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만에 자투리 공간을 쉼터로! 서울숲 '72시간 왕중왕전'

시민기자 정혜린

발행일 2021.11.18. 14:02

수정일 2021.11.18. 14:05

조회 1,123

공원의 짜투리공간이 정원으로

가을의 끝이 저물고 있다.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고,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단풍들은 찬란하게 낙엽이 된다. 반짝 피었다 지는 이 가을,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잘 즐길 수 있을까? 때마침 단풍놀이로 유명한 서울숲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바로 ‘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이다.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서울숲의 모습 ⓒ정혜린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서울숲의 모습 ⓒ정혜린

72시간 왕중왕전은 72시간만에 시민들이 직접 서울의 자투리 공간을 쉼터로 재탄생시키는 공공 프로젝트다. 2012년~2020년 수상팀 중 선발된 팀들의 다섯 작품이 서울숲에 조성돼 있다. 저마다의 작품에서는 모두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잘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바쁜 현대인에게 쉼과 위안의 메시지도 전한다. 
서울숲에 72시간 왕중왕전 행사를 알리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정혜린
서울숲에 72시간 왕중왕전 행사를 알리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정혜린

2012년부터 시작된 72시간 프로젝트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784명의 시민과 전문가, 학생이 모여 서울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78개소를 조성하며, 점진적으로 서울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왔다. 10주년을 기념한 올해는 역대 수상팀 중 5팀을 선발한 ‘왕중왕전’이 기획됐다. 서울숲에 다양한 쉼터를 조성했고 이 중에서 최고의 정원작가 뽑는 것이다. 

총 5개의 작품들은 왕중왕전이 무색할 만큼 서울숲 조각공원 옆에 아름다운 단풍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며 설치됐다. 작품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을 넘어 몸소 체험해보면 자연을 더욱 맛깔나게 즐길 수 있다. 

'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 5개 작품 소개

첫 번째 작품은 어반그라데이션의 ‘나무사이’다. 2018년도 우수상을 수상했던 이 팀은 ‘도시를 바꾸는 점적인 변화’라는 주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틈’을 강조한 이번 작품은 답압으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음지식물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사람들이 그 사이를 자유로이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마련했다. 식물을 택배상자에 포근하게 담아 놓은 듯한 이미지다. 자연과 사람이 따로 또 함께 하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자상함이 느껴진다.
어반그라데이션의 ‘나무사이’ 작품 설명 ⓒ정혜린
어반그라데이션의 ‘나무사이’ 작품 설명 ⓒ정혜린
답압으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식물과 산책로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정혜린
답압으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식물과 산책로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정혜린

두 번째 작품은 모였SWU의 ‘그 틈 사이로’다. 2020년도에 ‘모여라 多같이’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팀이다. 이 작품 또한 답압으로 생장이 어려운 식물들과의 공존하는 법을 모색했다. ‘나무사이’ 작품과 ‘틈’이라는 키워드는 같지만 색상이 확연히 달라 눈길을 끈다. 과감한 마젠타 색은 산책로 아래에 피운 초록 식물과의 보색 대비를 이루며 서로를 부각시키고 생동감 넘치는 정원을 연출한다.   
모였SWU의 ‘그 틈 사이로’ 작품 설명 ⓒ정혜린
모였SWU의 ‘그 틈 사이로’ 작품 설명 ⓒ정혜린
마젠타 색으로 칠해진 작품은 쉽게 지나쳤던 초록 식물들에 한번 더 눈길이 가게 한다. ⓒ정혜린
마젠타 색으로 칠해진 작품은 쉽게 지나쳤던 초록 식물들에 한번 더 눈길이 가게 한다. ⓒ정혜린

세 번째 작품은 리스케이프의 ‘수목연(樹木緣)’이다. 이 팀은 2014년도에 ‘간이역’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목연’은 커다란 크기에, 벤치라고 하기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설치됐다. 조심스레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와 어우러진 단풍들의 흔들림을 자연스레 감상했다. 산책할 때, 혹은 일반 벤치에 앉아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2개의 공간으로 나뉘며 숲을 양방향으로 바라보며 나무들과 시선을 주고 받는다. 작품명 그대로 살아있는 나무와 새로운 방식으로 연을 맺는 느낌이다.
리스케이프의 ‘수목연(樹木緣)’ 작품 설명 ⓒ정혜린
리스케이프의 ‘수목연(樹木緣)’ 작품 설명 ⓒ정혜린
수목연은 숲의 양방향과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정혜린
수목연은 숲의 양방향과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정혜린

네 번째 작품은 일사천리 팀의 ‘두 번째 풍경’이다. 2017년도에 ‘1분의 행복’이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풍경’은 가을의 무르익음, 차분함과는 대비를 이루는 산뜻한 민트색이 칠해져 있다. 조형물은 다양한 높낮이를 이루고, 테이블과 의자를 받치고 있는 기둥 또한 일반적인 가구처럼 수직이 아니다. 이러한 특색은 숲의 선율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숲이 이루는 파도처럼 조형물은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고, 기둥은 위로 올라갈수록 가지의 풍성함이 더해지는 나무를 형상화했다.  
일사천리 팀의 ‘두 번째 풍경’ 작품 설명 ⓒ정혜린
일사천리 팀의 ‘두 번째 풍경’ 작품 설명 ⓒ정혜린
사계절 내내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두번째 풍경으로 사람들에게 쉼을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지녔다. ⓒ정혜린
사계절 내내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두번째 풍경으로 사람들에게 쉼을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지녔다. ⓒ정혜린

마지막 작품은 동작보슈의 ‘Rest Art Re Start!’다. 이 팀은 2017년 정독도서관의 꿈다방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에는 둥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작품을 선보였다. 과거 서울숲에 위치했던 승마훈련장의 말발굽을 연상시키는 폐페트병 리사이클링 작품으로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조형물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시선을 마주하며 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숲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까지 다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동작보슈의 ‘Rest Art Re Start!’ 작품 설명 ⓒ정혜린
동작보슈의 ‘Rest Art Re Start!’ 작품 설명 ⓒ정혜린
폐 페트병을 활용한 말발굽 디자인 작품으로 둥그렇게 마주 앉을 수 있는 'Rest Art Re Start!' ⓒ정혜린
폐페트병을 활용한 말발굽 디자인 작품으로 둥그렇게 마주 앉을 수 있는 'Rest Art Re Start!' ⓒ정혜린

72시간 왕중왕전 이벤트 참여방법

필자는 72시간 왕중왕전 모든 작품들을 구경하다 보니 늦가을을 더욱 풍성히 즐길 수 있었다. 미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환경과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작품마다 담겨있어 감동을 주었다. 이 행사는 오는 18일 축제의 막을 내린다. 대상, 우수상 2팀, 장려상 2팀 시상을 하는데 어떤 팀이 뽑힐 지 예상하는 이벤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왕중왕을 맞혀라 이벤트
왕중왕을 맞혀라 이벤트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인스타그램

참여방법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참가팀의 60초 인터뷰 영상을 시청한 후 우승이 예상되는 팀에 응원 댓글을 남기면 된다. 인스타드램 ‘왕중왕전을 맞춰라’ 게시물에 ‘이벤트 참여 완료’ 댓글을 남기면 이벤트 참여가 완료되고, 이 중 20명을 선정해 소정의 상품을 선물한다. 이번 가을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서울숲에서 72시간 왕중왕전 작품도 감상하고 이벤트도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숲 작품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정혜린
서울숲 작품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정혜린

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

○ 기간: ~11월 18일 (목)
○ 내용: 2012~2020년 수상팀 중 공모를 통해 선정된 최종 5팀 대상으로 왕중왕전 실시
72시간 왕중왕전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인스타그램

시민기자 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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