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깊어가는 당현천 달빛 따라 산책 가실래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10.26. 14:17

수정일 2021.10.26. 14:22

조회 1,672

2021 노원달빛산책 ‘달, 지구를 보다’ 개최…오는 11월 7일까지 운영
노원달빛산책 ‘달, 지구를 보다’가 오는 11월 7일까지 당현천 일대에서 열린다.
노원달빛산책 ‘달, 지구를 보다’가 오는 11월 7일까지 당현천 일대에서 열린다. ⓒ이선미

지난해 ‘달빛’을 주제로 열렸던 노원달빛축제, 올해는 ‘달에서 본 지구’라는 주제로 산책이 시작됐다. 가을빛 깊어가는 당현천 2km의 물길에 150여 점의 등(燈)과 조각 작품 전시가 한창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구 환경에 대한 성찰도 커지고 있다. 2021 노원달빛축제는 환경오염으로 아픈 지구와 일상을 되찾지 못한 채 아픈 우리를 염려하고 고민하는 작품들이 흐르는 물을 배경으로 설치됐다.
밤이 되자 더욱 반짝이는 노원달빛산책 아래 '고래가족'
밤이 되자 더욱 반짝이는 노원달빛산책 아래 '고래가족' ⓒ이선미
달과 별, 지구를 형상화한 에드벌룬이 뜬 당현천에 달빛노을산책이 시작된다.
달과 별, 지구를 형상화한 에드벌룬이 뜬 당현천에 달빛노을산책이 시작된다. ⓒ이선미

대표 작품으로 소개된 ‘치유의 꽃’에도 그 마음이 담겼다. 서로 떨어져 있는 세 개의 꽃이 어느 시점에서 보면 한 송이의 꽃으로 완성된다. 거리두기 때문에 고립됐지만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라는 의미가 하나의 꽃으로 활짝 피어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는 칼릴 지브란의 잠언을 형상화한 느낌이었다. 붉은 꽃 한 송이가 어둠 속에서도 따뜻했다. 
세 개의 꽃잎이 하나의 꽃으로 완성되는 ‘치유의 꽃’
세 개의 꽃잎이 하나의 꽃으로 완성되는 ‘치유의 꽃’ ⓒ이선미

‘지금과 내일’ 작품에서 만나는 남자와 여자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고립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오늘은 뒤돌아선 채 각자의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거울을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내일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담았다. 
따로 멀찍이 있는 남자와 여자가 뒤쪽 거울을 통해 보면 서로를 마주본다. 재미있는 작품 앞에 시민들의 발길이 멈췄다.
따로 멀찍이 있는 남자와 여자가 뒤쪽 거울을 통해 보면 서로를 마주본다. 재미있는 작품 앞에 시민들의 발길이 멈춘다. ⓒ이선미

‘희망의 관점’도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또 다른 작품이다. 두 그루 단풍나무에 매달린 2,021개의 단풍잎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나무가 어느 순간 한 마리 새가 되는 신기루를 경험할 수 있다. 원래 각각의 단풍잎에 구민들의 희망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는데, 거리두기 4단계로 방역이 강화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두 그루의 단풍나무가 어느 순간 날아가는 새로 보이는 ‘희망의 관점’
두 그루의 단풍나무가 어느 순간 날아가는 새로 보이는 ‘희망의 관점’ ⓒ이선미
가정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나무가족’
가정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나무가족’ ⓒ이선미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하던 큐브 위의 토끼 ‘달집(Moon house)’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하던 큐브 위의 토끼 ‘달집(Moon house)’ ⓒ이선미

초청작가 5인의 특별전도 빛을 발한다. 인송자 작가의 ‘혼돈, 균형’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다. 비록 위태롭게 서 있지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육면체가 혼돈 상황에서도 균형을 찾아 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했다. 
'혼돈, 균형'은 위태롭지만 균형을 이루며 서있는 팬데믹 시대의 우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혼돈, 균형'은 위태롭지만 균형을 이루며 서있는 팬데믹 시대의 우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선미

"어, 이거 움직인다! 너도 봤어?" 아이들은 쪼그리고 앉아 숨 쉬는 ‘공룡알’을 한참 지켜보았다. 물소리 들리는 어둠 속에 푸른 공룡알이 생명체처럼 숨을 쉬었다. 오종선 작가의 ‘숨’은 숨 쉬듯 살아 움직이는 공룡알을 통해 생명체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작품이다. 거대한 공룡알이 숨 쉬는 걸 가만히 바라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도 그 숨결에 맞춰 숨을 쉬게 된다. 우리 모두 숨을 쉬고 있다. 아이도 어른도 천천히 지나가며 알아차린다.

이어 만나게 되는 당현2교 아래 설치된 최성균 작가의 ‘물소리, Moon’은 빛과 거울을 이용해 달빛의 반짝거리는 속삭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두워진 당현천에 반짝이며 숨을 쉬는 공룡알 ‘숨’
어두워진 당현천에 반짝이며 숨을 쉬는 공룡알 ‘숨’ ⓒ이선미
달빛에 반짝이는 ‘물소리, Moon’
달빛에 반짝이는 ‘물소리, Moon’ ⓒ이선미

이번 축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구민들과 함께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희망의 집’은 ‘희망의 집짓기’ 프로그램 참여 구민들과 작가들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 원하는 시민은 스마트폰을 진행요원에게 맡기고 희망의 집에 들어가 가족이나 친구와 단 10분 동안이라도 그들만의 대화를 해볼 수 있다. 
‘희망의 집짓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희망의 집’
‘희망의 집짓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희망의 집’ ⓒ이선미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희망의 집에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희망의 집에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선미

‘희망 지구’는 ‘희망 지구 만들기’ 참여 프로그램으로 환경오염과 팬데믹 환경에 놓인 지구를 생각하며 플라스틱 뚜껑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제작에는 유치원생, 초등학생과 부모들을 비롯한 노원구민 120명과 주변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했다. 커다란 지구를 중심으로 나열된 열두 동물은 바로 12간지다. 어르신들은 금세 알아차리고 “용은 어딨지?”, “저건 원숭이 맞지?”라며 즐거워한다. 어린이들 역시 동물들을 알아보며 신이 났다.
구민들과 협업해 완성한 '지구, 12지 동물'는 인기 만점이다.
구민들과 협업해 완성한 '지구, 12지 동물'는 인기 만점이다. ⓒ이선미

노원달빛산책 ‘달, 지구를 보다’는 내달 7일까지 이어진다. 좀 더 깊이있게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작품해설 프로그램인 달빛해설사 투어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노원문화재단 공식 유튜브에서는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작품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생각하는 작품들을 만나며 가을빛 물드는 당현천을 찾는 시민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노원달빛산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달빛, 희망을 노래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구민들의 글귀로 마련된 달빛백일장
‘달빛, 희망을 노래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구민들의 글귀로 마련된 달빛백일장 ⓒ이선미
거리두기를 위해 작품의 간격을 더 유지했고 진행요원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챙기고 있다.
거리두기를 위해 작품의 간격을 더 유지했고 진행요원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챙기고 있다. ⓒ이선미

■ 2021 노원달빛산책

○ 장소 : 중계역(당현3교)~상계역(수학문화관) 당현천 2km 일원
○ 운영시간 : 2021. 10. 21.(수)~11. 7.(일) 18:00∼22:00
달빛해설사 투어 참여 모집
노원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 문의 : 축제사무국 02-2289-3464, 3466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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