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사이를 거닐다, 남산골 한옥마을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07.14. 11:00

수정일 2021.07.14. 18:05

조회 992

※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전에 취재한 내용입니다.

설날이나 추석이면 뉴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이 모여 윷놀이나 비석치기 등의 전래놀이를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놀이를 즐기는 단골 명소 중 하나가 바로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다양한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드넓은 마당 덕분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던 한옥으로 마을을 조성한 그곳으로 향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지하철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지하철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박은영

남산골 한옥마을은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가깝다.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향하면 필동 문화예술 공간 '예술통'도 볼 수 있다. 예술통은 도시의 버려진 유휴공간에 역사 문화적 배경을 담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골목의 곳곳에서 멋진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박은영

남산골 한옥마을로 향하는 도로 곁에는 한옥마을을 안내하는 작은 정자도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한옥마을 입구의 한복대여점이 나온다. 외국어 간판으로 표기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옥마을로 들어서면 QR코드 인증을 어디서 하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인증하는 곳은 따로 있으니 그냥 입구를 통과하면 된다. 입구 우측의 안내소에서는 유모차나 휠체어 자전거 등을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조금 더 지나면 관리사무소가 나오는데 모든 건물이 보기 좋은 한옥으로 조성돼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에 조성된 오두막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에 조성된 오두막 ⓒ박은영
남산골 전통체험 배치도
남산골 전통체험 배치도 ⓒ박은영

한옥마을 내부에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압권이다. 바로 이곳에서 명절마다 윷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일정이 정지된 상태로 놀이기구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녹음이 우거져 경치가 아름답고 생각보다 많이 넓다. 크게 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 전통정원과 편의시설 등으로 조성됐는데 안내도를 보며 대략이라도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전통가옥은 정문에서 좌측에, 우측 길은 서울남산국악당을 지나 공원을 통과해서 남산 공원 둘레길 코스로 들어갈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피서를 즐겼다는 놀이터 '천우각'
조선시대 선비들이 피서를 즐겼다는 놀이터 '천우각' ⓒ박은영
한옥마을의 연못 청학지
한옥마을의 연못 청학지 ⓒ박은영

남산은 예로부터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들이 남산 골짜기 곳곳에 정자를 지어 놓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각종 놀이와 여가생활을 위하여 수려한 경관을 찾는 선남선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통정원들은 그 경관을 되살렸다. 훼손되었던 지형을 원형대로 복원해 남산의 자연식생인 전통 수종을 심고, 계곡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했다. 연못과 정자도 복원해 선조들이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던 남산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천우각이다. 
남산골 한옥마을 내에서 만날 수 있는 스트리트뮤지엄
남산골 한옥마을 내에서 만날 수 있는 스트리트뮤지엄 ⓒ박은영
조선시대 부엌의 살림살이들이 친근하다.
조선시대 부엌의 살림살이들이 친근하다. ⓒ박은영

천우각은 여러 사람이 모여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누각이다. 누각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여러 사람이 놀거나 쉬려고 지은 곳으로 정자보다 크고 벽 없이 기둥과 지붕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실제 넓은 천우각에서 청학지의 경치를 보며 쉴 수 있도록 벤치가 조성돼 있었다. 청학지는 천우각에서 내다보이는 네모 모양 연못이다. 연못 가운데에는 동그랗고 조그마한 섬도 있으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조상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천우각 앞에는 연못이, 뒤로는 야외무대가 펼쳐진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1890 남산골 야시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곳이다. 야시장은 조선말 개화기 동양과 서양이 만났던 한양 저잣거리의 감성을 재현했다. 
전통가옥의 입구에 누구의 집이었는지를 안내한다.
전통가옥의 입구에 누구의 집이었는지를 안내한다. ⓒ박은영

한옥마을에 들어서니 조선시대의 잘 사는 동네에 온 듯하다. 이곳의 전통 가옥들은 서울에 흩어져 있던 한옥을 모아 복원시킨 곳으로, 옥인동 윤씨 가옥,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관훈동 민씨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등으로 꾸며졌다. 한옥 뒤켠의 장독대와 부엌살림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아궁이에 불을 떼고 가마솥에 밥을 하던 선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조선시대의 양반들이 살던 전통 한옥의 모습
조선시대의 양반들이 살던 전통 한옥의 모습 ⓒ박은영
한옥의 뒤켠에 마련된 장독대
한옥의 뒤켠에 마련된 장독대 ⓒ박은영

한옥마을에서는 4월~11월(7,8월 제외) 남산골 전통혼례도 치를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며 예약 현황 및 신청은 남산골 한옥마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울러 한옥마을의 자랑인 다양한 전통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아쉽게도 현재는 개인 현장 체험은 진행하지 않지만, 온라인 체험 키트를 통해 집에서 경험할 수 있다.
국악공연이 진행되는 서울남산국악당
국악공연이 진행되는 서울남산국악당 ⓒ박은영

한옥마을을 둘러봤다면 다음은 전통 공예관에 들러 전시장을 둘러볼 차례다. 전통 공예를 주제로 기획 전시를 열고 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입구에서 우측으로 오르면 볼 수 있는 서울남산국악당도 가보자. 서울남산국악당은 2007년 전통공연예술의 진흥과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건립된 우리나라의 첫 국악 전문 공연장이다. 한옥을 중심으로 푸른 잔디로 조성한 야외마당과 체험실, 달강이라는 이름의 분위기 있는 카페도 자리했다. 

국악당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남산에서 내려와 청학지까지 연결되는 물길을 볼 수 있다. 무성한 나무아래 물소리만으로 시원한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오르면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4년 11월 29일 지하 15m 지점에 매설한 타임캡슐도 볼 수 있다. 보신각종 모형의 타임캡슐 안에는 서울의 도시 모습, 시민 생활과 사회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문물 600점을 수장했는데, 400년 후인 2394년 11월 29일에 후손들에게 공개된다.
서울천년타임캡슐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
서울천년타임캡슐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 ⓒ박은영

남산 북쪽의 한옥마을이 들어선 필동은 조선시대 핫 플레이스였다. 흐르는 계곡과 천우각이 있어 여름철 피서를 겸한 놀이터로 유명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신선이 사는 곳으로 불릴 만큼 경관이 아름다워 한양에서 경치 좋은 삼청동, 인왕동, 쌍계동, 백운동과 더불어 한양 5동으로 꼽히던 곳이다.  

직접 한 바퀴 돌아보니 남산골 한옥마을은 살아있는 문화재였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구조의 한옥 다섯 채, 서울남산국악당, 정원으로 조성된 장소들은 전통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더 깊은 곳으로 걸을수록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꽤 넓은 야외 공간을 걸어야 하니 무더위에 대비해 마실 물을 넉넉히 준비하고,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 남산골 한옥마을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 퇴계로34길 28
○ 가는법 :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3·4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홈페이지 : https://www.hanokmaeul.or.kr/
○ 온라인 체험키트 구매 바로가기 : https://smartstore.naver.com/namsangolhanokmaeul
○ 문의 : 02-2261-0517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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