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2년 '평화문화진지'에서 희망을 찾다

시민기자 이봉덕

발행일 2021.11.08. 14:50

수정일 2021.11.08. 15:45

조회 3,146

분단의 아픈 역사를 위로하며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서울의 역사명소가 있다. 도봉구와 의정부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서울미래유산 '평화문화진지'다. 대결과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와 창조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역사 시설물을 관람할 수 있는 도봉구의 평화문화진지 ⓒ이봉덕
역사 시설물을 관람할 수 있는 도봉구의 평화문화진지 ⓒ이봉덕

대결과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와 창조의 공간으로

원래 평화문화진지는 조선시대 다락원이 있던 자리다. 다락원은 나라 일로 여행하는 관리들이 쉬거나 잠을 잘 수 있던 공공 숙박시설이었다. 1950년 6.25 전쟁 시 탱크를 몰고 침공했던 북한군의 재침에 대비해 전쟁이 끝난 후 이곳에 대전차 방호시설이 지어졌다. 방호시설의 주거공간은 노후돼 2004년 철거됐고 군사 시설에 해당하는 1층은 그대로 방치돼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했다. 이곳이 문화 공간이 되어 2017년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평화문화진지에서 역사를 간직한 구조물과 시설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봉덕
평화문화진지에서 역사를 간직한 구조물과 시설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봉덕
벽에 전시된 대전차 방호벽 역사와 베를린 장벽에 관한 기록물 ⓒ이봉덕
벽에 전시된 대전차 방호벽 역사와 베를린 장벽에 관한 기록물 ⓒ이봉덕

기록물은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감격의 순간을 전하고 있다. 동독이 건설한 베를린 장벽은 동베를린과 그 밖의 동독으로부터 서베를린을 분리하는 장벽이었다. 동독에서 탈주자가 많아지자 이를 막으려고 1961년에 만들어졌으나, 1989년 11월 9일 자유 왕래가 허용된 이후 장벽은 차례로 붕괴되었다.
평화문화진지에 전시된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실물 3면 ⓒ이봉덕
평화문화진지에 전시된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실물 3면 ⓒ이봉덕

다가오는 11월 9일은 1989년 냉전의 상징이자 독일 분단을 상징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2년이 되는 날이다. 베를린 장벽 기증자 엘마어 프로스트(Elmar Prost)는 "이 장벽이 계속해서 통일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평화문화진지 옥상에 곧게 뻗은 산책길은 마치 통일로 가는 직행로처럼 보인다. ⓒ이봉덕
평화문화진지 옥상에 곧게 뻗은 산책길은 마치 통일로 가는 직행로처럼 보인다. ⓒ이봉덕
2층 옥상에 설치된 베를린, 금강산, 평양, 독도까지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 ⓒ이봉덕
2층 옥상에 설치된 베를린, 금강산, 평양, 독도까지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 ⓒ이봉덕

옥상에 설치된 이정표에는 ‘베를린 8,128km, 금강산 148km, 평양 186km, 독도 428km’라고 쓰여있다. 평양까지 148km, 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와 같다. 두 시간이면 평양에 도착할 수 있다니! 분단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화해와 통일을 염원해보았다. 
대결과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와 창조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평화문화진지 ⓒ이봉덕
대결과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와 창조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평화문화진지 ⓒ이봉덕

평화문화진지는 외부 전망대와 1동~5동까지 시민동과 문화동, 예술동, 평화동 등으로 구성됐으며, 공연장과 연습실, 스튜디오, 세미나실, 전시실, 공유공방, 커뮤니티실, 카페테리아 등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서울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 25부작' 사업으로 제작된 작품 ⓒ이봉덕
코로나19 서울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 25부작' 사업으로 제작된 작품 ⓒ이봉덕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고, 활동이 침체된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8월부터 코로나19 서울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 25부작'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제작된 작품, 진 케이리 작, ‘유토피스트(Utopist)’가 이 곳에 설치됐다. 유리 작품의 화사한 이미지가 바닥에 투사돼 평화광장 일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작품 속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전시관은 예술인·단체의 창작활동과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이봉덕
전시관은 예술인·단체의 창작활동과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이봉덕
평화문화진지는 문화예술 창작공간과 다양한 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봉덕
평화문화진지는 문화예술 창작공간과 다양한 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봉덕

희망의 오월,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피어나는 '서울창포원'

평화문화진지 바로 옆엔 세계 4대 꽃 중 하나인 붓꽃이 피어나는 특수생물원 ‘서울창포원’이 자리하고 있다. 1만 6,000 여 평에 붓꽃원, 습지원, 약용식물원 등을 조성해 관리하는데, 매년 5, 6월이 되면 붓꽃의 신비로운 보라빛깔이 세상을 가득 덮는다. 이곳은 서울둘레길 1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둘레길 안내센터가 있으며, 동문으로 나가면 바로 중랑천이 흐르고 있다.
붓꽃원은 5월이면 화사한 붓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봉덕
붓꽃원은 5월이면 화사한 붓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봉덕

창포원 붓꽃원에는 노랑꽃창포, 부처붓꽃, 타레붓꽃, 범부채 등 '붓'모양의 꽃봉오리로 된 붓꽃류 130여 종의 붓꽃 30만 본을 심어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초화원에는 꽃 나리, 튤립 등 화려한 꽃들이 계절 별로 피어난다. 또한 약용식물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약용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각종 수생식물과 습지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된 습지원 관찰 데크 ⓒ이봉덕
각종 수생식물과 습지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된 습지원 관찰 데크 ⓒ이봉덕
공원에는 가족들이 함께 나와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봉덕
공원에는 가족들이 함께 나와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봉덕

대결과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공존, 문화와 창조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평화문화진지에서 분단의 아픔을 돌아보며 평화의 희망을 꿈꾸어 보았다. 붓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봄이 오면 청포원에 화사하게 피어날 붓꽃처럼 기쁜 소식으로 가득한 눈부신 미래를 상상해본다. 
알록달록 가을 숲 길을 노부부가 다정하게 거닐고 있다. ⓒ이봉덕
알록달록 가을 숲 길을 노부부가 다정하게 거닐고 있다. ⓒ이봉덕

평화문화진지

○ 위치 : 서울 도봉구 마들로 932
○ 운영시간 : 10:00 ~ 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홈페이지 : https://culturebunker.or.kr/
○ 문의 : 02-3494-1970

서울창포원

○ 위치 : 서울 도봉구 마들로 916
○ 운영시간 : 05:00 ~ 22:00
○ 홈페이지 : http://parks.seoul.go.kr/irisgarden
○ 문의 : 02-954-0031

시민기자 이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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