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세운 프로젝트, 이제 지하길도 이어진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2.25. 13:00

수정일 2021.02.25. 17:15

조회 3,158

을지로 지하도와 대림상가, 공중보행로에 이어 지하보행통로도 연결

2월 18일, 을지로 지하도와 세운대림상가가 연결되었다. 이제 을지로3가역과 4가역 사이 지하도에서 곧장 대림상가로 올라갈 수 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보행재생 사업 가운데 지하 보행통로 연결은 처음이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이어진 세운상가 7개 건물 중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는 공중보행로로 연결되었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이어진 세운상가 7개 건물 중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는 공중보행로로 연결되었다. ⓒ이선미

을지로 지하도~대림상가, 지하연결통로 18일 개통

1968년 세워진 세운상가는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약 1킬로미터에 걸쳐 형성된 7개의 주상복합건물이다. 2014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건물들을 공중과 지하로 잇는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보행재생 1단계 구간인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가 공중보행로로 연결 되었고, 이번에 대림상가와 을지로 지하도가 이어졌다. 
세운상가에서 내려다본 종묘. 뒤로 북한산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세운상가에서 내려다본 종묘. 뒤로 북한산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이선미

종묘에서 세운광장을 건너 세운상가 3층으로 올라갔다. 1968년 건립 당시에도 각 건물들은 발코니 형태로 연결이 돼 있었다. 그러다가 2005년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던 공중보행교가 철거되었다. 서울시는 단절된 보행로를 이어 주변 지역을 활성화할 계획으로 노후한 보행로는 보수하고, 끊어졌던 세운상가~대림상가 구간의 공중보행다리는 다시 세웠다. 
2017년 다시 세워진 공중보행로 ‘다시세운교’
2017년 다시 세워진 공중보행로 ‘다시세운교’ⓒ이선미

다리 너머로 청계천이 내려다보였다. 청년들에게는 ‘을지로 루프탑’이라고 불리는 이 공중보행다리는 해질 무렵 제법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내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핫한 곳이다.
다시세운교에 간판을 재활용한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다시세운교에 간판을 재활용한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선미
다시세운교를 지나와 청계상가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다시세운교를 지나와 청계상가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이선미

청계상가를 지나 을지로4가 지하도로 내려서자 이날 이어진 대림상가 입구가 보였다. 높지 않은 계단을 올라 대림상가에 들어섰다. 조촐한 기념식이 있었다고 하는데, 막 커팅이 끝난 테이프들이 손잡이에 걸리고 화환들이 즐비했다. 출입문에는 이용시간 등을 쓴 안내문이 붙었다. 
새로운 길이 열린 대림상가 출입문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새로운 길이 열린 대림상가 출입문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선미

가로막혔던 길에 문이 생겼다. 단순히 한 건물이 지하와 연결된 것만이 아니라 어떤 과거가, 비로소 현재와 이어지는 기분도 들어서 문득 설렘도 느껴졌다. 
을지로 지하도~대림상가 연결통로 입구
을지로 지하도-대림상가 연결통로 입구 ⓒ이선미

3월 말에는 을지로 지하도에서 공중보행로까지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연결될 예정이고, 오는 9월이면 5년에 걸쳐 진행된 세운상가 일대 보행재생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통해 퇴계로까지 막힘없이 걸을 수 있게 된다.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대림상가 앞으로 엘리베이터 설치와 공중보행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림상가 앞으로 엘리베이터 설치와 공중보행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선미

1960년대 문을 연 세운상가 군은 마법상자 같은 곳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 많은 이들의 선망이 되기도 했고, ‘세운상가를 한 바퀴 돌면 탱크, 잠수함, 로켓, 인공위성까지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없는 것 빼고 모든 게 가능한 경이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강남 개발이 시작되고 1987년에는 컴퓨터, 전자 업종이 용산전자상가로 이전하면서 급격히 쇠락하고 말았다. 결국 1990년대부터 전면 철거가 논의되다가 2006년경에는 자칫 전체 건물이 모두 사라질 뻔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 밀려와 철거 계획이 전면 보류되었다가 2014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세운상가는 한때 첨단산업의 메카라고 불릴 만큼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청계상가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세운상가는 한때 첨단산업의 메카라고 불릴 만큼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청계상가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이선미

‘서울아랫길’ 을지로 지하보도가 달라지고 있다

모처럼 가 본 을지로 지하도도 무척 달라졌다.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을지로3, 4가역을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이어진 을지로 지하보도가 도보문화예술거리 ‘서울아랫길’로 조성되어, ‘걷고 싶고,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지하보도로 변신 중이었다. 
을지로 지하보도가 도보문화예술거리 '서울아랫길'로 조성되고 있다.
을지로 지하보도가 도보문화예술거리 '서울아랫길'로 조성되고 있다. ⓒ이선미
‘을지일상 순환로’는 을지로의 일상과 풍경, 문화와 가치, 지역 스토리를 구성해놓았다.
‘을지일상 순환로’는 을지로의 일상과 풍경, 문화와 가치, 지역 스토리를 구성해놓았다. ⓒ이선미
을지로2구역(을지로입구역-을지로3가역)의 ‘을지 일상 순환로’ 전시 공간
을지로2구역(을지로입구역-을지로3가역)의 ‘을지 일상 순환로’ 전시 공간 ⓒ이선미

을지로3가역에는 을지로 여행자들을 위한 ‘을지로사이’가 있었다. 을지로 곳곳에 자리한 작은 가게들을 소개하고, 자신에게 맞는 여행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을지로가 낯선 여행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공간이었다. 
을지로3가역 ‘을지로사이’에서는 을지로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을지로3가역 ‘을지로사이’에서는 을지로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선미

지난해 7월에는 ‘서울아랫길 투어 페스타’가 진행되기도 했다. 시청역에서 동대문역까지 2.7킬로미터의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열린 축제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정리돼 올해는 더 멋지고 풍성하게 행사가 치러지기를 바란다.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제1회 서울아랫길 투어 페스타’ 현수막이 아직 붙어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제1회 서울아랫길 투어 페스타’ 현수막이 아직 붙어 있다. ⓒ이선미

이번에 개통된 대림상가 지하도에는 ‘I AM 을지로’가 이어졌다. 라인드로잉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놓은 공간은 을지로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시민들은 현실과 상상력이 이어지는 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어 ‘아이엠을지로’가 되어볼 수 있다.
시민들이 ‘I AM 을지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시민들이 ‘I AM 을지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이선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쪽으로도 변화가 눈에 뜨였다. 을지로4가역을 지나면 ‘을지로 아뜨리愛’가 이어진다. 지금은 ‘물소리’와 야생화, 독도 관련 사진전을 만날 수 있다. 을지로의 많은 풍경을 조합해 창작한 김봄 작가의 ‘을지, 그곳’도 이어졌다. 을지로의 사람, 건물, 이동수단, 간판 등 작가가 걸으면서 만난 을지로가 담겨 있는 전시다. 
을지로4가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이에 김봄의 ‘을지, 그곳’이 이어지고 있다.
을지로4가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이에 김봄의 ‘을지, 그곳’이 이어지고 있다.ⓒ이선미

을지로 지하도에는 시민들이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네 곳의 트릭아트도 설치됐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가는 구간에서는 ‘책 읽고 계신 세종대왕께 호롱불 켜드리기’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트릭아트의 하나.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트릭아트의 하나 ⓒ이선미

을지로 지하보도가 환해지고 예뻐졌다. 걷기 좋고 즐길 것도 많은 길이 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시대에 호황을 누리던 을지로와 세운상가가 또다시 화양연화를 누릴 수 있기를, 말 그대로 힙지로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이 열리고 길이 이어진 세운상가에도 더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 세운상가 관련정보

○ 세운상가 :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
○ 다시세운 프로젝트 ☞바로가기
○ 서울아랫길: 지하철2호선 을지로입구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을지로지하보도 구간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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