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사람들, 건강 밥상을 만들다
발행일 2013.03.20. 00:00
[서울톡톡] 협동조합하면 가장 많이들 얘기되는 곳이 한살림이다. 한살림하면, 일반적으로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물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유기농 먹거리에 관심 있는 주부들 사이에선 초심을 잃지 않고 소박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생협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과연 한살림은 어떤 곳일까? 궁금한 맘에 한살림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보았다. |
다양한 모임들, 함께 하는 사람들
"이 막장은 쌈장으로 바로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된장국 등으로 이용할 때는 1주일 정도 실온에 숙성시킨 후에 먹는 것이 좋고…."
서울 신정동 한 아파트에서는 10여명의 주부들이 모여 함께 막장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살림을 이용하는 동네 주부들이다. 매달 한 번씩 모여 고추장을 담거나, 천연화장품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물품을 시식하거나, 생산지를 함께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주부들 공통의 관심사인 먹거리 얘기도 하고, 육아 교육 관련 담소도 나눈다. 이처럼 한살림 조합원들은 정기적으로 지역 내 조합원들과 함께 마을 모임이나 매장 모임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소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비폭력대화 · 엄마표 영어 · 생태놀이 같은 자녀 교육 모임이나, 요리 · 퀼트 · 옷만들기 · 영화 · 책읽기 · 사진 · 외국어 등 취미모임이나, 걷기 · 등산 · 요가 같은 건강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모임들은 모두 조합원 스스로 만들고 꾸려나간다고 한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조합의 모든 정책과 사업 방향도 조합원이 결정한다. 한살림의 경우, 전체 조합원이 35만 명이라고 한다. 이렇게 큰 조합의 경우는 조합원 참여에 대한 고민이 깊다.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렇듯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기도 한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가 한살림 식구들이죠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한살림에 대한 얘기를 부탁하니 대뜸 하는 말은 사람 좋다는 얘기들이다. 한살림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친환경식품들에 대한 자랑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소 의외였다.
"한살림 모임은 동네 엄마들 모임이나 다른 친목 모임과는 좀 다른 얘기들이 오가죠. 함께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공유하고, 좋은 얘기 많이 듣게 되요. 이런저런 얘기하며 많이 웃게 되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즐거운 모임이에요."
한살림은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조합원이다. 이들 조합원 간의 교류도 활성화되어 있다. 대보름 · 단오 등 세시 행사도 생산지에서 함께 하고, 딸기 따기 · 모내기 · 벼 베기 등 다양한 생산지 방문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 각 지역 (지부)별로 생산지와 자매결연을 맺고 항시적으로 교류를 하는 곳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산지 노총각들 장가보낼 걱정이며, 연이은 비소식엔 생산자 밭작물 걱정까지 함께 한다. 이런 열혈 조합원들을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족인양 나누는 정이 예사롭지 않다.
"할인행사도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중에는 할인 금액을 고스란히 생산자가 떠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한살림은 생산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살림 사업비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쌀수매가격 등을 책정할 때면 여실히 드러난다. 소비자 대표들은 농민 생산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기에 쌀값을 올리자고 눈물로 호소하고, 생산자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을 알기에 오히려 쌀값을 동결하자고 고개를 젓는 풍경이 매해 반복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등에서는 70~50%를 유통마진으로 취하지만, 한살림은 운영비 (24%)를 제외한 모든 비용 (76%)은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한살림과 같은 소비자협동조합은 유통마진 비용을 줄여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조합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자들이 모여 생산량과 수급 가격을 미리 결정하여 약속한 가격으로 일정하게 공급하므로 가격 폭락이나 급등이 없이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한살림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마음이 담긴 물품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협동조합이다.' 한살림 안내 문구를 보니 함께 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생산지에 직접 가보면 더욱 믿음이 가죠. 논 여기저기 농약을 치지 않아 거미줄이 쳐져 있는 모습이나, 제초제를 치지 않아, 과수나무 아래 풀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보면…. 가입한지 1년 미만인 분들께는 새내기 생산지 방문, 적극 추천해요. 참가비도 저렴하고 행사내용도 좋거든요."
"가공품 공장도 규모는 작지만 내부 관리는 잘 되어 있더라고요. 위생면도 꼼꼼히 살려봤는데 만족스러웠어요. 이렇게 마을 모임 등에서도 다녀오긴 하지만, 각 분과 위원회에선 정기적으로 점검을 간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조합원이라 해서 혹여 관리에 소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 그 또한, 오해. 이들은 자체적인 까다로운 점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공정 기관을 통한 점검도 이루어지지만, 생산지의 자주관리와 공동체 내 관리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점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조합원 스스로 농산물 위원회나 가공품 위원회 등에 참여해 산지 점검을 나선다고 한다.
내 몸의 건강을 너머,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들
이쯤 되니 한살림에는 어떤 물품이 좋은지 물품사용 소감이 궁금해진다.
"글쎄요. 저흰 대부분 한살림 물품을 사용해요. 시중물품을 써보지 않아 비교해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음, 일단 믿음이 가고요. 첨가물이나 유해물질이 들어있지 않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어 좋죠."
"전 한살림을 이용하며 제철식품이 어떤 것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제철 농산물이라 신선하고 맛도 뛰어난 것 같아요. 사과 같은 과일도 너무 맛있고, 한살림 과일 먹다보면, 시중 과일은 너무 싱거워서 못 먹겠더라고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생각보다 충동구매를 많이 하게 된다. 한살림을 이용하면 일주일치 계획을 세워 미리 주문해 배송 받아 먹으니, 보다 알뜰한 소비를 하게 된다고 한다.
"사실 한살림 이용하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해졌어요. 예전엔 별 생각 없이 편하다고 사용하던 것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죠. 예를 들면 종이컵처럼요."
"전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면서도 테이크아웃 잔에 먹는 사람들보면 종이컵이 얼마나 몸에 유해한지, 환경을 파괴하게 되는 지 막 얘기해주고 싶어요. (웃음)"
한살림은 수입식품 등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 단맛을 낼 때는 설탕 대신 배농축액이나 매실엑기스, 조청 등을 사용하니 구지 설탕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도 좀 더 나은 선택일 듯싶다.
협동조합은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고, 조합의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하다. 조합원이 이용자인 소비협동조합에서의 신뢰는 이용률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안전하고 정직한 물건을 거품 없는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변함없이 협동조합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조합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협동조합은 성공할 수 없다. 협동조합 운영에 있어 잊지 말고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 한살림은? 생태순환원리에 맞는 농업이 지속되게 하고 소비자들이 안전한 농산물로 건강한 삶을 꾸려갈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비영리 생활협동조합이다. 밥상살림 · 농업살림 · 생명살림을 실천하고 있다. 한살림 취지에 동의하는 소비자, 생산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개인 뿐 아니라 법인이나 단체도 가입 가능하다. - 가입방법 : 매장이나 인터넷 (https://shop.hansalim.or.kr)에서 가입할 수 있다. - 출자금 3만원, 가입비 3천원. - 문의 : 1588-3603, 3498-3600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