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VR 스포츠 교실 "이 시간만 기다려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5.21. 10:50

수정일 2021.05.24. 09:51

조회 4,911

서울 노원 온곡초·청계초에 가상현실 스포츠실 마련
가상현실 스포츠 교실이 있는 노원구 청계초등학교
가상현실 스포츠 교실이 있는 노원구 청계초등학교 ⓒ윤혜숙

평일 오후 1시 서둘러 노원구에 있는 청계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교문 앞에는 하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보였다. 저학년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각이다. 학생들이 하교한 뒤 학교에선 방과 후 돌봄교실이 시작된다. 
벽면의 스크린에 가상현실 스포츠 프로그램 목록이 보인다.
벽면의 스크린에 가상현실 스포츠 프로그램 목록이 보인다. ⓒ윤혜숙

본관에 있는 꿈누리실에 도착하니 두 분의 직원이 학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입구에서 바라보니 정면의 벽면에 스크린이 걸려 있다. 스크린에는 컴퓨터 바탕화면을 보듯이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노원구 보건소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리모컨으로 오늘 진행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스크린을 주시하면서 오늘 진행될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직원이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직원이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윤혜숙

선생님의 인솔을 받으면서 학생들이 꿈누리실로 입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꿈누리실에 발을 들여놓으니 그동안 조용했던 교실이 순간 왁자지껄 활기가 넘쳐난다. 보통 저학년 아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직원이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아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아이들을 두 개의 조로 나눠서 주황색과 파란색 조끼를 입게 했다. 이후 아이들은 직원의 지시에 따라서 네 줄로 서 있다. 이제 본격적인 신체활동에 앞서 몸풀기 체조를 하는 시간이다. 어떤 몸풀기 체조를 하는 것일까? 몸풀기 체조도 게임 형식으로 제공된다. 
아이들이 스크린에 나온대로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크린에 나온대로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윤혜숙

몸풀기 체조를 선택하니 스크린에 동작이 나타난다. 맨 앞줄에 선 4명의 아이가 스크린에 나오는 동작을 따라 한 뒤 맨 뒤로 가면 두 번째 줄에 있는 학생들의 순서가 된다. 스크린에는 매번 다른 동작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처음엔 쑥스러워하면서 머뭇거리지만 곧 스크린에서 주문하는 대로 동작을 잘 따라 한다. 뒷줄에서 본인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이들이 앞줄에서 동작을 따라 하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중에 동작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면 “아니야.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몸풀기 시간인데도 체조 동작이 간단하지 않아서 아이들은 오랜 시간 운동한 것처럼 표정이 상기되어 있다.
아이들이 공을 던져서 스크린의 토끼를 맞추고 있다.
아이들이 공을 던져서 스크린의 토끼를 맞추고 있다. ⓒ윤혜숙

본격적인 신체활동 시간이다. 스크린 정면 위에 표시된 색깔과 일치하는 토끼가 나타나면 공을 던져서 토끼를 맞추는 게임이다. 스크린의 출발 신호에 맞춰서 공을 든 아이들이 토끼를 향해 공을 던진다. 아이들이 던진 공이 해당 토끼를 맞추면 그 토끼는 사라지고 스크린 오른쪽 위에 점수가 올라간다. 

공을 스크린에 던지면 공이 스크린에 닿자마자 옆이나 뒤로 튕겨 나간다. 아이들은 자기가 던진 공을 찾으러 교실 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 아이들의 게임 장면을 지켜보던 필자도 게임에 몰입해서 아이들이 공을 맞히면 기뻐하다가 공이 빗나가면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은 공을 던지면서 토끼를 맞추느라 쉼 없이 움직인다.
아이들은 공을 던지면서 토끼를 맞추느라 쉼 없이 움직인다. ⓒ윤혜숙

청계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 신체활동 시간의 모습이다. 15명씩 나눠서 30분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이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매일 등교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어서 등교해도 아이들은 예전처럼 신나게 뛰어놀 수가 없다. 교실 내 책상에도 가림막이 있어서 친구들과의 교류도 적고 교실 안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지 않다.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다. 

그러니 아이들은 방과 후 돌봄교실 신체활동 시간을 좋아한다. 신체활동 시간이 있는 날이면 하루 중 이 시간만을 손꼽아서 기다린다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꿈누리실에 입장하자마자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팔짝팔짝 뛰면서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공을 던져서 더하기 문제를 푼다.
아이들이 공을 던져서 더하기 문제를 푼다. ⓒ윤혜숙

격주로 목요일 오후 1시 10분부터 시작해서 2시 10분까지 신체활동 시간이다. 아이들이 공을 들고 공으로 맞추는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전신을 움직이는 신체활동이 이루어진다. 방과 후 교실 신체활동 시간을 운영하는 김지연 주임은 노원구 보건소 건강증진과에서 파견을 나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 이른바 '가상현실 스포츠'다. 가상현실 스포츠실은 가상현실 기술과 특수 센서 기술을 적용해 일반 교실 크기의 실내공간에서 학생들이 스크린 위의 가상 목표물을 향해 공을 차거나 던지는 등의 신체활동을 할 수 있게 조성된 공간이다.
가상현실 스포츠 게임 콘텐츠가 많다.
가상현실 스포츠 게임 콘텐츠가 많다. ⓒ윤혜숙

서울 노원구가 ‘뛰노는 학교, 건강한 학교’ 사업을 통해 지역 내 아동・청소년들의 건강증진 및 신체활동 활성화에 나섰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행한 이번 사업은 학교 내 유휴공간을 선진형 신체활동 공간으로 조성해 아동・청소년의 비만을 예방하고, 신체활동을 통한 균형 발달 등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노원구는 지난해 대상학교 공모를 시행해서 온곡초등학교와 청계초등학교 2곳을 선정하고, 올해 초 공간 조성을 마쳤다. 선진형 신체활동 공간은 가상현실(VR) 스포츠 장비, 짐나스틱, 바닥놀이터 총 3가지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가상현실(VR) 스포츠 장비는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유도한다. 직접 몸을 움직여 화면을 터치하고 스크린을 향해 공을 맞히는 등 게임을 매개로 두뇌 발달과 신체활동을 결합했다. 현재 수학, 언어, 과학, 영양 등을 주제로 31종의 콘텐츠가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학습 내용과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교육환경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이 시설은 2019년에 국내 최초로 월계초등학교에 설치된 바 있다. 청계초등학교 꿈누리실에서 아이들은 가상현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필자가 참관해서 지켜보았던 스크린에 공을 던져서 토끼를 맞추는 게임이 가상현실 스포츠 프로그램의 하나다. 
대강당에 짐나스틱이 있다.
대강당에 짐나스틱이 있다. ⓒ윤혜숙

짐나스틱은 신체 발달과 재미에 중점을 둔 독일, 핀란드 등 유럽식 놀이 교육 방식을 적용했다. 늑목과 벤치, 밧줄과 암벽등반 등의 시설은 균형감각과 근력을 비롯해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적합하다. 또한 공중과 지상에서의 신체 관리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다양한 방식의 협동 놀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청계초등학교 대강당에 짐나스틱이 설치되어 있다.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은 대강당과 꿈누리실을 오가면서 다양한 신체활동을 하고 있다. 
본관에서 운동장으로 가는 공터에 바닥놀이터가 있다.
본관에서 운동장으로 가는 공터에 바닥놀이터가 있다. ⓒ윤혜숙

바닥놀이터는 본관에서 운동장으로 가는 교실 밖 공터를 활용해 설치했다. 숫자와 글자, 동물 문양 사이를 뛰어노는 점핑 게임, 사다리 스텝, 땅따먹기와 같은 놀이공간으로 꾸며졌다. 예전 아이들이 골목에서 놀던 소소한 놀이부터 창의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놀이 방식까지 자연스럽게 일상 속 신체활동을 유도하도록 조성했다. 교문에서 본관 건물로 오는 길목 곳곳 바닥에 바닥놀이터가 있다. 바닥놀이터를 보니 필자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땅따먹기 했던 때가 생각나서 한쪽 발을 들고 뛰면서 그 자리를 맴돌았다.

이렇듯 가상현실 스포츠가 이제 학교 안에도 들어와 있다. 운동장에서 뛰어놀면서 신체활동을 하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가상현실 스포츠가 있어서 스크린만 설치하면 실내에서도 충분히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런 게 우리 앞에 펼쳐진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일상이다.  

■ 노원구 건강증진과

○ 홈페이지 : https://www.nowon.kr/health/index.do
○ 문의 : 02-2116-0746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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