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체계적으로 배운다! 손기정 체육공원 '러닝러닝센터'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4.21. 14:29

수정일 2021.04.21. 14:40

조회 6,443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는 잊을 수 없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 되었다.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기쁨보다 아픔을 느끼게 하곤 했다. 그날을 기억하며 세워진 '손기정 체육공원' 안에 지난 4월 19일, '러닝러닝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달리기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러닝 프로그램 및 락커룸, 샤워실 등을 운영하며 '달리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러너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손기정 체육공원 후문 쪽으로 러닝러닝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선미
지난 4월 19일, 손기정 체육공원 후문 쪽으로 러닝러닝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선미

지난해 도심 속 러닝 베이스캠프를 지향하며 다목적 생활체육공간으로 거듭난 손기정 체육공원은 무엇보다 트랙과 산책로가 이어져 공원 전체를 달릴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러닝러닝센터'는 시민들이 걷거나 뛰고 있는 트랙을 따라 후문 쪽 2층 건물에 들어섰다. 
건물 2층에 최초로 태극기를 달았던 남승룡과 서윤복의 보스턴마라톤 대회 유니폼이 전시되고 있다. ⓒ이선미
건물 2층에 최초로 태극기를 달았던 남승룡과 서윤복의 보스턴마라톤 대회 유니폼이 전시되고 있다. ⓒ이선미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1층에선 ‘최초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이 전시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태극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보스턴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서윤복은 2시간 25분 39초의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날이 1947년 4월 19일이었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로 '러닝러닝센터'의 개장도 4월 19일에 이뤄졌다. 

1층 러닝캠프 벽에는 보스턴대회에 나가기 전 남승룡과 서윤복이 나눈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네가 기권하지 않고 뛴다고 약속하면 내가 뛰어주마.” 감독 손기정, 35살의 페이스메이커 남승룡, 푸릇한 청춘 21살 서윤복이 함께 이룬 성과였다.
러닝러닝센터 1층 러닝 캠프에는 1947년 그날의 기억이 기록된 ‘기억의 벽’이 설치되었다. ⓒ이선미
러닝러닝센터 1층 '러닝 캠프'에는 1947년 그날의 기억이 기록된 ‘기억의 벽’이 있다. ⓒ이선미

달리고(Running), 배운다(Learning)는 의미를 담은 '러닝러닝센터'는 가장 먼저 마라톤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이들을 소개한다. 손기정이 금메달을 건 그 시상대에는 동메달을 딴 남승룡도 함께 서 있었다. 그는 그때도 페이스메이커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 나중에 남승룡은 후배 손기정이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보다, 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부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를린올림픽 시상대에 선 남승룡. 일장기를 달고 서 있는 표정이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이선미
베를린올림픽 시상대에 선 남승룡. 일장기를 달고 서 있는 표정이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이선미

2층에서는 러닝러닝센터의 개장을 기념하며 베를린에서 헌정한 음악 'Time'과 함께 영상이 흘러나왔다. 서울과 베를린, 보스턴의 연주자들이 한국인 최초의 메달리스트와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대표에게 헌정하는 협연이었다. 12분 동안 한국 마라톤 영웅들의 위대한 시간이 그려졌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과 당시 일장기를 달고 달렸던 손기정, 남승룡 선수의 아픈 역사, 그리고 1947년 보스턴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서윤복과 그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지도자 남승룡이 일궈온 수고와 헌신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2명이었다. 베를린올림픽 금메달 손기정과 동메달 남승룡 ⓒ이선미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2명이었다. 베를린올림픽 금메달 손기정과 동메달 남승룡 ⓒ이선미

러닝러닝센터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코치가 이끄는 러닝프로그램이 입문 및 중급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수준별로 누구나 쉽게 러닝을 시작하고 목표 기록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러닝 수업을 수료하면 센터 회원 자격이 주어지고, 온라인 러닝클래스 강좌 수강과 전용 보관함 이용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러닝러닝센터에는 라운지와 카페, 라커룸, 샤워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선미
러닝러닝센터에는 라운지와 카페, 라커룸, 샤워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선미

또한 러닝러닝센터는 러닝 클리닉과 러닝 트레이닝, 장소와 역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러닝 프로그램 등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러너들은 손기정 체육공원 러닝트랙과 전국 러너들이 즐겨찾는 남산 북측순환로를 경유하는 남산 로드, 그리고 남산둘레길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남산 트레일 등을 달리게 된다. 
러너들은 국가대표 출신 마라토너의 코치로 손기정 체육공원 러닝트랙과 남산을 달리게 된다. 오늘도 시민들이 러닝트랙을 달리고 있다. ⓒ이선미
러너들은 국가대표 출신 마라토너의 코치로 손기정 체육공원 러닝트랙과 남산을 달리게 된다. 오늘도 시민들이 러닝트랙을 달리고 있다. ⓒ이선미

2층에 마련된 카페(cafe RLC)에서는 서윤복 선수의 보스턴대회 기록인 2시간 25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5일까지 매일, 하루에 아메리카노 225잔을 1,000원에 판매한다. 카페 맞은편에 전시된 서윤복 선수 기록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러닝러닝센터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카페 내부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색채로 꾸며졌다. ⓒ이선미
카페 내부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색채로 꾸며졌다. ⓒ이선미

꽤 더웠던 오후여서 필자도 스페셜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체육공원을 나섰다. 골목을 조금 내려오니 바로 서울로7017 공중정원이 내려다보였다.
서울로7017에서 약 200m 정도 올라오면 손기정 체육공원 후문 쪽에 러닝러닝센터가 있다. ⓒ이선미
서울로7017에서 약 200m 정도 올라오면 손기정 체육공원 후문 쪽에 러닝러닝센터가 있다. ⓒ이선미
러닝러닝센터 러너들이 달릴 서울로7017은 손기정 체육공원과 남산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이선미
러닝러닝센터 러너들이 달릴 서울로7017은 손기정 체육공원과 남산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이선미

오랜 기간 방치됐던 공원이 지난해 비로소 역사와 문화를 확인하고 이어가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제 이곳에서 또 다른 손기정과 남승룡, 서윤복이 뛸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 메달리스트만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는 페이스메이커도 함께 뛴다. 위대한 마라톤 영웅들을 통해 ‘최선을 다해 얻은 모든 결과는 최고의 결과만큼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러닝러닝센터가 이제 시민들의 몸과 정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베이스캠프가 되기를 기원한다.  

■ 러닝러닝센터

○ 위치: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6 (만리동2가) 손기정 체육공원 내
○ 교통: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3번 출구 → 약 700m (도보 약 10분) → 손기정 체육공원 정문
○ 운영시간 : 화~금요일 10:00~21:00, 주말 10:00~18:00(월요일 휴관)
○ 보관함, 샤워실 이용: 네이버예약 혹은 현장 구매 가능
네이버 예약페이지 바로가기
○ 문의: 070-4112-306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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