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구두, 누가 만들었을까?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11.19. 00:00

수정일 2015.11.20. 21:02

조회 3,678

신데렐라가 백설공주보다 아름다운 이유, 유리구두 때문은 아닐까? 그만큼 구두는 패션의 완성을 의미한다. 구두디자인 세계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신진 구두디자이너들과 이들에게 꼭 맞는 유리구두를 선물한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을 이현정 시민기자가 만나봤다.

[서울톡톡] 얼마 전 특별한 디자인공모전이 열렸다. 신진 구두디자이너들과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이 함께하는 '제3회 롯데백화점 서울디자인재단 구두디자인공모전'을 개최한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국내에선 흔치 않은 구두디자인 공모전으로 구두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행사이기도 하다. 공모전을 통해 '꿈의 구두'를 만들어낸 영광의 수상자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꿈의 구두를 신고 꿈을 찾아 떠나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가을/겨울 트렌드를 반영한 실용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디자인이나 스타일만 고려한 작품보다는 실제로 제가 일반 매장에서 사 신을만한 구두를 디자인해보자 했던 거죠. 그러다보니 무난한 색상과 소재 조합은 물론 실용적인 디테일 부분까지 신경 썼습니다. 예를 들어 탈부착 가능한 고리를 사용하여 로프(rope) 디테일을 원할 때마다 탈부착하거나 다른 악세사리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하고, 신고 벗기가 편하게 안쪽에 지퍼를 달았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현대 여성의 이미지를 고려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요즘 여성들에게서 느껴지는 파워풀하고 개성이 강한 여전사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3회 롯데백화점 서울디자인재단 구두디자인공모전 대상을 받은 `워리어 가디스(warrior godess)`

'제3회 롯데백화점 서울디자인재단 구두디자인공모전'에서 롯데백화점대표이사상(대상)을 받은 신예 디자이너 김데보라 씨(20)의 설명이다. 그녀의 수상작, 워리어 가디스(warrior godess)는 당당한 현대 여성의 이미지에 걸맞게 세련되면서도 실용적인 구두였다. 시민선호도, 구두전문가 모두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다.

구두디자이너 김데보라 씨

하지만 정작 김데보라 씨 본인은 대중적인 스타일 보다는 남다른 느낌의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한다.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킨, 구두디자이너 쥬세페자노티와 크리스찬 루부탱을 좋아한다는 김데보라 씨는 지난 10월 이태리 폴리모다(polimoda school) 구두디자인(footwear design)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평소 패션과 미술 쪽에 흥미를 느끼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구두에 보다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닫고 유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학을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이번 구두디자인 공모전에 응모, 당당히 대상(롯데백화점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성수동 수제화 장인과 함께 만든 '꿈의 구두'

이번 구두디자인공모전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주최로 나선 것. 성수동 수제화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접수를 마친 총 550여 개 구두디자인 중 1차로 24개 작품을 선정,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과 팀을 이뤄 실물로 제작한 후, 2차 시민선호도 심사 및 3차 구두 관련 전문가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수상작 디자인 작업 모습(좌), 기쁨제화 장인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는 수상작(우)

"신인인데 작품성도 있고, 디자인 전체적 흐름이 나무랄 데가 없더라고요. 칼라매칭 소재 액세서리가 다 잘 맞아 떨어지는 게, 대중성도 있을 거 같고요."

기쁨제화 실장 장동욱 씨는 처음 김데보라 씨 디자인을 받아든 순간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35년 40년 이상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들 수제화 장인들의 눈에도 김데보라 씨의 디자인은 예사롭지 않았다고 한다.

기쁨제화 한익수 장인(좌)과 장동욱 실장(우),기쁨제화 한익수 장인의 작업 모습습(하단)

김데보라 씨는 기쁨제화와의 작업 과정은 매우 수월했다고 한다. 반면 부자재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구두 제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부자재들이 아니다 보니 동대문 시장을 뒤질 수밖에 없었다. 금속 부자재는 액세서리 상가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로프는 끝끝내 찾지 못해 낙심할 찰라 우연히 커튼 집에서 발견한 것이다. 유학을 앞두고 어학원에 다니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중 몇날 며칠 발품 팔며 노력한 끝에 결국 상까지 받게 되어 더욱 기쁘고 뿌듯했다고 한다.

"신인들은 창작 열기가 강해요. 하지만 저희 같이 오래 작업한 사람들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이런 행사를 통해 저희도 많이 배웁니다."

구두 장인의 손

기쁨제화 장동욱 씨의 얘기처럼 이와 같은 행사는 신진디자이너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도 되지만, 수제화 장인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되는 듯싶다. 하지만 실제 수제화 장인들에게 이와 같은 행사는 자칫하면 시간만 할애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루빨리 이와 같이 대중성 있는 수상작들이 제품화되어 백화점에서 선보이게 되길, 그래서 수제화 장인들에게도 신진디자이너들에게도 보다 좋은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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