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세계에 알린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가 돌아왔다

시민기자 박찬홍

발행일 2021.03.17. 13:00

수정일 2021.03.17. 17:02

조회 1,140

전문 해설과 함께 만난 역사전시관 딜쿠샤 이야기
올 3월 1일 개관한 딜쿠샤에서 시민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올 3월 1일 개관한 딜쿠샤에서 시민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박찬홍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사직터널 위쪽에는 권율 장군 생가터와 400년 이상 된 커다란 은행나무와 함께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주는 ‘딜쿠샤’라는 가옥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대파해 민족을 위기에서 구한 권율 장군의 생가터에는 권율 장군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450년 수령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그 옆으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색적인 건축물 딜쿠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역사 속 특별한 이야기도 숨어 있다.  
종로구 사직터널 언덕에 위치한 딜쿠샤는 권율 장군 생가터에 인접해 있다.
종로구 사직터널 언덕에 위치한 딜쿠샤는 권율장군 생가터에 인접해 있다. ⓒ박찬홍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을 안고 있는 ‘딜쿠샤(Dilkusha)’. 이곳의 주인은 미국인 앨버트 W. 테일러와 메리 L. 테일러 부부다. 이들은 1923년에 딜쿠샤 건축을 위한 공사를 시작해 1924년 완공 이후 1942년 일제가 추방할 때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다. 이후 테일러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 브루스 T. 테일러가 2006년 66년 만에 자신이 어린 시절에 살던 딜쿠샤를 방문하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딜쿠샤의 주인 테일러 부부는 누구일까?

광산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조선에 들어온 앨버트 W. 테일러는, 연극배우였던 메리 린리 테일러를 만나 1917년 인도에서 결혼한 후 한국에서 신혼생활을 하면서 광산과 ‘테일러 상회’를 운영했다. 또한 연합통신(AP)의 통신원으로도 활동하며 테일러는 고종의 국장, 제암리 학살사건, 독립운동가의 재판 등을 취재하기도 했다. 제암리 학살사건 같은 경우는 사건 발생 직후 다음날 바로 수원의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인터뷰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보도했고, 조선총독부를 직접 찾아 항의까지 했다.
딜쿠샤 1층에 전시된 앨버트 테일러의 가족사진
딜쿠샤 1층에 전시된 앨버트 테일러의 가족사진 ⓒ박찬홍

 
특히 1919년 2월 28일 아들 브루스 T.테일러가 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났을 때 아들과 아내를 보러 온 테일러는 우연히 아들의 요람 아래에 숨겨진 종이 뭉치를 발견했다. 한국어에 능통했던 앨버트는 이것이 독립선언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3.1운동에 관한 기사를 작성해 독립선언서와 함께 동생 윌리엄에게 전달했다. 윌리엄은 이 기사를 구두 뒤축에 숨겨 일본 도쿄로 가 전신으로 미국으로 보내 1919년 3월 13일자 뉴욕타임스에 한국의 독립선언서와 함께 관련 기사가 보도되었다. 3.1운동이 최초로 세계에 알려지게 된 순간인 것이다.

앨버트 부부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우리 역사의 현장에 동행하며 그 이야기들을 소중히 기록하고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 또 다른 독립운동가라 할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 독립선언서가 실린 기사 등 테일러의 통신원으로서의 활동 자료를 만날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 독립선언서가 실린 기사 등 테일러의 통신원으로서의 활동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박찬홍

원형 복원 후 재탄생한 딜쿠샤, 그 내부는?

우리 민족의 아픔과 억압된 현실의 상황을 직시하고, 그 사실과 기록을 널리 알렸던 테일러 부부의 가옥, 딜쿠샤는 일제가 외국인추방령을 시행하면서 부부가 한국을 떠난 직후 잠시 테일러의 동생이 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 딜쿠샤는 낡고, 오래된 건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후 부부의 아들인 브루스 L.테일러가 딜쿠샤를 찾아 한국에 오고, 그 딸이 테일러 가문의 다양한 자료를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면서 테일러 가의 딜쿠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서울시는 딜쿠샤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결과 2017년 8월에 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을 등록하게 되었다. 2018년 11월 복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12월에 공사를 완료, 지난 3월 1일 특별한 날에 개관하게 되었다.
딜쿠샤 1층 거실의 전경
딜쿠샤 1층 거실의 전경 ⓒ박찬홍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인 딜쿠샤는 화강석 기단 위에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려 벽체를 세우고 내부에는 목조 마루를 깔고, 상부에는 목조트러스를 받친 경사지붕을 올렸다. 특히 두 겹으로 벽체를 쌓는 일반적인 공동벽 쌓기에서 더 나아가 세 겹으로 벽체를 두껍게 쌓아 구조적인 안정성과 단열, 보온 등의 효과를 높였다. ‘공동벽 쌓기’는 한국 근대건축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독특하고 희귀한 건축기법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서양식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서양식 집이었지만 당시 국내 환경과 여건을 고려한 건축물로, 1920~30년대 국내 서양식 집의 건축기법과 생활양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현존 사례라 평가된다. 
2층 딜쿠샤의 복원실에서는 딜쿠샤의 탄생과정과 건축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2층 딜쿠샤의 복원실에서는 딜쿠샤의 탄생과정과 건축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박찬홍

전문 해설 프로그램으로 만난 딜쿠샤

이렇게 우리 민족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테일러 부부의 삶이 깃든 딜쿠샤를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포털에서 사전예약을 하고 현장을 찾아보았다. 사직터널에서 조금 오르다 보니 커다란 은행나무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 보니 새롭게 단장된 딜쿠샤와 권율 장군의 생가터 그리고 은행나무가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1층 데스크에서 사전예약 확인과 발열 체크를 한 후 해설을 듣기 위해 딜쿠샤 밖에서 대기했다. 
1층 전시실 중 테일러 부부의 결혼과 한국의 입국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
1층 전시실 중 테일러 부부의 결혼과 한국의 입국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 ⓒ박찬홍

해설사의 설명과 안내에 따라 1층 거실에서부터 2층 응접실까지 딜쿠샤 곳곳을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테일러 부부의 결혼과 한국 입국, 딜쿠샤로의 귀향 등 부부의 한국에서의 생활과 그 과정 등을 테마별로 전시한 부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앞서 설명한 독립선언서 발견과 기사 발행까지의 과정, 메리가 그린 금강산의 그림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집안 일을 도와 주었던 공서방에 관한 사연과 에피소드 등 전시물 하나하나의 사연은 흥미와 감동을 전해주었다. 영상실도 있어서 딜쿠샤와 테일러 부부 그리고 그의 자손들이 딜쿠샤를 찾는 과정 등에 관한 영상물도 만나볼 수 있다.
2층 응접실의 전경으로 동·서양의 특별한 물품들의 조화가 흥미롭다.
2층 응접실의 전경으로 동·서양의 특별한 물품들의 조화가 흥미롭다. ⓒ박찬홍

해설은 대략 30분~40분 정도가 걸렸고 이후 10분 정도 자유관람 시간이 주어져 테일러 부부의 소중한 전시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해설을 듣고 전시 관람을 하니 작은 물건 하나에도 부부의 특별했던 한국에서의 생활 모습과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딜쿠샤 1층 거실은 테일러 부부가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거실 뒤쪽 벽면에는 커다란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대형난로가 하나 더 설치되어 있었는데 한국의 매서운 추위를 대비하고자 마련된 것이라 한다. 또한 경기도 반닫이, 병풍, 도자기와 같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과 함께 서양의 은촛대와 컵, 괘종시계 등의 조화된 모습은 참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2층 영상실에서는 조금은 낯선 딜쿠샤를 감동있게 전하고 있다.
2층 영상실에서는 조금은 낯선 딜쿠샤를 감동있게 전하고 있다. ⓒ박찬홍

서울 하늘 아래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이 오래된 서양 가옥 딜쿠샤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역사적 의미가 상상 이상의 큰 파장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딜쿠샤에 대한 간단한 정보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방문했을 때보다 해설을 통한 관람은 딜쿠샤와 테일러 부부의 한국에서의 삶과 그 의미를 더욱 깊게 각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설이 있는 딜쿠샤는 지난 3월 7일까지만 실시되었고 현재는 자유관람으로 진행되고 있다. 추후 해설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꼭 참여해보길 권하고 싶다.
딜쿠샤에서 바라본 은행나무. 테일러 부부는 한양도성 성곽과 어우러진 이 커다란 은행나무에 매료되어 이 곳에 달쿠샤를 지었다고 한다.
딜쿠샤에서 바라본 은행나무. 테일러 부부는 한양도성 성곽과 어우러진 이 커다란 은행나무에 매료되어 이 곳에 달쿠샤를 지었다고 한다. ⓒ박찬홍

■ 딜쿠샤 관람 안내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 관람시간: 화~일요일 9:00-18:00 (월요일 휴관)
- 일 4회(10시, 13시30분, 15시, 16시30분), 매회 15~20명 이내
○ 사전예약: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딜쿠샤’ 검색
○ 문의: 070-4126-8853

시민기자 박찬홍

서울에거주하는 네아이의 아빠입니다.^^ 서울온과 같은 건강하고 행복한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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