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마을 벽화는 왜 지워졌을까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1.29. 12:54

수정일 2021.01.29. 17:58

조회 15,005

2020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의 성과공유 리플렛을 따라가 본 이화마을

이화마을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밀려들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벽화가 지워지는 등 변화가 있다는 소식을 듣곤 했다. 오랜만에 한성대입구역에서 낙산 성곽길을 따라 이화마을에 가보았다.  
이화마을 ‘낙타와 남산이 그려진 벽화.’ 낙산은 낙타 등처럼 볼록하게 솟아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화마을 ‘낙타와 남산이 그려진 벽화.’ 낙산은 낙타 등처럼 볼록하게 솟아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선미

실은 ‘2020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의 성과공유 리플렛을 보고 나선 길이었다. 2016년 시작해 5회째를 맞이한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은 지난해의 경우 서울 시민 44명이 사전교육을 통해 정보를 얻고,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활동주제를 정해 서울의 공공미술 작품과 그 스토리를 찾아 알리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는 바람에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누리려는 시민들의 욕구가 증가한 지난해의 주제는 ‘우리동네 공공미술’이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를 서북권, 동북권, 서남권, 동남권 등 4개 생활권으로 나눠 각각 동네 벽화 혹은 그래피티, 맛집지도, 공공미술, 공원미술 산책을 주제로 답사하고 발굴했는데, 그 가운데 이화마을의 벽화는 서북권 ‘낙서를 찾아서’ 조의 활동에 속했다. 
한양도성 낙산을 따라 이화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한양도성 낙산을 따라 이화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이선미

낙산 성곽 아래쪽으로 자리한 이화동은 조선시대에는 도성의 5대 명소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두 물줄기가 만나 쌍계동이라고 불리던 마을에는 기기묘묘한 바위와 수목이 울창한 숲으로 계곡이 흘러 양반들이 풍류를 즐겼다. 
이화동은 쌍계동이라고 부르던 명소로 계곡과 숲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이화동은 쌍계동이라고 부르던 명소로 계곡과 숲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이선미

2006년 낙후된 마을을 대상으로 시작된 도시예술캠페인의 한 곳으로 선정되어 ‘낙산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당시 프로젝트는 ‘잇기, 섞기, 함께 어울리기’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맡았던 이태호 예술감독은 “산 아래 대학로의 북적대는 젊음의 거리와 언덕 위 한국전 직후 형성된 오래된 마을을 연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이화마을은 벽화마을로 탈바꿈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대학로를 거쳐 언덕을 올라와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화마을 곳곳에 붙어 있는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
이화마을 곳곳에 붙어 있는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 ⓒ이선미

마을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매스컴에도 오르내리고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며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사진 촬영 등의 불편을 호소하게 되었고 결국 이화마을에서 가장 유명했던 ‘꽃 계단’과 ‘물고기 계단’을 비롯한 벽화들이 철거되거나 페인트로 덧칠되었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I♥SEOUL’ 벽화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I♥SEOUL’ 벽화 ⓒ이선미

코로나19 여파로 여기저기 문을 닫아 더 한산한 골목을 걸었다. 어디로든 길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이었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모퉁이를 돌아들곤 했다. 
‘낙서금지’라는 낙서 같은 그림도 골목에 가장 잘 어울린다.
‘낙서금지’라는 낙서 같은 그림도 골목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선미
여전히 이화동의 곳곳에는 벽화가 있다.
여전히 이화동의 곳곳에는 벽화가 있다. ⓒ이선미

그래도 벽화마을이라는 이름 그대로 여전히 곳곳에 벽화가 있었다. 낡은 대로 마을과 어우러져가는 풍경이었다. 주민들이 그림을 지워버린 계단 앞에 서자 벽화마을 조성 같은 도시재생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묻게 되었다.
주민들이 그림을 지워버린 계단에 자취가 남아 있다.
주민들이 그림을 지워버린 계단에 자취가 남아 있다. ⓒ이선미
주민들의 고충을 보여주는 정미용실 벽화 쉿!
주민들의 고충을 보여주는 정미용실 벽화 쉿! ⓒ이선미

2020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은 ‘우리동네 공공미술’이 시민들의 일상 가운데 어떤 맥락으로 위치하고,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고민하며 활동했다고 한다. 시민발굴단은 이화벽화마을을 소개하면서 도시재생의 본질이 공간을 단장하는 것인지, 시민을 위한 것인지 물음을 던진다. 덧붙여 공공미술은 단순히 공공장소에 전시되는 작품이어서는 안 되며 어떤 장소에 어울리는, 그 장소의 성격과 정체성에 맞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날개’ 벽화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날개’ 벽화 ⓒ이선미
굴다리 아래 그려진 ‘미싱을 돌리는 여성’은 봉제공장이 모여있던 이화동의 과거를 보여준다.
굴다리 아래 그려진 ‘미싱을 돌리는 여성’은 봉제공장이 모여있던 이화동의 과거를 보여준다. ⓒ이선미

예를 들어 ‘날개’ 벽화는 통영의 동피랑 마을 등 곳곳에 있다. 그림만 보면 이화마을이라는 것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굴다리 아래 벽화들은 이 동네의 고유한 기억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지금 이화동에는 이제는 어디에나 있는 ‘날개’ 벽화가 있고, 이화동의 과거를 보여주는 ‘미싱을 돌리는 여성’이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재와 미래도 그려지지 않을까?
비좁은 골목의 벽에 그려진 주민들의 벽화가 생생하고 재미있다.
비좁은 골목의 벽에 그려진 주민들의 벽화가 생생하고 재미있다. ⓒ이선미
유쾌한 모습의 주민들이 벽화로 그려져 재미를 더했다.
유쾌한 모습의 주민들이 벽화로 그려져 재미를 더했다. ⓒ이선미

내려오는 길에 접어든 골목에도 벽화들이 있었다. 오래되지 않은 그림들이 즐거웠다. “나는 이 동네에서 태어났어요” 생생한 이화마을과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 이화마을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이화장길 70-11
○ 가는법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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