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퍼머컬처 키친가든 취재기

시민기자 변혜리

발행일 2021.07.23. 09:16

수정일 2021.07.23. 18:03

조회 1,066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유례없는 폭우로 한 지역이 물에 잠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모두 이상기후로 인한 결과이다. 여러 환경단체들과 국제환경기구들은 경고한다. 현재의 생활 양식을 바꾸고, 소비 중심의 문화를 전환하지 않으면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금 새롭게 퍼머컬처(Permaculture)가 주목받고 있다. 퍼머컬처(Permaculture)란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초한 생태문화'이자 '생태윤리에 입각하여 사회의 인프라를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뜻한다. 농(農)의 다원적 가치를 살려 생태적 순환 기능을 잃어버린 도시를 회생하고 생명 시작과 끝의 가치를 알며, 생산적 노동을 창출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이 바로 퍼머컬처가 추구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퍼머컬처 키친가든이란 무엇일까? 간략하게 말한다면 '생태문화형 먹거리정원'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생소하고 낯선 이름의 '퍼머컬처 키친가든'이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안에 자리 잡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혁신을 도모하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이끄는 실험을 시도하는 서울혁신파크, 과연 이곳에서 먹거리정원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곤드레, 곰취, 눈개승마 등 풍성한 잎채소가 돋보이는 만달라정원
곤드레, 곰취, 눈개승마 등 풍성한 잎채소가 돋보이는 만달라정원 ⓒ변혜리
두둑 위로 남천을 심어 화사함을 더하고, 아래는 질소고정을 할 수 있도록 화이트 클로버를 심었다.
두둑 위로 남천을 심어 화사함을 더하고, 아래는 질소고정을 할 수 있도록 화이트 클로버를 심었다. ⓒ변혜리

3, 6호선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도보로 3분 거리에 서울혁신파크가 있다. 북한산 자락에 안겨 많은 등산객이 오고 가는 이곳은 과거 질병관리본부가 있었던 곳이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실험하던 곳에서 이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지로 바뀌었다. 

서울혁신파크 정문의 입구에는 작은 나무집이 있다. 지구를 생각하는 카페(구 비전화카페)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되었지만 한때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던 공간이다.   

정원은 언뜻 보기에도 화려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톱풀, 컴프리, 냉이, 쪽파, 산부추, 두메부추, 달래, 곤드레, 곰취, 눈개승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서울혁신파크를 찾는 이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라 그런 것일까? 다양한 한국 야생화와 산채류가 가득하다. 두둑 위에는 남천이 화사함을 더하고, 아래는 질소를 고정하고, 해충을 쫓는다는 화이트 클로버, 한련화, 메리골드가 심겨 있다. 두 토양이 만나는 두둑의 가장자리에는 상추, 근대 등의 엽채류와 식용꽃인 나스터튬도 보인다.  
비가 오면 물을 담수하여 연못을 채우고, 갈사초와 수크령, 꽃창포를 심어 생태연못을 화사하게 꾸몄다.
비가 오면 물을 담수하여 연못을 채우고, 갈사초와 수크령, 꽃창포를 심어 생태연못을 화사하게 꾸몄다. ⓒ변혜리

퍼머컬처 키친가든의 뒤쪽에는 비가 오면 생기는 생태연못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비와야 연못'. 이곳은 키친가든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주변의 큰 나무와 건물 때문에 더 햇빛이 적고 습한 곳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곳에 정원을 두고 식물을 심지 않을 것이다. 식물이 자라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머컬처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곳이다. 비가 오면 물을 담수하여 연못을 채우고, 갈사초와 수크령, 꽃창포를 심었다. 계절이 바뀌면 말채와 미드윈터파이어, 보리, 유채 등이 연못을 더 화려하게 장식하여 근사해질 것 같다.
일조량을 고려해서 상층부에는 러시안세이지와 라벤더를 심고 아래 습지에는 타임과 로먼카모마일 등을 심었다 .
일조량을 고려해서 상층부에는 러시안세이지와 라벤더를 심고 아래 습지에는 타임과 로먼카모마일 등을 심었다 . ⓒ변혜리

미세기후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서울혁신파크 퍼머컬처 키친가든의 뷰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일조량을 고려해서 고온 건조 기후에 해당하는 상층부에는 러시안세이지와 라벤더, 램스이어가 한가득 있고, 아래의 습지로 내려오면서는 타임과 로먼카모마일, 페퍼민트, 레몬밤이 눈에 띈다. 스파이럴 가든 주변에는 샐러드와 파스타 재료로도 많이 쓰이는 딜과 양귀비, 수레국화도 눈길을 끈다.
톱풀, 컴프리, 냉이, 쪽파, 산부추, 두메부추, 달래, 산채류 등이 가득한 한국 야생화 정원
톱풀, 컴프리, 냉이, 쪽파, 산부추, 두메부추, 달래, 산채류 등이 가득한 한국 야생화 정원 ⓒ변혜리

서울혁신파크 퍼머컬처 키친가든을 둘러보는 짧은 시간 동안, 반려견과 함께 다양한 야생화와 잎채소들 사이를 산책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질경이며, 쑥이며, 달래에 코를 대고 신나하는 반려견들과 그 모습을 함께하며 생기를 찾는 사람들의 명랑한 얼굴을 보니 도심 속의 이런 생태공원의 존재가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 어린 손녀와 함께 손을 잡고 찾아온 할머니는 이 풀의 이름은 곰취고, 저 풀의 이름은 쪽파라며 하나하나 짚어 설명한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손녀는 풀의 이름보다 풀 사이를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에 더 관심이 가는 듯하다.

야생화와 산채류가 가득한 서울혁신파크의 퍼머컬처 키친가든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푸릇 잎사귀 위를 지나는 무당벌레며, 꿀벌이며, 배추흰나비가 생태정원을 더 풍요롭게 한다. 조금 무너진 두둑에 뿌리가 드러난 치커리의 줄기는 엄지손가락만큼 굵고, 뿌리 사이에는 지렁이가 꿈틀거리다 이내 흙 속을 파고든다. 

서울혁신파크의 퍼머컬처 키친가든은 더 많은 탄소를 땅속에 저장하고, 개인주의적 도시농업의 패러다임을 커뮤니티형 도시 텃밭정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은 실험으로, 매년 교육을 통해 시민참여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고 한다. (참여자는 모집을 통해 선발, 자세한 내용은 서울혁신파크 홈페이지 참고)  참여자들은 교육을 통해 퍼머컬처를 이해하고 먹거리정원을 디자인, 설계하는 것부터 농장을 조성하고 파종, 재배, 수확까지 해보는 from seeds to plates 의 콘셉트를 통해 키친가든을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관심있는 시민들이라면 서울혁신파크 홈페이지(http://www.innovationpark.kr/)를 정기적으로 들여다 볼 것을 추천한다.

■ 서울혁신파크 퍼머컬처 키친가든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정문, 지구를 생각하는 카페(구 비전화카페)
○ 교통 : 3,6호선 불광역 2번출구로 나와 도보 3분, 주차가능 (주차료 있음)
홈페이지
○문의 : 서울혁신센터 협업지원팀 02-6365-6807

시민기자 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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