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숨결 따라 '한성백제 왕도길' 해설프로그램 참여기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1.05.04. 10:47

수정일 2021.05.04. 15:16

조회 1,048

서울은 600년 간 수도였다고 한다. 이는 조선의 도읍지를 한양으로 옮긴 이후부터의 기간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기원전에도 서울은 한 국가의 수도였다. 기원전 18년, 삼국시대의 한 축이었던 백제는 위례성을 수도로 하여 나라를 세웠다. 송파구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가 위례성이 위치했던 곳이다.

서울은 약 2,0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라 할 수 있다.  송파문화관광 해설프로그램인 ‘한성백제 왕도길’에 참여하여, 2,000여 년 전 백제의 왕이 살았던 풍납토성을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보았다.
한성백제 왕도길이 시작되는 빨간 풍차
한성백제 왕도길이 시작되는 빨간 풍차 ⓒ김수정

'한성백제 왕도길'은 풍납근린공원에서 시작해서 방이동고분군까지 약 9km에 달하는 도보여행길이다. 송파구에서는 이 길을 3코스로 나누어 전문 해설사와 함께 걷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아이와 함께 참여한 코스는 1코스이다. 풍납근린공원에서 시작하여 풍납토성을 지나 백제 우물터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풍납근린공원의 빨간 풍차 앞에서 해설사를 만났다. 체온을 측정하고 명단을 작성한 후 해설이 시작되었다.
전문해설사와 함께 걷는 한성백제 왕도길
전문해설사와 함께 걷는 한성백제 왕도길 ⓒ김수정

풍납토성은 사적 제11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풍납'은 한자로 '바람이 드는 동네'라는 의미이다. 바로 옆에 한강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 풍차와 함께 주위에 뱅글뱅글 돌고 있는 바람개비도 이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토성'이란 '흙으로 쌓은 성'으로 풍납토성의 둘레는 3.5km로 추정되는데, 서쪽 벽은 유실되어 현재는 2.1km 가량 보존되고 복원되었다. 이러한 규모는 고구려의 국내성, 경주의 월성보다 훨씬 크다. 평지에 흙을 쌓아 올려 축조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풍납토성은 사적 제11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풍납토성은 사적 제11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김수정

풍납토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도보여행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부터 있었다는 풍납전통시장을 지나갔다. 갖가지 음식들을 보더니, 아이들이 맛있겠다며 군침을 흘린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와서 따끈한 어묵을 사 먹기로 약속하고 발걸음을 이어갔다. 시장을 지나 주택가로 들어섰다. 집과 집 사이에 공터가 곳곳에 있다. 서울에 공터라니 의아하다. 지하 1m 아래에 백제문화층이 확인되어 보상 후 국가에서 보호, 관리하는 사적지라고 한다. 
1960년대부터 있었던 풍납전통시장
1960년대부터 있었던 풍납전통시장 ⓒ김수정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문헌, 유적, 유물, 유구입니다. 이곳과 같은 집자리 터를 유구라고 하지요. 이 동네 전체가 유구이기에 한국의 폼페이라고 할 만합니다. 복원을 위해 문화재청에서 계속해서 땅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땅속에 있는 백제의 유물들이 밖으로 나오고 풍납토성 전체가 복원된다면, 이 동네의 모습은 어떻게 변신할지 마음속으로 그려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백제문화층 사적지
백제문화층 사적지 ⓒ김수정

골목골목을 돌아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풍납토성 경당지구이다. 1925년 대홍수로 인해 풍납토성 일부가 무너지면서 청동 초두, 허리띠 장식 등 중요 유물이 발견되면서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의 중요한 성으로 인정되었다. 경당지구는 한신대학교 박물관이 1차 발굴조사하여 유적의 대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고 수천 점의 토기와 기와를 비롯해 많은 유물을 수습하였다. 2차 발굴조사 시 특수한 성격의 우물과 창고 등의 시설물을 확인하고, 국가 제사를 주관하는 신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 제사를 주관하는 신전으로 추정하고 있는 풍납토성 경당지구
국가 제사를 주관하는 신전으로 추정하고 있는 풍납토성 경당지구 ⓒ김수정

얼마 걷지 않고 도착한 곳은 풍납 백제 문화공원. 풍납토성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조사가 이루어진 지역으로 도로유구와 대형 주거지, 지상식 건물지 등이 확인되어 성 내부 부속시설의 일면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문화공원으로 조성하여 풍납토성의 역사적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중요 유구를 재현해 놓았다. 공원 옆 작은 영상관에서는 이 지역의 발굴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휴관 중인데 다음에 관람하게 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풍납토성의 역사적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풍납 백제 문화공원
풍납토성의 역사적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풍납 백제 문화공원 ⓒ김수정

풍납토성의 동성벽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성벽의 둘레에는 적의 침입을 막고자 물길을 조성한 해자가 있었다는데 걷고 있는 발아래가 2,000년 전에는 물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해보았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백제에 대한 이야기와 삽화가 담긴 해설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제 스토리텔링 해설판
백제 스토리텔링 해설판 ⓒ김수정

걷다 보니 어느새 오늘 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백제 우물이다. 2004년 아파트 공사 당시 발굴된 백제 한성기 우물을 재현한 조형물이다. 우물 내부에는 당시 백제인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한 토기류, 목제 두레박, 새끼줄 등의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성 외부에 살았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담겨있다. 
한성백제 왕도길 1코스는 풍납근린공원에서 시작하여 백제 우물에서 끝이 난다
한성백제 왕도길 1코스는 풍납근린공원에서 시작하여 백제 우물에서 끝이 난다 ⓒ김수정

송파문화관광 해설프로그램인 한성백제 왕도길 1코스는 풍납근린공원에서 시작하여 백제 우물에서 끝이 난다. 

2코스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만나 한성백제의 빛, 곰말다리, 망월봉, 몽촌역사관, 백제자리전시관으로 이어진다. 3코스는 한성백제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방이동고분군으로 이동한다. 

각각의 코스를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걸어도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도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천천히 도보여행을 즐겨도 좋을 듯하다. 2000년 전, 한성백제의 숨결을 따라 걸어보자.

■ 한성백제 왕도길 해설프로그램

○ 운영일시 : 수·금요일 오후 3시, 목·토요일 오전 10시(11월까지 운영, 7~8월은 비활동기간)
○ 프로그램 안내 : 송파구 문화관광 홈페이지
○ 예약방법 : 송파구 문화관광 홈페이지
○ 대상 : 초등학교 4학년 이상(초등학교 3학년 이하는 보호자 동반 필수)
○ 문의 : 송파구청 국제관광과 02-2147-2110

시민기자 김수정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재미나고 멋진 장소들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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