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쿵따리유랑단이다
발행일 2013.09.17. 00:00
[서울톡톡]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럴 땐 나처럼 노랠 불러봐, 꿍따리샤바라 빠빠빠빠"
낯익은 경쾌한 음악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6일과 7일, 시민청 지하 2층 바스락홀에서는 90년대 인기 댄스 듀오 '클론' 멤버였던 강원래 씨와 꿍따리유랑단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쿵따리유랑단, 장애를 넘어서다
꿍따리유랑단은 장애 예술가들이 모인 공연단체이다. 자신의 콤플렉스인 장애를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단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내 다리를 만져도 내 배를 만져도 남의 몸 만지는 느낌이에요. 아무리 꼬집어도 때려도 이젠 아프지 않아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게, 차라리 이럴 바에는 죽어버리자 생각도 했었죠."
공연에는 지난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꿍따리유랑단 단장 강원래 씨의 솔직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렇게 힘들어할 때마다 그의 곁에서 힘내라고 응원해 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많은 장애인들을 보며, 단지 걷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을 포기하려 했던 스스로를 바보스럽게 느끼게 되었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니들 맘대로 실컷 괴물같은 난쟁이라 놀려싸라, 내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가 유명한 트로트가수가 되면, 그때는 난쟁이 용희, 괴물 난쟁이가 아니고, 노래 잘하는 난쟁이, 가수 난쟁이가 되는 날이 반드시 꼭 오고 말끼대. 그래 할 수 있대이"
저신장장애 트로트가수 나용희 씨는 늘 자신을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과 놀림을 딛고, 당당하게 프로다운 여유와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저는 귀로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진동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어요. 저의 꿈은 내가 느끼는 음악을 저의 몸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였던 이들 중엔 놀랍게도 2명의 청각장애 댄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음악을 못 듣는다고 춤도 못 출 것이란 생각은 그야말로 편견에 지나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인기그룹 디토 출신 연축성 발성장애 가수인 오세준 씨와, 케이블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감동을 주었던 1급 시각장애인인 김민지 씨도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꿍따리유랑단는 2008년부터 전국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등을 돌며 공연을 펼쳐 왔다.
"장애인들이 와서 불쌍해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까 나 자신이 불쌍하네요. 장애인들도 저렇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난 그동안 뭐 했나 반성이 되네요."
이들의 공연을 본 친구들 중에는 이렇게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실제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게 된 경우도 있다. 소년원 공연 후 받은 한 통의 편지는 꿍따리유랑단 단원들에게 큰 보람이 되었다. 편지에는 공연이 좋았다는 내용과 함께 '미용사 자격증 취득하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이들 꿍따리유랑단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2009년에는 소설로, 2010년과 2011년에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끼와 실력으로 최고가 되자
"멤버들은 매번 조금씩 바뀌어요. 배우를 하던 사람들도 아니고 각자 직업도 있고 하던 일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때그때 배우들이 개인 사정에 의해서 못하는 일이 생기면 그 결손 인력을 보충하죠. 배우들은 모두 원래가 찾아온 친구들이에요. 원래는 끼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는 능력을 가졌어요. 배우들 모두 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니 잘 하죠."
꿍따리유랑단 감독 기홍주 씨도 연극계에서 한창 인정받고 활동하던 중 30대 초반에 당뇨합병증으로 시각 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어렴풋이 불빛 아래서 사람 형체만 보이는 정도이지만, 단원들이 연기하는 것을 귀로 듣고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고3 때 TV 프로그램 '사랑의 가족'에 출연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걸 계기로 강원래 단장님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같이 놀러 다니자 해서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공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대본 외우고 춤도 좀 외우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춤을 한 번도 춰본 적이 없는데 하라고 하시니까 그런 것이 좀 많이 힘들었어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주인집 딸 역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김민지 씨를 단원으로 영입한 것도 강원래 씨다. 강원래 씨는 단원 뽑는 일부터 연습 과정까지 비록 야속하다는 얘길 들을지언정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대부분은 장애가 오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하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장애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하지만 이들 꿍따리유랑단 단원들은 창피하더라도 희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공연을 하고 있다.
"일단은 저는 박수소리로 사람들이 많이 왔는지 아니면 적게 왔는지 알 수 있고, 사람들 함성으로 사람들이 지금 느낌이 어떻구나 느낍니다. 그리고 무대 중간 중간마다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연기를 잘하고 있구나. 지금 하고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구나 느끼게 되죠. "
민지 씨의 얘기를 듣자니, 꿍따리유랑단 공연의 관객들에게도 보다 적극적인 표현은 필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연의 감동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박수 소리도 크게 적극적으로 표현해보자.
희망, 그리고 새로운 도전으로 당당하게
"저희 장애인들을 아주 불쌍하게 보거나, 아니면 난 상관없는 사람 이렇게 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과한 관심은 부담스럽고 안 좋지만, 너무 배제하지 말고 친구 · 가족 같은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이웃, 내 친구, 우리 가족이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장애인인 분들도 있잖아요. 몸이 약간 불편한 거지 나랑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110cm 단신이라는 소개말에 '111cm예요'라며 유쾌하게 받아넘기는 나용희 씨는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라는 다소 돌직구 같은 질문에도 친절하게 장애인들의 생각을 전해주었다. 아울러 장애인들에게 사회 선배로 따뜻한 조언의 말도 들려주었다.
"당당해졌으면 좋겠고요. 소심하고 그런 성격 때문에 집에만 있는 장애인 분들도 밖으로 나오시면 좋겠어요. 사회에 나오면 너무너무 재미있는 게 많아요. 찜질방도 꽃놀이 가는 것도 재미있죠. 그리고 밖에 나오더라도 자기 안에 갇혀 사시는 분들도 계세요. 벽을 치고 단절하고 사는 경우도 있는데, 비장애인들도 나랑 같은 사람이거든요.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손을 뻗어 도와줄 수도 있고, 그렇게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는 비단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자신감을 잃고 내 안에 갇혀 사는 꿈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장애인이지만, 당당하게 일어서 희망을 전하는 꿍따리유랑단,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꾼다. 장애도 나이도 학벌도 그 무엇도 다 변명임을 일깨워 준 꿍따리유랑단의 희망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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