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 나서면 뭔가 다르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1.10.19. 00:00

수정일 2011.10.19. 00:00

조회 2,426

대한민국 주부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모이면 더욱 그 힘이 커지고 추진력 또한 장난이 아니다. 주부들이 의기투합해 ‘그 무언가’를 벌이는 경우가 요즘들어 크게 늘고 있다. 지역별로 속속 문을 열고 있는 마을기업 중 이들 당찬 주부들이 만든 공간들은 그 열정의 반증이다. 지역의 유휴 공간을 이용하거나 지역의 특산 자원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아이템이 정해지면 실행에 옮겼다. 작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사람들을 고용하고 판매 수익금으로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내놓는다. 마포구 성산2동 마을기업 ‘다들까페’의 출발과 운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택가가 많은 마포구 성산2동 마을기업 다들까페는 동주민센터 지하 1층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내내 ‘카페가 지하공간에 있으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작은 우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 동주민센터 출입구 바로 옆으로 난 오픈형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기대가 가득했다. 입구 계단엔 카페의 상호가 큼직하게 붙어있고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벽면엔 앙증맞은 벽화가 다들까페라는 공간으로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카페 입구에 다다르자 왼편 계단 밑 공간이 눈에 띄었다. 계단 밑이라 죽은 공간일 수 있는데 그곳에 녹색의 파라솔을 펼치고 친환경 원목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했다. 감탄을 하며 들어선 다들까페 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처치 곤란했던 물건들을 넣어 놓았던 지하창고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늑하고 쾌적했다.

“동 주민센터 2층과 3층, 지하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던 중 주민들이 찾아와 담소도 나누고 친목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더욱 좋겠다 싶었죠. 주부와 어르신 등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카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수병 동장의 제안에 수년간 지역과 이웃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봉사활동을 해 온 새마을부녀회원 10여 명이 나섰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 높았던 부녀회원들은 수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고 2층과 3층의 자투리 공간보다는 16평 정도의 지하공간이 카페를 만들기에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하 창고 물건을 대안 공간으로 옮기는 일은 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섰다.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지원사업 공모에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지원금을 받게 됐고, 지원금은 다들까페 인테리어 비용과 두 명의 지역 주민(바리스타)을 고용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로 책정됐다.

부녀회원들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을지로, 남대문, 황학동 공방과 도매상가 등을 수차례 방문해 최대한 저렴하게 테이블과 의자, 그릇, 기계 등 기자재를 구비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 노력 덕에 시중가의 절반 가격에 알뜰하게 기자재들을 준비해 놓을 수 있었다. 윤영자 부녀회원은 소싯적 경험을 살려 회계업무를 처리해냈다. 부녀회원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힘을 보태고 또 보탰다.

카페 운영진(좌), 다들카페 민영기 대표(우)

“지난 7월 13일 문을 열었으니 3개월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처음 한 달은 엄청 힘들었어요. 요식업 교육을 받고 보건증 만들고, 세무서를 찾아가 기타 법인으로 등록하는 등 마을기업으로서 갖춰야 하는 요건과 절차들을 도맡아야 했어요.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일일이 부딪혀 가면서 처리해야 했으니, 아무것도 몰랐던 주부들의 입장에서 참 난감하고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배운 것도 많습니다.”

마을기업 다들까페를 만들며 동분서주하기를 세 달째. 이제 조금 안정궤도에 올랐다는 다들까페 민영기 대표의 말이다. 민 대표와 10명의 새마을부녀회 회원들, 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합심해 만든 다들까페는 성산2동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에 힘입어 순조롭게 수익을 내고 있었다. 첫 달(7월13~30일) 수익은 180만 원, 8월엔 280만 원, 9월엔 170만 원의 수익이 났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홍보 마케팅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컨설팅을 한 번 더 받기 위해 구청에 컨설팅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다들까페는 2명의 고용된 바리스타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운영을 맡고,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부녀회원 10명이 2명씩 팀을 이뤄 자원봉사 형식으로 다들까페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값은 1,500~3,000원이고, 샌드위치와 베이글도 곁들일 수 있어 가벼운 모임 장소로는 적격이었다.

연말엔 성산2동 특성화 사업의 하나인 행복나눔기금(주민들이 1구좌당 2천 원씩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업)에도 일정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또한 다문화 가정을 초대해 유자차를 만들어 보고 자신들이 만든 유자차를 한 병씩 가져가 보는 체험 행사도 계획 중이며, 토요일엔 주민들을 대상으로 커피 기계를 이용해 가정에서 손쉽게 커피를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는 법과 다양한 샌드위치를 만드는 법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다들 모여라, 다들 여기 와서 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다들까페는 주민들이 만든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주민들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아빠, 저 여기있어요~!

#마을기업 #다들까페 #마포구성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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