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약, 쓰레기봉투에 그냥 버리면 안된다?

시민기자 김민채

발행일 2021.10.13. 15:30

수정일 2021.10.13. 18:16

조회 13,428

폐의약품 올바르게 처리하는 방법

몸이 아프면 꼭 먹어야하는 게 약이다. 그렇다면 먹다 남은 약이나 사용 기한이 지난 영양제 등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를 보면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변기에 버린다는 응답이 55.2%로 절반이 넘었다. 이에 반해 약국, 보건소 등에 비치된 수거함에 배출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아프면 먹게 되는 약 함부로 버리면 환경을 파괴하고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
아프면 먹게 되는 약. 함부로 버리면 환경을 파괴하고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 ⓒ김민채

요즘은 필자처럼 집안에 상비약품을 비축해 두고 있는 가정도 많을 것이다. 감기약, 해열진통제를 비롯해 각종 연고제와 소독제 등이 생활 필수품이 됐다. 이러한 상비약품은 필요할 때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쓰지 않고도 사용 기한이 지나는 경우가 많다.

폐의약품,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면 환경오염!

약은 종류마다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 효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올바른 보관법이 중요하고, 기한이 지난 폐의약품을 버리는 일도 환경오염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폐의약품이 매립되거나 하수구로 버려질 경우 항생물질과 같은 약 성분이 토양이나 지하수, 하천에 유입돼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균 확산 초래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필자는 환경보호를 위해 직접 폐의약품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 봤다. 
사용 기간이 경과했거나 복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상비약품이 이렇게나 많다.
사용 기간이 경과했거나 복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상비약품이 이렇게나 많다. ⓒ김민채

가장 먼저 집에 사용 기한이 지나 복용할 수 없는 약이 있는지 찾아봤다. 비축해 둔 의약품은 약국에서 구매한 종이 박스에 들어있는 알약, 연고제 등이며, 병원에서 처방한 먹다 남은 조제약도 있었다. 이 중엔 같은 증상이 생기면 ‘다시 쓸 일이 있겠지’ 하며 보관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디가 아플 때 사용하는 약인지도 헷갈리고, 결국 사용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다시 새로운 약을 사게 된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약품상자에는 폐의약품들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었다.

상비약품 언제까지 보관 가능할까?

정제, 캡슐 등 생산 형태 그대로 보관하는 약은 해당 종이박스에 표기된 기한만큼 보관 가능하다. 대체로 3년이다. 시럽제는 조제 후 냉장보관 7~14일, 처방받은 안약은 개봉 후 한 달, 그리고 연고류의 경우 미개봉 시 3년이나 개봉 후 6개월 이내에 사용하고 버려야 한다. 

조제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조제 시점에서 해당 약의 조제일수까지가 사용 기한이다. 만약 복용 후 일부 남은 약을 보관해서 향후 다시 복용하고자 한다면, 온도, 습도, 보관 일자가 약마다 다르니 주의해야 한다. 필자가 이용하는 동네 약국 약사에게 물으니 적정온도(25°C 이하 서늘한 곳)와 습도(60% 이하의 건조한 곳)를 유지할 수 있다면 6개월 이내로 보관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약국 조제약은 원칙적으로 조제 시점에서 해당 약의 조제일수까지가 기한이다.
약국 조제약은 원칙적으로 조제 시점에서 해당 약의 조제일수까지가 기한이다. ⓒ김민채

폐의약품은 ‘약국, 보건소’ 전용수거함에 쏙!

일단 약 복용 전 유통 기한을 확인하고 날짜가 지났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복용기간이 지난 폐의약품은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폐의약품 수거함)에 가져다 주면 된다. 이렇게 모인 폐의약품은 전문처리시설에서 분류 후 소각된다. 그런데 폐의약품을 약국, 보건소 등에 가져다 주는 게 다는 아니다. 약 종류에 따라 배출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약을 담을 봉지를 하나 준비한다. 모든 약은 포장지를 제거하고 약만 모아서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사용기한이 지난 변비약, 개봉한 지 6개월 이상 경과된 연고류, 사용 기간이 2개월 지난 지사제 등
사용기한이 지난 변비약, 개봉한 지 6개월 이상 경과된 연고류, 사용 기간이 2개월 지난 지사제 등 ⓒ김민채

조제약의 경우, 개인 정보가 있는 약 봉투와 비닐포장지는 일반쓰레기로 버린 후 남은 알약만 모은다. 눌러야 나오는 포장방식의 알약은 케이스를 분리하고 알약만 따로 배출한다. 물약이나 시럽형으로 된 액체류는 병에 모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모아준 뒤 새지 않게 밀봉한 후 처리한다. 가루약은 가루약끼리 한 곳에 모으고, 캡슐 안에 가루가 들어있는 형태의 알약도 가루들만 빼내어 모아준다. 또 연고, 안약, 코 스프레이, 천식 흡인제와 같이 특수 용기에 보관된 약은 무리하게 내용물을 버리기보다 그대로 전용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약은 포장지를 제거하고 약만 따로 모아서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약은 포장지를 제거하고 약만 따로 모아서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김민채

필자는 사용 기한이 지난 알약과 미복용 조제약의 포장지를 제거하고 약만 모아서 주로 약국 폐의약품 수거함에 분리배출 해왔다. 평소에 자주 가는 약국에 별도의 수거함이 비치돼 있지 않았는데, 약사에게 문의하니 흔쾌히 받아주었다. 약국에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라면 종량제 봉투에 그냥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약사에게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를 권해 보았다. 

동주민센터·구청·복지관 등 공공시설 542개소에 수거함 확대

한편, 서울시는 시민들이 폐의약품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폐의약품 수거 체계를 개선해 오는 12월까지 동주민센터, 구청, 복지관 등 공공시설 542개소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확대 설치한다고 한다. 재활용품처럼 폐의약품도 따로 분리배출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폐의약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도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한 시민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수거장소를 확대하고,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 장소도 서울시, 자치구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바른 폐의약품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홍보물 제작 및 배포 등 홍보 또한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니 반갑다. 
폐의약품 수거함 예시
폐의약품 수거함 예시 ⓒ서울시

공동주택 '폐의약품 집중 수거의 날 운영’ 시범사업도

이 외에도 공동주택 재활용품 분리배출일 중 월 1회, 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폐의약품 집중 수거일’도 10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공동주택에는 서울시가 폐의약품 배출방법 홍보물 및 수거용기 등을 지원하며, 배출된 폐의약품은 자치구에서 수거해 소각시킨다. 참여 문의는 거주하는 자치구로 하면 된다.

올바른 폐기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가정 내 약을 지나치게 비축해두지 않는 것이다. 기본 상비약으로 종합 감기약, 알레르기 약, 두통약, 지사제, 소화제, 종합 피부질환 치료제, 근이완제 정도를 한 통씩 구비해두면 야간에도 급하게 약국을 찾는 일이 줄고 병원이나 약국의 영업시간까지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상비약은 각 한 통씩 구비하고, 평소에 편두통이 심하다든지 비염이 심하면 그에 상응하는 약들을 한두통씩 더 구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용기한이 표시된 포장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오래 방치된 약,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면 쉽고 편하긴 하겠지만 약의 화학성분이 다시 우리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을 찾아 꼭 분리배출을 실천해보자. 

■ 의약품 제형별 버리는 방법

- 정제 또는 시럽 형태의 의약품 : 알약 또는 캡슐만 따로 비닐에 모아 밀폐 후 배출
- 물약, 시럽제 약물 : 하나의 플라스틱 투약병에 모아서 배출
- 안약, 연고, 바르는 물약 : 2차 포장재(종이갑 등) 제거 후 의약품만 배출
- 가루약 : 약 포지 상태로 모아서 배출

시민기자 김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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