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숲 힐링 여행, 피톤치드 가득한 백사실계곡으로

시민기자 박찬홍

발행일 2021.06.11. 13:00

수정일 2021.06.11. 16:52

조회 5,443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부암동 백사실 계곡 전경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부암동 백사실 계곡 전경 ⓒ박찬홍

피톤치드는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해진 말로, 숲속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천연향균제를 뜻한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나무가 가득한 숲에 가면 나는 상쾌하고 향긋한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피톤치드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심폐 기능을 강화하며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 심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 작용도 알려져 있어 아토피성 피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도심 속에 살다 보면 매연, 미세먼지, 생활 속 소음 등 다양한 환경 물질로부터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까운 산이나 숲을 찾아 피톤치드향이 넘치는 공간 속에서 나만의 힐링과 건강을 찾아보는 활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도심 속에서 푸른 녹지와 피톤치드 향을 자랑하는 백사실 계곡을 찾았다.
백사실 계곡은 보호종인 도롱뇽 등 다양한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경관보존지역’이다.
백사실계곡은 보호종인 도롱뇽 등 다양한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경관보존지역’이다. ⓒ박찬홍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백사실 계곡은 생물다양성과 보존 가치가 높아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특별한 공간이다. 서울에서 드물게 사적 제462호인 ‘백석동천’이라는 문화 사적과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진 이 곳은 서울시 보호종인 오색딱따구리,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등이 서식하는 도심 속 생태의 보고다. 특히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이 이곳 백사실 계곡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세검정에서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사실 계곡을 만날수 있는 이색 코스가 있다.
세검정에서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사실 계곡을 만날수 있는 이색 코스가 있다. ⓒ박찬홍

1985년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백사실 계곡으로 소풍을 온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울창한 숲속 계곡마다 도롱뇽과 도롱뇽알, 가재가 쉽게 발견됐고 직접 만져보았던 특별한 기억이 난다. 그 때 기억을 되살려 백사실 계곡으로 향했다. 

백사실 계곡은 부암동 창의문에서 출발하는 코스 등 가는 길이 다양하다. 필자는 어릴 적 기억을 이정표 삼아 상명대·석파랑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 세검정 물줄기를 따라 현통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선택했다. 
상명대·석파랑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 세검정 물줄기를 따라 오르는 코스 지도
상명대·석파랑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 세검정 물줄기를 따라 오르는 코스 지도 ⓒ네이버지도

정감 어린 골목길을 지나 오래된 가옥들과 함께 이어지는 백사실 계곡의 작은 물줄기를 따라 올랐다. 가는 길도 즐겁고, 뒤편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도 좋았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현통사라는 사찰과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마치 화폭 속에 들어온 듯 아름다운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좁은 골목과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현통사와 백사실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좁은 골목과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현통사와 백사실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박찬홍

현통사와 계곡을 뒤로하고 다시 숲길로 들어서자 또 다른 풍광이 펼쳐졌다. 조용히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 소리, 차곡차곡 흐르는 계곡 물소리, 잔잔한 바람이 부는 소리…. 이 모든 자연의 소리가 한데 모여 백사실 계곡만의 특별한 숲길을 열어주었다. 여기에 코 끝을 간질이는 진한 피톤치드향은 몸과 마음을 좀 더 가볍게 해주며 초여름 산행의 행복함을 느끼게 했다. 
현통사를 뒤로 하고 백사실 계곡 중심부로 가는 길,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현통사를 뒤로 하고 백사실 계곡 중심부로 가는 길,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박찬홍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백사실 계곡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백사실 계곡은 평소 기온이 서울 평균 기온보다 약 8도 정도 낮다고 하더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시원함이 절로 느껴졌다. 계곡 중앙에는 조선시대 별서 터인 ‘백석동천’이 자리했다. 
푸른 녹음, 계곡의 물소리, 진한 피톤치드향이 한데 어우러진 백사실 계곡의 모습
푸른 녹음, 계곡의 물소리, 진한 피톤치드향이 한데 어우러진 백사실 계곡의 모습 ⓒ박찬홍

‘백석’은 백악(북악산)을, ‘동천’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좋은 곳을 뜻한다고 한다. 해석을 해보면 ‘백악의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는 말이다. 

이 근처 주민들은 이곳을 백사실 계곡으로 불렀는데 오성과 한음의 오성 이항복의 호가 백사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구전만 있을 뿐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추사 김정희가 이 터를 사들여 새롭게 별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문헌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여하튼 이 계곡이 조선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의 여가와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백사실 계곡 중심부에 위치한 백석동천의 터로 이어지는 길
백사실 계곡 중심부에 위치한 백석동천의 터로 이어지는 길 ⓒ박찬홍

백석동천 앞으로 고만고만한 크기로 꽃이 피는 한해살이풀인 ‘고마리’가 서식하는 커다란 연못이 눈길을 잡았다. 연못 주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잠시 사색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정취와 힐링을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한해살이 풀 '고마리'가 서식하는 커다란 연못
'고마리'로 가득한 연못에서 조용한 휴식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박찬홍

다시 봐도 푸른 녹음과 향긋한 피톤치드를 가득 품은 백사실 계곡은 도롱뇽과 버들치 등 도심 속 특별한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우리에게 건강과 힐링,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처럼 느껴졌다. 조용한 산책을 겸한 나만의 힐링 여행이 필요하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백사실 계곡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백사실 계곡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피톤치드향이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백사실 계곡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피톤치드향이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박찬홍

이 지역 탐방이 처음이라면 종로테마여행 부암동코스(https://tour.jongno.go.kr/tour/main/contents.do?menuNo=110487)에서 안내하는 탐방 포인트를 참고해 백사실계곡과 주변 명소를 잇는 걷기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 백사실 계곡

○ 위치 : 서울 종로구 부암동 115

시민기자 박찬홍

서울에거주하는 네아이의 아빠입니다.^^ 서울온과 같은 건강하고 행복한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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