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숨기지 말고 도움 청해요!" 강동구 가정상담센터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2.04. 15:17

수정일 2021.02.04. 15:45

조회 3,438

가정폭력·부부갈등·가족갈등 전문 상담 역할 톡톡히
강동구가정상담센터 입구
강동구가정상담센터 입구 ⓒ윤혜숙

'강동구 가정상담센터'는 시장통 입구 쪽 건물에 있어서 행인들 눈에 쉽게 띄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할 때 길을 걷다 보면, 센터를 알리는 간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년 한 해 화두는 단연코 코로나19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휴업 및 실직 또는 재택근무로 인해 한 집안의 가장부터 온라인개학을 한 자녀들까지 집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 삼시세끼를 준비해야만 하는 주부 또한 고충이 컸다. 평소 가족들 간의 갈등이 없었다고 해도 자꾸만 부딪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면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사건이 수시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때 강동구 가정상담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강동구 가정상담센터를 소개하는 신영미 센터장
강동구 가정상담센터를 소개하는 신영미 센터장 ⓒ윤혜숙

지난 2018년 부부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집안의 집기가 부숴지고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겪은 아내가  강동구 가정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피해자였던 부인은 처음 상담사를 대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했을 만큼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러던 부인이 센터에서 진행하는 ‘슬기로운 결혼생활’ 캠프에 참가하게 되며 점차 바뀌게 됐다. 표정이 밝아지면서 때론 환하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다 다행히 부부 갈등을 이겨내고 가정이 화목을 되찾았다. 신영미 센터장이 들려준 사연이다. 

센터장은 가정폭력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내담자를 상담하는 일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힘들지만, 센터에서의 상담과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해 가는 내담자의 모습을 대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동구 가정상담센터 실내
강동구 가정상담센터 실내 ⓒ윤혜숙

강동구 가정상담센터는 친정과도 같이 편안한 곳이다. 가정 내 갈등이나 폭력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센터를 찾아온다. 센터는 “이럴 때 어떡하지요?”라면서 어렵사리 말문을 꺼내는 내담자를 따듯하게 맞이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실내장식부터 신경을 썼다. 출입문을 열자 안정감을 주는 파스텔 색조의 은은한 색감이 방문객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신영미 센터장을 포함한 4명의 직원이 반갑게 방문객을 맞아들인다.
강동구가정상담센터 안내문
강동구가정상담센터 안내문 ⓒ윤혜숙

가정 문제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면

지난 2018년 5월 30일,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강동구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해 강동구가정상담센터가 문을 열었다. 가정폭력, 부부갈등, 가족갈등 등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상담기관이다. 사단법인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가정폭력상담센터’가 아니라 ‘가정상담센터’라고 하니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센터장의 말에 의하면, 폭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센터의 정체성 측면에선 적합하다. 하지만 시장 입구 쪽에 자리 잡은 센터를 방문할 때 주위 사람들의 이목에 신경이 쓰인다. 따라서 내담자가 경계심을 풀고 드나들기 편안하게 하려고 이름을 짓는 것부터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가정상담센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안전상담실
센터 내 안전상담실 ⓒ윤혜숙

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 가해자 모두 상담하기 힘들다. 특히 피해자는 오랜 기간 가정 내의 폭력 상황에 누적 노출돼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가정폭력 가해자 또한 상담을 통해서 문제를 인식하고 태도의 변화를 끌어내고자 한다. 또한 부부간의 갈등이 자녀의 학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녀 상담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정 내에서 일어난 폭력을 밖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정폭력은 사소한 다툼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겨준다. 자칫 피해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발생하기 전 부부간의 갈등 징조가 보일 때 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는 게 더 낫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으로 치닫기 전, 예방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상담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상담실 ⓒ윤혜숙

올해 개정된 '가정폭력처벌법' 시행으로 처벌 강화

지난 1월 21일자로 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범죄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임시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했다.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범죄 수사에 돌입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 또한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피해자보호명령’과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도 있다.  

과거엔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할 때 제재 규정이 없었다. 임시조치로 가해자가 10m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어도 집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피해자가 집을 나가야 했다. 이럴 때 과태료만 부과됐었는데, 이제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재 수단을 강화했다. 또한 임시조치 단계에서 가해자를 상담소 등에 상담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징역·벌금형을 내릴 때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등을 수강·이수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할 수 있다.  
강동구 가정상담센터 내 구비된 책자
강동구 가정상담센터 내 구비된 책자 ⓒ윤혜숙

'내 인생의 신호등' 등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운영

센터에서 주로 하는 상담 사업은 가정폭력 상담과 가정문제 상담이 있다. 가정폭력 상담은 가정폭력 피해자 및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 상담 및 집단상담이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피해자 치료 회복으로는 ‘내 인생의 신호등’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해자 교정치료로는 ‘슬기로운 결혼생활’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부부를 중심으로 상담하며, 개별상담, 집단상담, 캠프가 있다. 스토킹, 데이트폭력 관련 상담도 가정폭력 상담의 범주 안에 속한다. 센터는 가정폭력 상담에 그치지 않고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위해 법률·의료·피해자 보호시설까지 연계하고 있다. 

가정문제 상담은 가정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인 부부·자녀·고부간의 갈등까지 포괄해서 다루고 있다. 

과거엔 주변에 알려질까 창피해서 다른 지역에 있는 상담소를 방문했다면 지금은 우리 동네에 상담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훨씬 많아졌다. 그만큼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의사표시일 것이다.

신영미 센터장은 “강동구가 여성친화적이고 여성이 안전한 지역을 표방하고 있다"며, "가정폭력이 발생하기 전 예방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게 센터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2RC 프로그램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가족 간 갈등 속에 성장한 성인 자녀를 대상으로 한 2RC 프로그램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출처: 강동구가정상담센터)

폭력 가정에서 자란 성인자녀 치유하는 '2RC' 프로그램 진행

2021년 센터는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을까?

올해는 가정폭력 피해나 가족 간의 갈등 속에서 성장한 성인자녀를 대상으로 ‘2RC’(Remove! Remember! Community!)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부분 20대가 되면 예전에 받아왔던 상담을 받지 않고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진행 예정인 2RC 프로그램은 그들의 내면에 쌓인 상처를 끄집어내서 지우고, 기억하고, 사회 속에서 이어가자는 뜻이다.

또한 ‘2021 다시, 봄 Again Spring’을 3회기로 계획 중이다. 엄마가 피해자라면 자녀도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다. 가정 내 불안이나 갈등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소리를 크게 지를 수도 없다. 잔뜩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교육, 자기방어 기초훈련, 자기주장훈련을 거치면서 점차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프로그램이다.  

폭력은 어떤 형태든 용인할 수 없다.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가정폭력을 몰아내고 가정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 강동구 가정상담센터의 문은 오늘도 활짝 열려 있다.   

■ 강동구가정상담센터 안내

○ 주소: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138길 4 2층(명일역 4번 출구에서 172m)
홈페이지: http://www.gdc2018.or.kr
○ 전화상담: 02-429-2121
○ 이메일상담: gdc2018@naver.com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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