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실로 세상을 잇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시민기자 최은영

발행일 2021.02.23. 13:55

수정일 2021.02.25. 16:11

조회 1,078

새 단장한 테라스갤러리에서 '국내 입체 패턴의 선구자 서완석 명장展' 열려

동대문을 생각하면 평화시장, 두타, 밀리오레 등 대형 의류 쇼핑몰이 떠오른다. 코로나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쇼핑몰의 다양한 옷을 구경하고 사러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동대문 쇼핑몰의 소문을 듣고 온 외국인들까지 더해 활력이 넘쳤었던 때가 기억난다. 
이음피움봉제역사관 지하 입구
이음피움봉제역사관 지하 입구 ⓒ최은영

코로나19로 인해 동대문 의류 상가들이 더욱 한산해 진 것이 아쉽지만, 위기를 기회삼아 동대문이 새로운 활기를 찾았으면 한다. 동대문 의류산업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면 그간의 봉제 산업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데, 봉제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대문과 가까운 창신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바로 그 곳이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지하 아뜰리에 작업실의 다양한 색깔 실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지하 아뜰리에 작업실의 다양한 색깔 실들 ⓒ최은영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봉제역사실, 기획전시실, 테라스갤러리, 사무실, 아뜰리에, 바느질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는 2층 봉제역사실부터 시작하여 기획전시실, 테라스갤러리, 바느질 체험을 할 수 있는 지하 아뜰리에 순서로 관람하고 체험해 보았다.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관, 재봉틀 휠을 돌리면 셔츠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관, 재봉틀 휠을 돌리면 셔츠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최은영

2층 봉제역사실에는 창신동 봉제마을의 형성과정과 봉제 산업의 역사에 대한 상설전시, 실물 빈티지 제봉틀이 전시되어 있다. 산업화 이전 한국의 봉제부터 산업화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봉제의 연관성, 서울의 봉제 산업과 지역별 특징 등에 관한 내용에 대해 관람할 수 있다.

동대문 쇼핑타운의 배후기지인 창신동의 형성과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우리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58년 청계천 복개가 진행되고 1962년 평화시장이 집적되면서 이 일대는 의류생산과 판매집적지로 특화되었다.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실의 벽면 사진전시와 해설들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실의 벽면 사진전시와 해설들 ⓒ최은영

하지만 1970년 열악한 노동환경에 반발한 전태일 열사 분신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단속이 심해지자, 평화시장에 있던 많은 봉제공장들이 주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창신동을 비롯한 의류 생산 도심제조업 지역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70년대 동대문 평화시장 내 봉제공장이 가까운 창신동으로 대거 이전하고, 80년대 활발한 내수시장 덕분에 창신동 봉제공장은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로 번창하였다. 이 시기 봉제 산업에 여성 노동력이 대거 투입되었는데, 1977년 기준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70%에 달할 정도였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 전면 등장하였고 한국의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2층 봉제역사실에서  3층 기획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2층 봉제역사실에서 3층 기획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최은영

90년대 중반이후 중국에서 값싼 제품들이 밀려오면서 봉제공장의 수가 줄어들었지만, 창신동에는 지금도 약 천여개의 공장들이 바쁘게 돌아가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봉제공장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다. 
2층 봉제역사실에 전시된 재봉틀들
2층 봉제역사실에 전시된 재봉틀들 ⓒ최은영

창신동은 동대문 패션타운의 배후 생산기지로서 전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도심 제조업 지역이 되었지만, 도심 제조업의 기반 약화는 패션 중심지로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국의 패션산업을 지탱해주고 있는 창신동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도심제조업기반이 패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는 숙련된 패션 제조업체가 많아 패션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펼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파리나 이탈리아로 영국의 디자이너들이 본거지를 옮기는 현상이다. 뉴욕시의 경우도 1987년부터 ‘가먼트 산업개발 지구’를 설정하여 탄탄한 도심제조업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패션 본거지로서의 명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제조업을 육성해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층 기획전시실 입구에 전시된 서완석 명장의 작품들
3층 기획전시실 입구에 전시된 서완석 명장의 작품들 ⓒ최은영

3층 기획전시실은 기간별 주제를 선정해 기획한 전시를 선보이는 곳으로 패턴과 봉제 등 패션산업과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하는 곳이다. 4층 테라스갤러리는 테라스를 겸비한 봉제역사관의 최상층으로  패션산업과 연계된 세미나, 트렌드를 반영한 특별강의 등 봉제에 대한 시선을 풀어내는 다목적 공간이다. 예전에는 4층에 바느질카페가 있었는데 2020년부터 새롭게 단장한 테라스갤러리로 활용하고 바느질카페는 지하로 이전했다.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입체패턴의 선구자 대한민국 명장 서완석' 전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입체패턴의 선구자 대한민국 명장 서완석' 전 ⓒ최은영

3층 기획전시실과 4층 테라스갤러리에서는 현재 ‘국내 입체패턴의 선구자, 대한민국 명장 서완석’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좋은 옷을 만드는데 집중해 온 그가 결국 입체패턴 분야의 명장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고, 수많은 고비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여러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전시가 기획되었다.
4층 테라스갤러리에 전시된 서완석 명장의 작품들
4층 테라스갤러리에 전시된 서완석 명장의 작품들 ⓒ최은영

‘패턴’은 디자인한 의상을 인체의 입체적인 형태에 맞게 구현하는 중요한 작업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좋은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패터너, 모델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앞으로 국내 패션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해당 전시는 오는 5월 3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바느질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브로치 만들기 무료 체험
바느질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브로치 만들기 무료 체험 ⓒ최은영

4층 테라스갤러리를 관람한 후에 바느질체험을 할 수 있는 지하 1층으로 가 보았다. 지하 1층에는 봉제역사관의 아뜰리에가 있는데, 이 곳에서 모든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념품샵도 함께 위치하고 있어 체험연계 기념품 뿐만 아니라 패턴자, 노트, 재단가위 등 다양한 패션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바느질카페는 차와 커피가 구비된 셀프카페로, 역사관을 방문한 누구나 텀블러를 소지하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

지하 아뜰리에에서는 무료 브로치만들기 체험과 컴퓨터 자수체험, 유료 키링 만들기 체험을 해보았다. 오래 간만에 바느질로 무언가 만들어서 활용해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완성해서 지인에게 선물해 보았는데 솜씨가 좀 부족해도 정성이 들어간 거라 기분 좋게 받아주니 만들고 나누는 기쁨이 있어 좋았다.
봉제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콘을 스탬프로 찍어 볼 수 있는 ' 봉제스탬프 찍기' 체험존
봉제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콘을 스탬프로 찍어 볼 수 있는 ' 봉제스탬프 찍기' 체험존 ⓒ최은영

2층 봉제역사실에서부터 시작해 3층기획전시실과 4층 테라스갤러리 전시를 관람하고 지하에서 바느질 체험을 하며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고 체험해 보았다. 동대문패션 타운의 든든한 배후 생산기지이자 전 세계 몇 남지 않은 도심 제조지역으로 창신동의 가치에 대해 발견하고 우리나라 봉제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음피움봉제역사관 건물 입구
이음피움봉제역사관 건물 입구 ⓒ최은영

‘이음피움’은 실과 바늘로 천을 이어서 옷을 탄생시키 듯 서로를 잇는다는 의미의 ‘이음’과 꽃이 피어나듯 소통과 공감이 피어난다는 뜻의 ‘피움’을 합해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실과 바늘과 옷감이 이어져 옷이 탄생하듯 지금까지 이어져 온 창신동과 동대문의 발전이 타 지역 봉제업과도 잘 연계가 되어 도심 의류 제조업이 다시금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창신동을 거점으로 전국적으로 의류산업이 체계화되어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와 경쟁해도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침체되어 가는 창신동과 동대문이 전국과 세계로 이어지고 다시금 봉제 산업의 꽃이 활짝 피어나길 소망한다. 

■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 위치: 종로구 창신4가길 26
○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 관람료: 무료
○ 홈페이지 ☞바로가기
○ 문의: 02-747-6471~2
※ 1월27일 재개관,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예약제로 운영 중 - 2시간 5명까지 네이버예약제로 관람 예약, 작업실 3시간에 2명으로 제한 운영
- 2월 작업실 예약 매진, 3월 관람은 2월20일(토)부터 예약

시민기자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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