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감정서가’ 사용법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10.08. 11:00

수정일 2021.10.08. 15:39

조회 6,502

다양한 펜과 색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간
용산 센트럴파크타워 1층에 자리한 '감정서가' 입구
용산 센트럴파크타워 1층에 자리한 '감정서가' 입구 ⓒ김윤경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누구나 너무 좋아서 숨겨두고 싶은 공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필자에게는 ‘감정서가’가 그런 곳이다. 용산역 건너편 센트럴파크타워 1층에 위치한 감정서가는 2020년 11월 서울시가 예술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개관해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차분한 분위기에 연두빛 작품으로 둘러 생동감을 더한 공간이다.  
문장을 통해 예술경험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시민공간이다.
문장을 통해 예술경험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시민공간이다. ⓒ김윤경

필자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잠시 이곳에 들른다. 벽에 걸린 다양한 감정카드를 읽고, 여러 필기도구로 필사하거나 내 감정을 끄적이며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그러는 동안, 울적했던 감정은 자연스레 풀어지기도 했다. 
차분한 분위기의 감정서가 내부
차분한 분위기의 감정서가 내부 ⓒ김윤경
다양한 문구를 실은 감정카드가 색색이 걸려 있다.
다양한 문구를 실은 감정카드가 색색이 걸려 있다. ⓒ김윤경

이곳은 2층, 정확하게는 중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입장(入場), 문장(文張), 원탁(原卓), 책장(冊欌)으로 구분돼 있다. 벽에 걸린 많은 감정카드를 읽고 다양한 필기구를 이용해 필사하거나, 조용히 앉아 마음을 정리하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가 낮았을 때는 텀블러를 가져오면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2층 중층은 워크숍과 전시, 작업이 이루어진다.
2층 중층은 워크숍과 전시, 작업이 이루어진다. ⓒ김윤경

2층, 중층(重層)은 워크숍 공간과 전시 공간, 작업 공간 등으로 나뉜다. 빙 둘린 테이블에는 여러 개의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을 연결해 긴 글을 써 봐도 좋다. 대신 공용 WIFI는 없다. 여긴 정보가 아닌 감정을 들여다보는 곳이니까.

감정서가 사용법

감정서가는 화~토요일 11시와 15시 하루 2회 예약할 수 있고, 한 번에 4시간씩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표현하고픈 감정이 많으면 연속 예약해도 좋다. 감정서가 방문과 프로그램은 네이버 예약(https://bit.ly/2YvoM3o)에서 진행하면 된다.
감정서가에서 한 시민이 감정엽서를 적고 있다.
감정서가에서 한 시민이 감정엽서를 적고 있다. ⓒ김윤경

특히 용산역에서 횡단보도를 서너 번 건너면 바로 갈 수 있는 1층에 자리해 접근성도 좋다. 단 처음 갈 때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으니 정확한 주소를 알고 오는 게 좋다. 감정서가 입구에 들어서면 자동 체온 측정 등 절차를 거친 후, 감정서가 이용안내서를 먼저 읽어봐도 좋겠다. 

다양한 필기구 대여

“6가지 정도 만년필과 펜들로 구성된 필기구 세트가 10개 준비돼 있어요. 들어있는 펜촉은 랜덤이고요.” 담당자의 얘기다. 
방문자들에게 색연필과 필기구를 대여해준다.
방문자들에게 색연필과 필기구를 대여해준다. ⓒ김윤경

테이블마다 연필은 있으나, 색연필을 비롯한 펜(두꺼운 판넨, 뾰족한 핑거)등 필기구 세트를 대여해서 사용할 수 있다. 펜촉이 장미모양을 하거나 손가락이 있는 등 접해보지 않아 신기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대여와 카드 아카이빙 등이 가능하다. 물론 가입비는 없다. 
10가지 색색의 잉크들
10가지 색색의 잉크들 ⓒ김윤경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겨울 홍시, 산포도, 소나무 이슬, 대나무 숲 등 이름마저 예쁜 10가지 잉크다. 이 중 원하는 2가지 색을 대여할 수 있다. 필기구 세트 안에는 잉크색을 바꿀 때 필요한 티슈와 알콜솜까지 넣어준다. 만약 다른 잉크와 펜을 사용해보고 싶다면, 컨시어지(가이드)에게 부탁해보자.

감정엽서에 감정 적어보기

1층 책상에는 엽서가 두 장씩 놓여 있다. 자신의 감정도 좋고 벽에 걸린 감정카드에서 훅 들어오는 몇 장을 꺼내 적어볼 수 있다. 다 쓴 감정엽서는 봉투에 넣어 오른쪽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필명과 날짜를 적어 우체통에 넣은 엽서는 나만의 앨범(파일)에 보관해준다. 가끔 들려 앨범을 꺼내 보면 흥미롭다. 차곡차곡 쌓인 엽서 속에서 당시의 내 감정을 추억해볼 수 있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도 볼 수 있다. 
다쓴 엽서는 필명과 날짜 등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다쓴 엽서는 필명과 날짜 등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김윤경

감정표현이 어렵다면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 사이에서 잠시 앉아 쉬는 건 어떨까. 혹은 군데군데 문구 및 전시를 구경하거나 문 앞에 걸린 시민 200여 명이 만든 예술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감정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도 좋은 공간이다.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도 좋은 공간이다. ⓒ김윤경

원래 감정서가는 북카페를 만들 생각이었단다. 그러다 책 문장에서 받은 감동이 감정을 전하고 다시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단다. 처음에는 운영진과 시민들이 명언 등을 필사해 걸어놓았으나 지금은 이달의 문장을 발견해 계속 쌓아간다고.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곳이다. 필사한 후 감정카드를 다시 걸어놓으면 되는데, 같은 색 외에 정해진 자리는 없다. 계속 달라지는 위치 역시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감정서가를 즐기는 법
감정서가를 즐기는 법 ⓒ김윤경
색색의 감정카드가 걸려 있다.
색색의 감정카드가 걸려 있다. ⓒ김윤경

서가의 모임

이곳에서는 작업의 감(感), 대화의 감(感)이라고 불리는 워크숍과 토크도 열고 있다. 필자는 지난여름 쌓인 감정 엽서로 책을 만드는 감정출판 워크숍에 참여했었다. 
워크숍에서 직접 책을 만들 종이를 골라 자르고 꿰매 전시를 했다.
워크숍에서 직접 책을 만들 종이를 골라 자르고 꿰매 전시를 했다. ⓒ김윤경

한 달 동안 매주 3시간씩 교육을 들으며 내용부터 배치, 종이와 방식까지 직접 제본해 자르고 풀칠이나 바느질하며 책을 완성했다. 감정서가에 필자가 만든 책과 다른 참가자의 책이 함께 전시돼 있어 뿌듯하다. 
김원진 작가와 200여 명의 시민이 비대면으로 만든 '감정선' 作
김원진 작가와 200여 명의 시민이 비대면으로 만든 '감정선' 作 ⓒ김윤경

현재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해 시민 1,500명의 신청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택배로 아트위크 키트를 받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회수된 결과물은 감정백과로 묶어 출판될 예정이다. 물론 필자도 신청해 기다리고 있다. 신청은 감정서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마감 때까지 가능하다. 

곧 오픈 예정인 '찬란한 문구점'

1층 한구석을 보면 많은 필기구가 전시된 곳이 있다. 이름하여 ‘찬란한 문구점’. 아직은 공사 중이나 곧 오픈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같은 색이라도 다양한 촉감과 모양의 펜이 벽에 붙어 있다. 아직 어떤 공간인지 자세한 내용은 나오진 않았으나 “더 다양한 펜을 써볼 수 있는 공간이 될 듯싶다”고 담당자는 귀띔해줬다. 
1층에 새로 오픈하는 공간, 찬란한 문구점
1층에 새로 오픈하는 공간, 찬란한 문구점 ⓒ김윤경

늘 나오기가 아쉽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우리에게 감정서가는 천천히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쌓여간 감정은 스스로 비춰 보며, 또 카드나 책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평소 쓰지 않았던 다양한 펜과 그날 마음에 드는 10가지 잉크 중에서 골라 감정을 써보자. 훗날, 이 앨범은 자신을 추억할 소중한 선물이 될 듯싶다. 이런 기회들을 누리는 비용이 무료라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어둑해진 감정서가. 일·월요일을 제외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어둑해진 감정서가. 일·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김윤경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감정서가’에 있다. 은은한 음악이 들리지만, 서걱서걱, 싹싹 종이에 써 내려가는 소리가 있어 더 좋은 공간이다.  
이날 또 한 장의 감정카드 보탰다.
이날 또 한 장의 감정카드를 보탰다. ⓒ김윤경

■ 감정서가

○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센트럴파크타워 1층
○ 방문 예약하기 : https://bit.ly/2YvoM3o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amjungseoga
○ 문의 : 서울예술교육센터 02-3785-3199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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