별 원격교육지원센터(10개소)의 구축·운영을 통해서 대학의 원격수업의 질 제고 및 대학 간 원격수업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근본적인 변화의 물결에서 우리나라 대학이 생존할 수 없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대학의 경영위기는 더 가속화 될 수 있다. 학생 미충원은 교육의 질 저하, 지역대학의 경영난 심화, 폐교 위기 유발, 지역경제 위축, 고용 감소, 소비 감소 등 현상으로 나타나며 궁극적으로 지방소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 앞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속되는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 앞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교육·인재 양극화

올해 약 4만 명의 대학 정원 미달이 있었는데, 지방에 있는 전문대학의 충격이 가장 컸고, 수도권 일반대학은 충격이 작았다. 이렇듯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교육·인재의 양극화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의 원인은 수도권과 지방 간 학령인구 불균형국가 재정 지원 격차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학령인구 불균형은 총 인구감소, 지역소멸, 고령화라는 3대 인구리스크 때문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지방의 인구유출은 인구구조의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이것의 핵심 원인은 청년인구(19~34세)의 수도권으로의 이동 및 집중이다. 2020년 수도권 연령집단별 순이동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순유입은 청년인구에서 가장 많았다. 사실상 청년인구의 순이동만으로도 전체 순유입을 넘어선다. 결국 전반적인 학령인구 급감 속에서 학령인구의 지역 간 불균형은 저출산 보다 청년의 수도권, 대도시로의 이동이 크게 영향을 미쳤고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인구 이동통계(*출처 :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
국내 인구 이동통계(*출처 :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

또한 현행 대학의 입학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4년에 약 12.4만명의 입학생이 부족하다고 한다(교육부, 2019년). 대학 입학 시 수도권 일반대로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등교육 학령인구의 지역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충원율을 비교한 결과(2021년 교육부 발표), 수도권 보다 비수도권, 일반대 보다 전문대에 학생 미충원이 집중되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대학 중도탈락이 가속화되고(2017년 중도탈락률 4.1% → 2019년 4.6%), 최근 3년간 지방 국립대에서 조차 자퇴생이 급증하고 있다(예시: 경북대 2017~2019년 2,050명). 

다음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 국가 개정 지원 격차도 교육·인재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일반대학이 전문대학 보다 더 많았고, 2020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수도권(2,832.3만원)이 비수도권(2,505.7만원) 보다 더 많았다. 

대학재정 지원은 수도권이 높지만 연구 성과는 지방의 성과가 크다는 발표도 있다(대학체제 새판 짜기, 반상진, 2021년). 즉 정부 대학재정 지원 규모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연구 성과는 오히려 지방 소재 대학이 우수한 편이라는 것이다. 재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3년간 학생 1인당 교육비와 2020년 학생 1인당 교육비(*출처 : 대학정보공시자료, 2021.)
최근 3년간 학생 1인당 교육비와 2020년 학생 1인당 교육비(*출처 : 대학정보공시자료, 2021.)

지역불균형도 교육·인재 양극화 원인

학령인구와 재정지원 문제 이외에 지역불균형도 교육 양극화의 원인으로 인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에 1,000대 기업 본사 75.4%(754개소)와 인구 50.2%(2,604만명)가 밀집되어 있고, 이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액이 72.1%(389조원)이나 되고, 지역 내 총생산(GRDP)은 52.0%(1,001조원)에 이른다.

지역불균형은 자본과 소득의 양극화로도 나타난다. 매출 1,000억 벤처기업의 수도권 비율이 62.2%(384개)이며, 1,000억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수도권 비율이 92.6%(148개)이나 되며, 창업 투자회사의 수도권 비율이 91.3%(136개)이다. 그래서 지역 총 소득의 수도권 비중이 55.6%(1,080조원)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 과밀화와 경쟁 격화는 수도권 청년들의 고통과 지방 소멸위기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 교육정책 새판 짜기

청년 교육정책 새판 짜기는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가 가장 핵심이다.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는 안정적인 재정지원,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 폐지 등 다양한 정책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본 칼럼에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효율적인 정책추진을 위한 인재양성정책 혁신방안 위주로 제안한다.

첫째, 첨단 신기술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39년 전에 만들어진 정원규제 등 대학설립요건(정원·교원·교육과정·시설 등)의 규제를 종합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수업의 일반화로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존 캠퍼스 중심의 대학 설립 및 운영 요건은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 간 학사교류, 공유형 연합대학, 공동학위제 등 대학 정책들에 비춰 봐도 대학 설립·운영 요건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첨단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서 신산업 분야 대학(원)의 설치 요건을 완화하고, 신산업 분야 학과는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대학이 아닌 기업이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이고 기업은 해외에서 인력을 찾게 될 것이다.

둘째, 대학, 지자체, 기업, 연구소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정립하고 확산해야 한다. 특히 지방 대학의 재정여건과 물적·인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등교육 분야 교육의 연계협력 중심을 대학 간 공유성장 교육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의 지역혁신플랫폼을 확대하여 지역특화형 공유대학 모델의 창출·확산을 지원하는 한편, 디지털 혁신공유대학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대학이 공동으로 신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들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공유대학 사례(* 출처: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 교육부, 2021.3.1.)
공유대학 사례(* 출처: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 교육부, 2021.3.1.)

셋째, 신기술분야 융복합 교육 및 학제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먼저 신기술분야 융복합 교육은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를 신설하여 첨단분야 고급 인재의 조기 양성 및 사회진출을 도울 수 있다. ‘대학 간’ 또는 ‘대학 내’ 학과 간 협업을 통하여 일반 또는 이공계학과(3.5년)와 SW·AI 석사과정(1.5년)을 운영하는 대학을 선정하여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기존의 ‘대학 내’에서 ‘대학 간’으로 학석사 연계과정을 확대하여 대학 간 벽을 허물고 첨단기술과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다.

예컨대 지방대와 수도권(거점국립대) 간 연계모델의 경우 지역 인재 양성과 석사급 SW·AI인재 육성이 동시에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학제 간 융합연구 활성화는 대학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발휘해 혁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대학 융합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자율적 혁신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서 대학이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품목만 정해진 테마를 제시하고 과제는 연구자가 직접 기획하도록 할 수 있다.

넷째,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대학에서 도시 수준의 생활과 업무가 가능한 캠퍼스 혁신파크를 설치하거나, 대학 캠퍼스에 공장이 설립되고 제품 생산까지 할 수 있게 대학 내 도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전자인 캠퍼스 혁신파크사업은 대학의 유휴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고 기업입주 공간 건축, 정부의 산학연 협력 및 기업역량 강화 사업 등을 집중해 지방 대학을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기존 혁신파크사업은 주로 부지가 넓은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고, 대학의 상품 판매 등 상업적 행위가 제한돼왔다.

따라서 대학 내 공장 설립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정비하여 친환경·첨단 도시형 공장의 설립과 공장에서의 제품 생산을 허용해야 한다. 독일 베를린의 ‘위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단순한 과학 산업단지가 아니고 도심공원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 여가활동을 자연환경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도시 안의 도시’라는 개념으로 대학뿐 아니라 위락시설, 쇼핑시설, 의료시설을 갖춰 생활과 업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복합도시의 개념이다.
뉴노멀 시대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 맞춰 학습자 중심의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뉴노멀 시대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 맞춰 학습자 중심의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 맞춰 학습자 중심의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디지털 가상 융합 캠퍼스, 온라인 학위과정 활성화, 우수 온라인 교육콘텐츠(MOOC) 확충이 시급하다. 또한 학생이 스스로 전공프로그램을 설계·이수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를 유연화하고,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의 참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뉴노멀 시대에 고등교육이 변화와 혁신하지 않으면, 대학 내 교수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기금이 바닥나게 된다. 직접 인력을 양성하던 기업도 이마져 어려워지면 우수한 인재를 찾아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도 버티지 못하고 지역불균형이 가속화 될 것이다.

이제는 대학이 국가와 지역 사회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대학, 정부, 지자체, 기업, 연구소, 지역 주민이 상생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한다. 대학의 종말은 진행 중이고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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