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달빛기행, 한국 관광 100선에 뽑히는 이유는?

시민기자 양인억

발행일 2021.06.17. 14:30

수정일 2021.06.17. 18:00

조회 2,892

올해로 12년째 지속되고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은 조선시대 왕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궁, 창덕궁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대표적 궁궐 행사이자, 매년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되는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상품이다.

낮이 길어진 초여름 해가 지면서 세계문화유산 창덕궁 정문, 돈화문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흐린 날씨로 더욱 더 은은한 달빛 아래 신분증 확인은 물론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돈화문 월대 위에 2m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서 있다. 밤엔 항상 닫혀있는 고궁이지만 시민들의 달빛기행을 위해 돈화문을 활짝 열었다. 창덕궁 달빛기행 관람 동선은 돈화문에서 출발, 금천교 - 인정전 - 낙선재 - 상량정 - 부용지 - 불로문 - 존덕정 / 관람정 - 연경당으로 이어진다. 연경당에서 마지막 일정이 끝나면 어둠 속에 쌓인 후원 숲길을 걸어 돈화문으로 되돌아와 마무리하게 되는데, 청사초롱 불빛과 은은한 달빛에 의지해 운치를 느끼며 걷게 된다.

달빛기행 코스에 포함된 상량정은 낮 시간 관람이 불가한 곳으로 청아한 대금 소리를 들으며 멀리 남산 타워 불빛을 감상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 언덕을 내려서면 영화당에서 거문고 선율이 울려퍼진다. 존덕정 영역에서는 관람정에 올라 공연하는 아름다운 판소리에 귀가 즐겁다. 마지막 코스는 시원한 전통차 (또는 냉커피)를 마시며 연경당 사랑채에서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자극과 화려한 부채춤을 바라보며 마치 왕이 된 듯 호사를 누린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상대적으로 관람이 용이한 창경궁과 덕수궁 야간 관람과 달리 예약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도 예매가 힘들지만, 회당 25명 정도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티켓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되기 일쑤다. 지난 몇 년간 몇 차례 시도해 보다가 포기한 아쉬움 가득한 행사였는데, 최근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다. 사전 예약 후 부득이하게 취소하는 경우가 있어 멋진 경험을 했다고 한 것이다. 지인 덕분에 지난 일요일 저녁 3회차(저녁 8시) 표 한 장을 운 좋게 예매했다. 다른 궁궐의 야간 관람보다 훨씬 비싼 입장료(3만 원)에 좀 의아했다. 하지만 모든 기행을 마치고 돈화문으로 돌아오면서, 지불한 입장료보다 몇 곱절 더 만족스러운 행사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분의 관람시간이 아쉬웠다. 눈과 귀는 물론 입까지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조명으로 낮 보다 더 화려한 부용지 일원의 정경은 달빛기행 코스의 압권이라 하겠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후원 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300년생 이상된 수 백 그루의 나무가 함께 있는 후원 숲속에서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걷는 산책이라니 믿기 힘든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미 6월 말까지 '2021 창덕궁 달빛기행'의 모든 회차는 매진이다. 그렇지만 예약자 중 부득이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쯤 티켓 현황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뜻밖의 행운을 만나면 매년 '한국관광 100선’에 왜 창덕궁 달빛기행이 선정되는지 그 이유를 온 몸으로 체험 할 수 있을 것이다.
'2021창덕궁 달빛기행'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앞에서 시작한다. 입장 전 신분증 확인은 물론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시민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돈화문 월대 위에서 입장 대기 중이다 ⓒ양인억
'2021창덕궁 달빛기행'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앞에서 시작한다. 입장 전 신분증 확인은 물론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시민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돈화문 월대 위에서 입장 대기 중이다 ⓒ양인억
주최 측에서 마련한 청사초롱을 들고 해설사를 따라 금천교 위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양인억
주최 측에서 마련한 청사초롱을 들고 해설사를 따라 금천교 위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양인억
인정전을 향하는 2번째 문인 진선문을 지나 어로를 따라 걷고 있는 달빛기행 시민들. 삼도의 가운데 살짝 높은 길이 임금의 길(어로)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모든 관람객이 왕의 길을 걷고 있다 ⓒ양인억
인정전을 향하는 2번째 문인 진선문을 지나 어로를 따라 걷고 있는 달빛기행 시민들. 삼도의 가운데 살짝 높은 길이 임금의 길(어로)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모든 관람객이 왕의 길을 걷고 있다 ⓒ양인억
조명으로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 창덕궁의 법전, 인정전.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신년하례식, 외국 사신 접견 등 조선시대 가장 중요한 국가 행사가 열린 곳이다 ⓒ양인억
조명으로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 창덕궁의 법전, 인정전.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신년하례식, 외국 사신 접견 등 조선시대 가장 중요한 국가 행사가 열린 곳이다 ⓒ양인억
인정전 조정의 삼도를 따라 인정전으로 향하고 있는 달빛기행단 ⓒ양인억
인정전 조정의 삼도를 따라 인정전으로 향하고 있는 달빛기행단 ⓒ양인억
인정전 처마가 조명을 받아 화려하다. 전각의 처마를 둘러싼 망은 ‘부시’라고 하며, 산성인 새의 배설물로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다 ⓒ양인억
인정전 처마가 조명을 받아 화려하다. 전각의 처마를 둘러싼 망은 ‘부시’라고 하며, 산성인 새의 배설물로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다 ⓒ양인억
창덕궁의 가장 동쪽에 있는 낙선재의 정문 ‘장락문’ 장락문 편액은 흥선대원군의 글씨이며 장락문 사이로 상량정이 조명을 받아 돋보인다 ⓒ양인억
창덕궁의 가장 동쪽에 있는 낙선재의 정문 ‘장락문’ 장락문 편액은 흥선대원군의 글씨이며 장락문 사이로 상량정이 조명을 받아 돋보인다 ⓒ양인억
낙선재 화계 뒤편에 있는 상량정은 낮 시간 관람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낙선재 화계의 계단을 올라서니 상량정에서 맑고 청아한 대금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인억
낙선재 화계 뒤편에 있는 상량정은 낮 시간 관람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낙선재 화계의 계단을 올라서니 상량정에서 맑고 청아한 대금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인억
상량정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단청과 장식이 돋보인다 ⓒ양인억
상량정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단청과 장식이 돋보인다 ⓒ양인억
만월문과 연결된 꽃담에 '수', '복' 글자와 꽃문양이 화려하다. 벽돌담 너머로 아름다운 정자, 상량정이 보인다 ⓒ양인억
만월문과 연결된 꽃담에 '수', '복' 글자와 꽃문양이 화려하다. 벽돌담 너머로 아름다운 정자, 상량정이 보인다 ⓒ양인억
전각 관람 후 창덕궁 후원으로 향한다. 영화당에서는 거문고 연주가 흘러나온다. 주합루에는 왕과 왕비가 구름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는 달을 바라보고 있다. 잔잔한 부용지에 반영된 주합루와 어수문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양인억
전각 관람 후 창덕궁 후원으로 향한다. 영화당에서는 거문고 연주가 흘러나온다. 주합루에는 왕과 왕비가 구름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는 달을 바라보고 있다. 잔잔한 부용지에 반영된 주합루와 어수문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양인억
낮 시간 부용지 권역의 주합루 참고 (2021년 5월 29일 촬영) ⓒ양인억
낮 시간 부용지 권역의 주합루 참고 (2021년 5월 29일 촬영) ⓒ양인억
아름다운 부용지 권역에서 자유시간 10분이 주어진다. 가족 또는 연인 단위의 시민들이 '창덕궁 달빛기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양인억
아름다운 부용지 권역에서 자유시간 10분이 주어진다. 가족 또는 연인 단위의 시민들이 '창덕궁 달빛기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양인억
아름다운 정자 부용정. 사각형의 부용지는 땅을, 부용지 안에 둥근 섬은 하늘을 나타낸다 ⓒ양인억
아름다운 정자 부용정. 사각형의 부용지는 땅을, 부용지 안에 둥근 섬은 하늘을 나타낸다 ⓒ양인억
모양이 한반도를 닮아 반도지라고 불리는 연못가에 부채꼴 모양의 정자 관람정이 있다. 관람정에서 아름다운 판소리가 달빛기행에 흠뻑 취하게 만든다 ⓒ양인억
모양이 한반도를 닮아 반도지라고 불리는 연못가에 부채꼴 모양의 정자 관람정이 있다. 관람정에서 아름다운 판소리가 달빛기행에 흠뻑 취하게 만든다 ⓒ양인억
창덕궁 달빛기행의 마지막 코스인 연경당.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사스러운 일을 맞이해 지은 전각이다. 연경당 사랑채에서 창덕궁의 사계절과 왕의 일생을 보여주는 그림자극 공연이 열렸다 ⓒ양인억
창덕궁 달빛기행의 마지막 코스인 연경당.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사스러운 일을 맞이해 지은 전각이다. 연경당 사랑채에서 창덕궁의 사계절과 왕의 일생을 보여주는 그림자극 공연이 열렸다 ⓒ양인억
연경당 사랑채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화려하게 선보인 부채춤 ⓒ양인억
연경당 사랑채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화려하게 선보인 부채춤 ⓒ양인억
100분간 모든 일정이 순식간에 끝나고 어둠에 쌓인 후원 숲길을 청사초롱과 은은한 달 빛에 의지해 걷는다. 탄성을 자아낸 창덕궁 달빛기행의 아쉬움 때문인지 후원 숲길의 소쩍새 소리가 구슬프게 들렸다 ⓒ양인억
100분간 모든 일정이 순식간에 끝나고 어둠에 쌓인 후원 숲길을 청사초롱과 은은한 달 빛에 의지해 걷는다. 탄성을 자아낸 창덕궁 달빛기행의 아쉬움 때문인지 후원 숲길의 소쩍새 소리가 구슬프게 들렸다 ⓒ양인억

■ 2021 창덕궁 달빛기행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99번지
○ 행사일정 : 2021. 4. 29 ~ 6. 20
○ 관람시간 : 1일/4회 (19:20 /. 9:40 / 20:00 / 20:20)
○ 관람요일 : 매주 목, 금, 토, 일요일
○ 입장료 : 30,000원
○ 행사문의 : 02-3210-3503
홈페이지

시민기자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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