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빈집, 청년회관·마을사무소 되었다!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1.04.20. 13:53

수정일 2021.04.20. 13:58

조회 4,632

빈집은 항상 골칫거리였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KOSIS)의 조사에 따르면 빈집은 2017년 기준, 전국 126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1995년 36만 가구였던 데 비해 약 25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빈집이 늘어나면 범죄도 함께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탈선 및 범죄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과 노후 건축 구조물로 인한 붕괴 위험, 화재 발생 시 피해 확산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인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깨진 유리창 이론 등으로 빈집이 범죄율 증가하는데 관계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어느 골목길. 서울도 빈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 어느 골목길. 서울도 빈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조수연

이에 서울시는 서울에 있는 빈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흉물로 방치된 빈집을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빈집을 임대주택이나 주민생활 편의시설로 리모델링 했다. 바로 서울시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지난 3월 말, 서울시는 11개 빈집을 활용해 마을 텃밭, 공유주차장, 주민생활 편의시설 등 생활SOC시설로 바꾸었다. 올해 빈집을 활용해 55개소 생활SOC시설을 추가하고,  내년에는 120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빈집을 청년공간으로 만들었다. '삼양청년회관'
빈집을 청년공간으로 만들었다. '삼양청년회관' ⓒ조수연

금천구 시흥동의 빈집은 '녹색정원'으로 바꾸고, 성북구 하월곡동의 빈집은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자 '마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문화예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성북구 장위동과 석관동의 빈집은 ‘문화예술거점’으로 선보였다. 강북구 미아동의 빈 집 두 개는 청년들의 활동을 위한 ‘청년거점공간’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을활력소’로 바뀌었다. 

이 중 직접 강북구의 빈집 활용 도시재생 현장을 방문해 보았다. 먼저 '청년거점공간'이다. 청년거점공간은 지하철 우이-신설선 삼양역과 삼양시장에서 도보 5분이면 만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가용이 없는 청년의 현실을 고려한 듯했다.
삼양청년회관 전경
'삼양청년회관' 전경 ⓒ조수연

청년거점공간의 이름은 '삼양청년회관'이다. 이곳은 삼양동 주민과 청년들이 함께 만든 공간으로, PC사용부터 인쇄, 출력, 보드게임, 청년 및 지역 정보, 공간 대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취향 모임과 취미 수업, 취창업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특히 문화플랫폼인 삼양구판장과 삼양기획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삼양동 마을관리소
빈집을 활용해 만든 '삼양동 마을관리소 'ⓒ조수연

삼양청년회관에서 언덕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삼양동 마을관리소'가 나온다. 삼양동 마을관리소는 이름 그대로 마을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곳이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처리하기도 하고, 공구를 빌려주기도 한다. 특히 삼양동 마을관리소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처럼 주민의 주거안전관리와 생활편의를 지원한다. 다세대 주택이 많은 삼양동에서 아파트와 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담을 통해 집수리 견적을 내주고, 본인 부담금을 내면 직접 수리까지 가능하다. 주택의 전반적인 진단을 받고자 할 때 주민들은 마을관리소를 찾고 있었다. 
삼양동 마을관리소 입구
삼양동 마을관리소 입구 ⓒ조수연

삼양동 마을관리소 안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어 놓은 메모장이 있었는데, 잠깐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호 마을관리소. 빈 구석 채우는 좋은 정책으로 더 멀리 확산되길.”
“마을관리소 주거+복지+건강+일자리 공동체! 자치! 흥해라~”
“주민들과 함께 지역과 함께 행복한 마을을…”

메모장에 적힌 주민들의 의견만 보더라도 그 동안 방치되었던 빈집을 활용한 사례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높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삼양동 마을관리소에 담긴 주민의 메시지
삼양동 마을관리소에 담긴 주민의 메시지 ⓒ조수연

흉물로 남았던 빈집이 주민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없애고 재개발을 하는 기존 방법과 달리 도시재생을 통해 우리 지역을 더 살기 좋도록 만들었다. “빈집을 활용해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생활SOC시설로 제공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처럼 더 많은 빈집이 주민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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