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경로당, 저녁엔 아이들 사랑방! 강동구 '꿈미소'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1.06.29. 10:52

수정일 2021.06.29. 11:09

조회 3,337

둔촌2동 약수경로당 2층의 꿈미소 너나들이 7호점 모습
둔촌2동 약수경로당 2층의 꿈미소 너나들이 7호점 모습 ⓒ꿈미소홈페이지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어요”

지난 2017년 서울시 자치구 10대 행정우수사례로 뽑힌 강동구 '꿈미소'는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날 동네 정미소에서 쌀을 얻어가듯 아이들의 꿈과 웃음을 주고 받는다'는 뜻이 담긴 꿈미소는 아동자치센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둔촌2동 꿈미소7호'를 찾았다. 주소 대로 왔는데 잘못왔나 생각이 든다. ‘구립약수경로당’ 현판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오후 4시까지는 경로당이자 어르신들의 무더위쉼터로, 이후 밤 10시까지는 8~19세 모든 아동 청소년의 사랑방이 된다. 
약수경로당과 꿈미소 너나들이 7호점이 한 지붕을 쓰고 있다.
약수경로당과 꿈미소 너나들이 7호점이 한 지붕을 쓰고 있다. ⓒ최윤정

강동구는 강동도서관과 길동 동사무소 사이에 있는 기리울 경로당에 전국 최초로 꿈미소 1호를 시작해 필자가 방문한 약수경로당 ‘너나들이 7호점’에 이어 지난 3월 게내경로당에 ‘도담도담 8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방과후에 학원 말고 가고 싶은 곳이 생겼어요”

꿈미소 7호점, 들어오는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이곳은 공부, 학습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아지트나 사랑방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탁구대, 미니 당구대, 책도 많은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알아서 한다. 학교와 나이가 달라도 부딪히지 않고 잘 어울린다. 아이들 스스로 한 달에 2~3회씩 열리는 ‘꿈쟁이’ 회의에서 나온 것을 규율로 만들어 잘 지키기 때문이다. 

‘꿈쟁이’란 꿈미소의 자치회다.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이 회의에서 아이들이 정한다. 선생님이 혹은 기관에서 정해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아이들의 참여도는 당연히 높다. 어른들도 배울 만한 조직이다. 위치한 곳에 맞게, 또 참여하는 아이들에 맞게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된다.
꿈미소 친구들이 자유롭게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꿈미소 친구들이 자유롭게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최윤정
꿈미소 친구들의 작품들
꿈미소 친구들의 작품들 ⓒ최윤정

꿈미소 5호점은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다. 당연히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을 나이다. 네일아트 자격증이 있는 학생이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열어보자는 의견도 꿈쟁이 회의를 통해 나왔단다. 나아가 강사를 초청해 뷰티클래스도 진행했다. 

가까운 곳에 광진어린이놀이터가 위치한 꿈미소 3호점은 외발줄넘기, 빅맨턴과 같은 신체활동 시간도 진행하고, 게시판도 직접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소속감도 느끼게 한다. 
꿈미소 달나라 5호점
꿈미소 달나라 5호점 ⓒ꿈미소홈페이지

처음 꿈미소를 개소할 때는 주변에서 학원처럼 공부도 가르쳐주고 저녁식사도 제공하는지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꿈미소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행복을 우선하기에 기존 학원이나 지역아동센터와 다른 운영으로 아이들의 호응을 꾸준히 얻고 있다. 회원가입비나 별도의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귀가 시간이 늦은 학부모들에게는 집 가까이 안전하게 자녀를 맡길 공간이 되고, 아이들에겐 스트레스 없이 지낼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꿈미소 친구들의 다양한 활동
꿈미소 친구들의 다양한 활동 ⓒ강동구 아동자치센터 꿈미소 책자

“오늘은 제가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꿈미소 7호가 개소할 때부터 다녔다는 초등학교 4학년 한 학생은 어제는 동네 동생을, 오늘은 반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처음 온 친구인데도 전혀 공간을 낯설어하지 않고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이다. 오늘은 여름부채를 만들었다. 먼저 온 친구들이 만든 작품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손에 땀이 찰 정도로 열심히 부채를 꾸몄다. 
너나들이 7호점 꿈미소 친구들이 부채만들기에 열심이다.
너나들이 7호점 꿈미소 친구들이 부채만들기에 열심이다. ⓒ최윤정

“헷갈리고 고민되겠지 그 나이엔. 공부 운동 시험 중요 인정~놀고 먹고 자고 싶고 인정~
난 가끔 상상하곤 해, 꿈꿔 온 나를 멀게만 느껴진 꿈이라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직접 작사한 ‘꿈 For U’는 꿈미소 로고송으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노래 가사처럼 학교, 학원으로 일상이 바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그러나 해야될 것은 스스로 정해 할 수 있는 책임감, 동네사랑방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복감이 전파되는 듯하다. 
꿈 FOR U 노래는 아이들이 직접 작사한 로고송이다.
꿈 FOR U 노래는 아이들이 직접 작사한 로고송이다. ⓒ꿈미래TV 유튜브

“처음에 아이들을 위해 같이 쓰면 어떻겠냐 하는데…”

강동게중구에서 제공한 경로당 건물이래도 주인은 먼저 이용하던 어르신들이다. 꿈미소 7호점처럼 2층에 별도의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경로당도 있지만 개중에는 한 공간을 같이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사전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아동, 주민, 어르신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모두 불만, 불평이 없도록 타협점을 찾아갔다. 어떻가구와 동선을 다시 배치하는 번거로움도 어르신들이 잘 참아주셨다고. 
방과후 아이들이 안전하게 함께 있을 수 공간이 더욱 필요하다.
방과후 아이들이 안전하게 함께 있을 수 공간이 더욱 필요하다. ⓒ최윤정
강동구 꿈미소는 현재 8호점까지 오픈했으며, 내년까지 12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구 꿈미소는 현재 8호점까지 오픈했으며, 내년까지 12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윤정

“우리도 다 손주 키워봐서 알아요. 걱정마세요. 잘 지냅니다”

한 어르신은 최근에 2차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르신 전용으로 조성된 공간과 문화를 다른 세대와 공유를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역시 내리사랑이 아닐까. 

오전은 할머니가, 오후에는 손주가 찾는 사랑방 꿈미소. 소유가 아닌 공유, 나눔과 배려, 조손세대가 어우러지는 과정이 드문 요즘이라 더욱 의미있는 현장이었다. 강동구는 2022년까지 꿈미소를 12호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로가 있어 든든한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한 지붕 아래 더 많이 어우러지길 기대해본다. 

■ 강동구아동자치센터 ‘꿈미소’ 안내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 대표전화 : 02-6239-2010

■ ‘꿈미소’ 현황 및 이용

○ 드림존 1호점 : 강동구 명일로 224-1 기리울경로당, 02-482-9888
○ 미소와 사랑이 넘치는 2호점 : 강동구 상암로 15길 38-15 강암경로당 2층, 070-4236-2583
○ 꿈상자 3호점 :강동구 구천면로 13길 21 천호2동경로당, 02-484-4663
○ 우리집 안방같은 4호점 : 강동구 동남로 65길 46-8 원터골경로당 2층, 070-4244-0809
○ 달나라 5호점 : 강동구 양재대로 112길 52 달님경로당, 02-473-8228
○ 서로가 있어 든든한 6호점 : 강동구 고덕로 16길 46 복지말경로당, 070-4251-9264
○ 너나들이 7호점 : 강동구 진황도로 150-8 약수경로당 2층, 02-489-6536
○ 도담도담 8호점 : 강동구 천호대로219길 72 게내경로당, 02-428-1318
*프로그램 및 운영시간은 호점마다 다를 수 있다.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은 참 재밌는 역동적인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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