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걸은 '경의선 책거리' 오늘도 좋았어!

시민기자 신예은

발행일 2021.02.17. 13:37

수정일 2021.02.19. 09:12

조회 1,327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는 보다 역동적이고 변화도 빠른 편이다. 도시가 변화하면서, 소위 말하는 '핫플'(뜨는 장소, Hot Place의 줄임말)이 새로 나타나기도 하고, 기존 핫플의 성장이 더뎌지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 곳곳에 여러 핫플이 있지만, 흔히 20대들의 대표 핫플이 '홍대'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부터, 홍대는 번화가였다. 현재는 홍대 주변의 연남동, 합정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2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선 홍대입구역 근처에는 걷기 좋은 길 '경의선 책거리'와 '경의선 숲길'이 함께 있다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걷기 좋은 길 '경의선 책거리'와 '경의선 숲길'이 위치해있다. ⓒ카카오맵

홍대를 떠올렸을 때 보통 '놀거리', '예술', '패션'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홍대에 '걷기 좋은 길', '연트럴파크' 등의 새로운 수식어가 붙으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생겨났다. 바로 '경의선 책거리'와 '경의선숲길'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2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선이 만나는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6번 출구 근처에 경의선 책거리가 위치하고, 3번 출구 근처에 경의선 숲길이 있다. 이 두 거리는 역동적이고, 혼잡한 홍대 근처에서, 여유를 갖고 조용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역 근처에 있어서 도보 이동도 편리한 점도 특징이다. 점점 따뜻해져서 봄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가기 좋은 곳이다.
경의선 책거리 입구에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경의선 책거리 입구 ⓒ신예은

약 1년 2개월 만에, 경의선 책거리를 다시 찾았다. 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코로나19 유행 전이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에서, 경의선 책거리 방면으로 걸어가니, 입구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경의선 책거리는 마포구의 도시재생공간 중 하나였다. 2016년 10월 조성 완료되어 2019년 8월부터는 한국출판협동조합 이후 (사)한국작가회의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조성 취지는 시민들이 책의 가치를 통해 건강한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출판업이 발전하기 위한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경의선 책거리에는 곳곳에 알록달록한 상징 조형물, 포토존, 앉을 수 있는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곳곳에 알록달록한 상징 조형물, 포토존, 앉을 수 있는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신예은

경의선 책거리는 단조로운 산책로가 아니다. 곳곳에 알록달록한 상징 조형물, 포토존, 앉을 수 있는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시민들이 더 즐겁고,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거리로서 의의가 있다. 코로나19 관계로, 마스크 착용, 1.5M 거리두기에 대한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휴식공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거리를 띄어 앉아야 한다. 또 반려동물 동반 시 목줄 및 입마개 착용에 대한 안내와, 전동 킥보드 금지에 대한 내용도 있다.
경의선 책거리의 산책(서점)들은 거리의 하이라이트이다. 산책은 다목적 용도로 이용되는 '공간산책', '인문산책', '여행산책', e-books가 모여 있는 '미래산책' 등 총 10개가 자리잡고 있다.
경의선 책거리 곳곳에 위치해있는 산책(서점) ⓒ신예은

경의선 책거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바로 산책(서점)들이다. 산책은 '공간산책', '인문산책', '여행산책', '미래산책' 등 총 10개의 산책들로 구성되어있다. 미래산책은 디지털북에 대한 이야기와, 출판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문화산책은 북합문화 콘텐츠를 예술과 연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처럼 산책 하나하나마다 고유의 정체성과 분야에 대한 깊은 정보를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길을 걷다가, 종종 띄는 기획전시가 있다. 위 사진은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의 스무살' 중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라고 쓰여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상황 속, 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기획전시를 보니 숨통이 트인다. ⓒ신예은

코로나19로 경의선 책거리 프로그램 이용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책거리를 걷는 도중, 거리 곳곳에 기획 전시와 관련된 내용이 걸려있었다. 필자가 본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의 스무 살'이다.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내디디면서, 그림과 함께 위로가 되는 글을 보니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안전한 보행로에서, 산책을 하면서, 전시도 볼 수 있다니, 일석삼조이다.
시민들에게 읽기 권장하는 '와우교 100선' 책 목록이 붙어 있다.
시민들이 읽기 권장하는 '와우교 100선' ⓒ신예은
와우교 100선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조형물, 앉을 수 있는 쉼터, 산책(서점) 등이 보인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쉬고 있는 중이다.
와우교 100선에서 바라본 풍경 ⓒ신예은

책거리를 걷다 보면, 돌벽에 책들의 목록이 크게 쓰여 있는 게 눈에 띈다. 이곳의 명칭은 '와우교 100선'인데 시민들이 꼭 읽어야 할 100선을 선정하여 도서명을 내걸어놓았다고 한다. 왠지 마음이 숙연해졌다. 책들의 목록을 보고, 뒤돌아보니 시민들이 여유롭게 쉬고 있는 풍경이 보였다. 경의선 책거리의 보행로는 하나의 길이 아니고, 또 다양한 높이 및 각도에서 즐길 수 있었다.
옛 플랫폼을 재현해서 보여주는 '책거리역'이다. 철길도 조성되어 더 역 느낌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옛 플랫폼을 재현한 '책거리역' ⓒ신예은

와우교 100선 근처에 옛 플랫폼을 재현한 '책거리역'이 있다. 철길이 있어, '경의선' 책거리인 만큼, 경의선에 대한 역사도 소개되어 있었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복선철도로, 일제에 의해 건설됐다. 용산~신의주 구간이 1906년 완전 개통되었다고 하는데, 일제의 한반도 지배를 위해 건설되었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하고 슬펐다. 참고로, 경의선 책거리와 함께 마주하고 있는 경의선숲길은 용산선 구간 중 용산~가좌 구간이 지하화됨에 따라 지상에 만든 공원이라고 한다.
경의선 책거리 홈페이지에 2월 행사 및 프로그램이 달력으로 나와있다. 코로나 때문에 제한된 상황이지만, 홈페이지에는 꾸준히 온라인 프로그램, 소식 등이 올라오고 있다.
경의선 홈페이지에 게시된 2월 행사 ⓒ경의선 책거리

경의선 책거리에서 진행되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경의선 책거리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고 나오면 즐길 거리가 더욱 풍부해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계로 zoom 등을 통해 때때로 온라인 강연 및 이벤트가 늘었다. 홈페이지 이외에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로 경의선 책거리를 만나볼 수도 있다.

오랜만에 걸은 경의선 책거리는 오늘도 좋았다. 따스한 봄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필자의 머릿속에 언제든지 다시 걷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았다. 독서, 산책, 전시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으니 더 편리하고 즐겁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경의선 책거리에서 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누리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 경의선 책거리

○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37길 35
○ 교통 :
-지하철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 앞
-버스 : 동교동 삼거리 정류장, 산울림 소극장 정류장
○ 운영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화요일 ~ 일요일) *월요일 휴관 (※ 현재 코로나19로 유동적일 때가 많으니,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 요망)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 문의 : 02-324-6200

시민기자 신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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