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우리 힘으로! 주민자치회 화상 워크숍 현장
발행일 2021.02.02. 12:00
서울시는 풀뿌리 자치를 활성화하고 민주적 참여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이하 주민자치회)는 동 자문기구인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명칭은 비슷하나 기능은 다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민 대표 조직이다. 동 단위로 만들어지는데 주민이 정책과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주민자치회는 직접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은평구는 2019년부터 5개 동(불광2동, 갈현1동, 갈현2동, 응암2동, 역촌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했다. 최근에는 16개 전체 동으로 확대되어 새롭게 11개 동에서 각각 주민자치 위원(이하 위원) 50명이 선정되었다. 또한 위원들을 돕는 동자치지원관도 배정됐다.
은평구 11개 동 주민자치회 위원 모집 공고문 ⓒ은평구청
주민자치회가 안착하려면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를 정비하는 등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11개 동은 주민자치회 워크숍을 하고 있는데 그 중 5개 동(진관동, 녹번동, 불광1동, 증산동, 수색동)의 워크숍을 두두협동조합이 맡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워크숍은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필자는 진관동 주민자치회 워크숍에 스텝으로 참여했다.
진관동은 워크숍과 사전접속을 위한 화상 스튜디오를 주민센터 2층 기쁨홀에 마련했다. 체온 측정, 손 소독은 물론이고 진행자 테이블을 최대한 멀리 배치하여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 다만 위원의 요청으로 잠시 진행자만 마스크를 벗기도 했지만 줄곧 스텝과 참관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구파발역 인근에 위치한 진관동주민센터 ⓒ추미양
워크숍에 대비한 사전접속 행사를 메인 진행자가 하고 있다. ⓒ추미양
원활한 워크숍 진행을 위해 며칠 전 ‘사전접속’ 행사를 가졌다. 위원들은 순차적으로 입장하여 인사를 나누고 줌 기능 중 오디오 해제, 비디오 켜기, 이름 바꾸기 등의 기능을 익혔다. 진관동은 위원의 절반이 60대 이상이고 대부분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접속하였기 때문에 친절한 줌 사용 설명이 이어졌다.
드디어 진관동 주민자치회 운영세칙 마련을 위한 화상 워크숍이 오후 7시부터 시작되었고 위원들은 30분 전부터 줌으로 입장했다. 두두 협동조합의 이귀보 이사장이 메인 세션을 맡아 워크숍 진행 순서, 참여 방법, 토론 내용을 간략히 설명했다. 위원들은 워크숍에 참여하기 전에 주민자치회에 대한 영상 세 편을 시청하고 토론 내용이 담긴 워크시트를 꼼꼼히 체크했다. 덕분에 토론은 초반부터 활기를 띠었다.
메인 진행자와 5개 조진행자 테이블이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있다. ⓒ추미양
메인 진행자가 화상 워크숍 참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추미양
심층적인 토론을 위해 위원들은 5개 조로 나뉘었고 전문 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가 토론을 진행했다. 조별 1차 토론에서는 운영세칙준비위원회와 운영진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 적정 인원과 구성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퍼실리테이터는 위원들이 골고루 발언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위원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토론 결과 두 위원회 모두 적정 인원은 5~7명, 자원보다는 추천 방식을 선호했다.
1차 토론을 진행하는 5조 진행자 ⓒ추미양
조별 1차 토론이 끝나고 메인 세션으로 돌아와 1, 2조의 토론 내용을 경청한 뒤 다시 2차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 주제는 감사 인원수, 간사 결정 방법, 위원 해촉 사유이다. 감사는 사업과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2명을 두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위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간사 결정 방법이었다. 운영진 선거에 포함하여 투표로 결정하는 호선,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회장이 지명하여 결정하는 선임, 공개모집을 통해 선임하자는 의견이 팽팽했지만 공개모집을 통한 선임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한편 위원은 정기회의에 연간 4회 이상 불참 시 해촉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조별 3차 토론은 분과위원회 구성 시기와 성립 조건에 관한 것이었다. 분과위원회는 주민자치위원으로 분과를 구성한 후 분과위원을 모집하되 주민자치위원을 7명 이상 포함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주민총회 의결 정족수는 동 주민 1% 이상 참여가 가장 많았고 의결권은 만 18세 이상을 선호했다. 한편 운영세칙준비위원이나 운영진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싶은 자원자와 추천자 이름도 수합했다.
동자치지원관과 주무관이 워크숍 진행을 돕고 있다. ⓒ추미양
조별 3차 토론이 끝난 뒤 위원들은 메인 세션으로 돌아와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위원 50명 중 38명이 투표에 참여한 이 결과는 향후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을 만드는데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화상으로 진행된 2시간에 걸친 워크숍은 다소 지루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휘리릭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위원들의 소감을 들었다. 위원 중 한 분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 하는 방식이 낯설었지만 재미있었다”라며 얼굴을 마주하고 토론할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토론 결과를 지지하는 응원 이벤트를 하고 있다. ⓒ추미양
코로나 19로 언택트 방식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지만 위원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작은 화면이지만 위원들의 마스크 안 쓴 얼굴을 볼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앞으로 위원들은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을 수립하고 운영진과 분과위원회를 구성한 뒤 자치계획을 세울 것이다. 자치계획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 실행에 옮기게 된다.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면 동 주민을 위한 행정이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중심이 될 것이다. 주민이 살고 싶어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협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앞으로 위원들은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을 수립하고 운영진과 분과위원회를 구성한 뒤 자치계획을 세울 것이다. 자치계획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 실행에 옮기게 된다.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면 동 주민을 위한 행정이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중심이 될 것이다. 주민이 살고 싶어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협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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