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기획전에서 아버지를 추억하다
발행일 2021.02.09. 11:00
3월14일까지 식물문화센터 2층 ·마곡문화관 두 곳에서 열려
서울식물원 기획전 ‘숲의 이면(Beneth the Forest)’을 보기 위해 스마트서울맵에서 위치를 찾았다. 식물원은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직 이 지역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는데, 서울 도심에 식물원이 있고 숲 관련 전시를 한다는 점이 조금 놀라웠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조금은 휑한 지역에 내렸다. 한 쪽에 멋진 모습의 서울식물원이 두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서울맵에서 서울식물원을 검색해 보았다. ⓒ조한상
서울식물원 기획전 '숲의 이면'이 던지는 질문
전시는 서울식물원 프로젝트홀2(식물문화센터 2층)과 마곡문화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우선 식물원의 입구에서 가까운 식물문화센터 2층부터 둘러봤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크고 하얀 유리로 만들어진 식물원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자동문을 들어서니 정면엔 커다란 로비가 위치했는데 마치 사라진 숲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이색 작품들로 가득했다.
전시 ‘숲의 이면’은 콜롬비아대사관과 함께 '식물, 나무, 숲'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안내 책자에서는 '우리는 왜 숲으로 대변되는 자연을 찾아 나서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자연에 투과된 인간의 감각과 욕망, 자연의 원형에 대한 탐구와 성찰 등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되돌아보고 자연 그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취지가 실려있다.
전시 ‘숲의 이면’은 콜롬비아대사관과 함께 '식물, 나무, 숲'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안내 책자에서는 '우리는 왜 숲으로 대변되는 자연을 찾아 나서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자연에 투과된 인간의 감각과 욕망, 자연의 원형에 대한 탐구와 성찰 등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되돌아보고 자연 그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취지가 실려있다.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2층 ⓒ조한상
이번 전시는 국내 작가 5인(김미경, 남화연, 박형근, 이재삼, 파랑)의 작품 21점을 비롯해 콜롬비아 다큐멘터리 작가 2인(클레어 웨이스코프, 파트리시아 아야라)의 영상 2점, 주한콜롬비아대사관이 서울식물원에 기증한 세밀화를 선보였다.
이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은 박형근 작가의 '우주'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보낸 필자는 숲에 대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숲 하면 떠오르는 게 군복무 시절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나무정리 작업을 했던 일, 친구와 함께 거닐었던 여수 오동도의 대나무 숲 정도다. 아마도 가장 그럴듯한 숲 혹은 밀림에 가까운 기억은 싱가폴의 나이트사파리인 것 같다. 밀림 속을 좁은 길을 따라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느꼈던 당시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밀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잠깐 우주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우주는 그저 검고 막막한 공간이며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머리 속의 우주는 그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별빛들이 마치 분명한 별자리를 구성하듯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왠지 그 별들 사이에는 여러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 이런 이미지는 마치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여러 대륙의 모습과도 닮아 보이는 것 같다. 또다시 그 반짝임들 사이의 이야기가 상상된다.
이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은 박형근 작가의 '우주'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보낸 필자는 숲에 대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숲 하면 떠오르는 게 군복무 시절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나무정리 작업을 했던 일, 친구와 함께 거닐었던 여수 오동도의 대나무 숲 정도다. 아마도 가장 그럴듯한 숲 혹은 밀림에 가까운 기억은 싱가폴의 나이트사파리인 것 같다. 밀림 속을 좁은 길을 따라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느꼈던 당시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밀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잠깐 우주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우주는 그저 검고 막막한 공간이며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머리 속의 우주는 그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별빛들이 마치 분명한 별자리를 구성하듯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왠지 그 별들 사이에는 여러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 이런 이미지는 마치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여러 대륙의 모습과도 닮아 보이는 것 같다. 또다시 그 반짝임들 사이의 이야기가 상상된다.

박형근 작가의 작품 '우주' ⓒ조한상
식물문화센터 2층에서의 전시를 관람하고, 조금 떨어진 마곡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작은 창고 같은 건물인데 지표와 연결된 다리가 제법 멋이 있는 공간이다. 내부가 아주 어둡고 바닥이 유리로 된 이곳은 과거 양천수리조합배수펌프장이었다고 한다. 자연이 사라지고 세워진 인간의 공간이 시간이 지나 다시금 자연의 이미지로 채워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식물원 내 마곡문화회관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조한상
앞서 본 전시공간과는 달리, 어두운 공간에서 맞이하는 작품들은 '자, 이곳부터는 진짜 숲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첫번째로 등장한 김미경 작가의 숲은 '곶자왈'이란 설명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곶자왈’은 숲을 의미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의미하는 '자왈'의 제주합성어다. 숲이란 '전방이 확인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제시해주는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어두운 초록의 물체들 뒤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긴장감이 느껴지고, 동시에 빌딩의 숲에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현대사회의 도시민들의 일상을 떠올리게 했다.

김미경 작가의 숲, 곶자왈 작품 ⓒ조한상
전시의 마지막 부문에 제시된 식물의 세밀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식물학자인 호세 셀레스티노 무티스가 1783년부터 30년간 콜롬비아를 탐험하면서 다양한 식물들을 조사하고 기록한 자료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식물의 사진을 찍으면 그 식물의 이름과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참 편리한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다. 또 혹시라도 산에서 길을 잃게 되면 무언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데 유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 애플리케이션의 기초자료가 이렇게 태어났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주한콜롬비아대사관이 기증한 18세기 식물 세밀화가 전시되어 있다. ⓒ조한상
그리고 다음 순간, 아버지와 산길을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며 먹을 것이 귀했던 대부분의 어른들처럼 아버지는 늘 산길을 갈 때면 길가의 나무며 풀들을 가리키며 이름과 용도를 얘기해 주셨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당시 로봇과 자동차의 이름에 관심이 컸었기에 호기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당연히 식물에 대한 지식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전시에서 만난 식물의 세밀화는 내게 다시금 아버지와 걷던 산길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식물원에서 열리는 '숲의 이면' 전시를 통해 신비롭고 경외로운 숲, 생명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우주로서의 숲 등 다양한 시선의 숲을 만나며 우리 기억 속 숲을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서울식물원에서 열리는 '숲의 이면' 전시를 통해 신비롭고 경외로운 숲, 생명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우주로서의 숲 등 다양한 시선의 숲을 만나며 우리 기억 속 숲을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 서울식물원 기획전 <숲의 이면> 전시
○ 전시기간 : 2020.11.17.(화) ~ 2021.3.14.(일)
○ 전시장소 : 프로젝트홀2(식물문화센터 2층), 마곡문화관
○ 관람시간 : 10:00~17:30(매주 월요일 휴관)
○ 관 람 료 : 무료
○ 전시장소 : 프로젝트홀2(식물문화센터 2층), 마곡문화관
○ 관람시간 : 10:00~17:30(매주 월요일 휴관)
○ 관 람 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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