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제로웨이스트 매장 '보틀라운지'…여기 가면 마음 뿌듯해!

시민기자 정인선

발행일 2021.03.11. 10:32

수정일 2021.03.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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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공간…공유컵 대여하는 '보틀클럽'도 운영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 안에 ‘보틀라운지’ 매장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 안 ‘보틀라운지’ 매장 ⓒ정인선

연희동,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 안에 '보틀라운지' 카페가 있다. 매장 입구에는 ‘일회용품이 없는 가게’ 라고 쓰여 있다. 편하게 텀블러를 대여해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카페이다. 도서관 책 반납처럼 보틀 수거함이 매장 밖에 있다. 아무 때나 반납할 수 있고 텀블러를 가지고 가면 할인해 준다. 이곳은 일회용 컵과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카페로 시작해 컵 공유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모든 동물과 자연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이 카페는 애견 동반도 가능하고 음료수와 함께 비건 디저트를 판매한다. 
편안한 거실 분위기의 카페 내부
편안한 거실 분위기의 카페 내부 ⓒ정인선

카페 내부는 편안한 거실 같은 분위기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인테리어에 채광도 좋고,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좋은 사랑방으로 통한다. 다양한 모임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쉬고 있다. 
컵을 빌려 쓰고 반납할 수 있다.
컵을 빌려 쓰고 반납할 수 있다. ⓒ정인선

주문한 음료를 일회용 컵 대신 리턴미(Return Me) 컵에 담아가고, 이 컵은 보틀클럽 카페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다. 컵을 책처럼 대여해 주는 시스템이다. 리턴미컵 재질은 ‘에코젠’이다. 에코(Eco)와 Zen(Zenith)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인 요소가 절정에 달해 있다'는 뜻이라 한다. 각종 유해 물질 및 환경 규제 물질로부터 안정성을 인증 받은 소재로 내열 온도가 100도로 뜨거운 커피를 담아도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틀클럽 회원에 가입하면 2개까지 빌려주고 보틀클럽 참여 카페 어느 곳에서든 반납이 가능하다. 보틀 라운지 매장이 있는 연희동을 중심으로 홍제천 주변과 멀리는 은평구의 혁신파크까지 수십개의 매장이 있다. 
기부 받은 텀블러를 세척해 대여를 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기부 받은 텀블러를 세척해 대여를 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정인선

기부 받은 텀블러를 세척해 대여를 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기부 받은 텀블러라서 보증금은 따로 없다. 보틀 라운지 지하 공간에는 텀블러를 세척하고 소독하는 공간이 있어 철저하게 소독 후 사용한다. 빨대가 필요하면 다회용 빨대를 빌려준다. 싱크대 공간이 따로 있어 본인이 가지고 간 텀블러도 세척할 수도 있다. 
카페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이 있다.
카페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 ⓒ정인선

눈길을 끄는 건 북 카페 못지 않게 책이 많다는 점이다. 주로 환경에 관한 책들과 ‘위기에 처한 고래들’ 같은 환경에 대한 안내서들이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꺼내서 읽을 수 있다.

기존에 보틀라운지 카페 한편에서 팔았던 세제 리필 코너와 일회용품을 줄일 수 친환경용품 판매는 지하 공간으로 옮겼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과 세제 리필을 구입할 수 있다. 담아갈 통은 직접 가지고 가야 한다. 저울에 달아서 필요한 양만큼 사면 된다. 구연산이나 베이킹파우더 등을 소량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세제를 구입하면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남는데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지하에서 세제 리필과 친환경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지하에서 세제 리필과 친환경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정인선

보틀라운지는 한 달에 한 번 동네 장터인 ‘채우장’을 연다. ‘채우장’은 포장이나 쓰레기 없이 내 용기를 가지고 와서 채우는 장터, 말그대로 쓰레기 없이 장을 보는 ‘제로웨이스트 장터’이다. 보틀라운지에서 사용하는 인근 카페의 원두, 더치 원액, 인근 참기름집에서 판매하는 참기름, 깨, 소금 등도 구매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잼, 제철 채소 등도 채우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모든 물건이 포장재 없이 판매되기 때문에 채우장은 ‘예습이 필요한 시장’이다. 미리 어떤 물건을 사야 할지 결정해야 하고 살 품목에 맞게 포장 용기를 준비해 가야 한다.

보통 마트에 가면 “이런 거 파네, 살까?” 하고 충동구매를 하기도 하는데, 채우장은 그렇게 사는 게 불가능하다. 담아갈 용기가 없다. 그래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부 받은 병들
기부 받은 병들 ⓒ정인선

기부 받은 병을 세척해 병 없이 리필 세제를 사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적은 비용을 받고 팔고 있다. 필자도 병을 가지고 가서 기부하고 왔다. 재활용 수거함에 버려는 것보다 휠씬 기분이 좋다. 재활용에 버리면 확실히 재활용이 되는지 알 수 없는데 여기서는 다른 사람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장에서 산 물건들
매장에서 산 물건들 ⓒ정인선

필자는 김밥을 테이크아웃 할 때 사용하려고 친환경 밀폐 용기와 아이스 음료 마실 때 쓸 스텐 빨대와 닦는 솔, 나무 칫솔 등을 샀다. 스텐 빨대는 열탕 소독이 가능하다. 일반 칫솔은 많은 부분이 플라스틱이지만, 칫솔모는 나일론, 손잡이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분리 배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칫솔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곳 매장에서 파는 대나무 칫솔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분해 된다고 한다. 칫솔은 작지만 평생 쓰는 것이라서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의식하지 못한 채 버리게 된다. 다 쓴 칫솔을 수거하는 자치구도 있다. 모든 구에서 수거함을 만들면 좋겠다. 

'제로웨이스트'는 모든 제품, 포장 및 자재를 태우지 않고,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는 것이다. 제품들이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에 쓰레기를 보내지 않는 게 목표인데, 현재 플라스틱의 9%만이 실제로 재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빨대 한 개, 플라스틱 칫솔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환경에 작은 보탬을 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천이 어렵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 보틀라운지(Bottle Lounge)

○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26
○ 개장시간: 매일 10:00~21:00, 월요일 휴무
※ 동네장터 '채우장' 운영시간: 수~토요일 13:00~19:00, 일요일 11:00~19:00
○ 인스타그램
○ 문의: 02-3144-0703

시민기자 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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