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 버리지 마세요…배터리·플라스틱으로 변신!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7.26. 13:00

수정일 2021.07.26. 17:45

조회 8,536

성동구, 소셜벤처 '포이엔'과 성동형 커피찌꺼기 재활용 사업 추진
한 대학생이 커피박을 수거해서 손수레로 운반하고 있다.
한 대학생이 커피박을 수거해서 손수레로 운반하고 있다. ⓒ윤혜숙

어둑해진 저녁, 청년이 손수레를 끌고 달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손수레를 끄는 것도 힘들 텐데 손수레를 끌면서 뛰고 있다니! 청년이 향한 곳은 성수동의 한 커피점이다. 그런데 그는 거기서 커피박을 수거하고 있었다. 커피박은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한 후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재활용하기 위해 커피점에서 수거한 커피박
재활용하기 위해 커피점에서 수거한 커피박 ⓒ윤혜숙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원두의 99.8%가 커피박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져 매립·소각되는데, 이처럼 버려지는 커피박의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약 15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박 발생량이 많은 만큼 이를 처리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청년이 달밤에 체조하듯 애써 커피박을 수거하는 이유는 무얼까. 
커피박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책상
커피박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책상 ⓒ윤혜숙

성수동에 소재한 주식회사 포이엔은 탄소배출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이엔 이호철 대표는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터라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국내 커피 수요에 맞춰서 커피박 발생량이 급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커피박을 재활용한 사업을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7년부터 커피박을 혼합한 비료를 생산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커피박을 원료로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도 제작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자 15~30%의 커피박을 혼합한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이다. 거치대, 책상, 의자 등 다양한 소품이나 가구 등이 있다. 실제 제품을 보니 커피박의 색상,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손바닥으로 만져보니 여느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단단하고 묵직하다. 가구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커피박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의자
커피박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의자 ⓒ윤혜숙

그뿐만이 아니다. 커피박이 유기물인 것을 고려해서 이 유기물을 분해하면 전자가 발생하고 이를 회수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른바 커피박 고체 연료전지다. 하지만 영세한 벤처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행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일단 커피박을 수거해야 하고 커피박으로 생산한 전력을 이용할 시설이 필요했다. 
커피점 주차장에 마련된 커피박 분리수거함
커피점 주차장에 마련된 커피박 분리수거함 ⓒ윤혜숙

포이엔은 성동구청에 커피박 수거 및 재활용에 관한 사업 내용을 제안했고, 우선 성수동 커피점에서 나오는 커피박을 전량 수거해서 재활용하기로 했다. 블루보틀, 대림창고 두 곳의 커피점에서 발생하는 커피박 수거를 시작으로 점차 해당 사업에 동참하는 커피점을 늘려가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플로깅을 활용하기로 했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생들이 매주 2회 두 곳의 커피점을 돌면서 커피박을 수거해온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엔 학생들이 해가 진 초저녁에 플로깅을 한다. 필자가 우연히 목격한 손수레를 끌고 달리는 청년도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이엔 사무실 전경
포이엔 사무실 전경 ⓒ윤혜숙

현재 포이엔은 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과제를 받아서 진행 중인데, 커피박에서 미생물을 분해해서 발생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 있다. 커피박 자체에 수분이 많아서 미생물 연료 장치로 적합하다. 추후 커피박을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벤치나 세움 간판에 조명으로 미생물 연료 장치를 제공할 계획이다. 

포이엔 임현성 연구원은 “그동안 쓰레기로 버렸던 커피박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면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IoT 스마트센서가 적용된 커피박 수거통
IoT 스마트센서가 적용된 커피박 수거통 ⓒ포이엔

한편 성동구는 지난 2020년 6월 커피박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소셜벤처 포이엔 및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임팩트스퀘어와 ‘성동형 커피박 재활용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으로 수거된 커피박은 재생 플라스틱과 조명을 밝히는 미생물 배터리로 재활용돼 주민 편의를 위한 공공시설물에 활용될 계획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지만, 매번 커피박을 그대로 쓰레기봉투에 버리면서 찜찜한 기분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피박을 재활용한다는 소식은 커피 애호가로서 무척 반갑다. 커피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버려지는 커피박도 분리수거할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커피박 재활용 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조만간 그런 날이 올 거라 기대해본다.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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