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이 선택한 특별한 구두는?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11.13. 00:00

수정일 2013.11.13. 00:00

조회 6,954

[서울톡톡] 얼마 전 특별한 디자인공모전이 열렸다. 신진 구두디자이너들과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이 함께하는 '제3회 롯데백화점 서울디자인재단 구두디자인공모전'을 개최한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국내에선 흔치 않은 구두디자인 공모전으로 구두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행사이기도 하다. 신진디자이너들의 꿈이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의 기술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구두디자인공모전, 그 수상자들을 만나보았다.

시민들이 직접 선택한 구두라 더 특별해요

지난 여름, 광화문광장, 홍대 걷고싶은거리, 롯데백화점 명동점에서는 이색적인 공개 투표가 진행되었다. '제3회 롯데백화점 서울디자인재단 구두디자인공모전'에 응모한 총 550여 디자인작품 중 1차 예선을 통과한 24개 작품에 대한 시민선호도 투표가 진행된 것. 예선을 통과한 구두디자인은 성수동 수제화 장인의 손을 거쳐 실물로 제작, 시민들이 직접 보고 맘에 드는 구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민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구두는 서울시장상 수상작인 '미스테리우스 로맨틱 펌프스'. 신비스런 푸른 색감에 우아한 장식이 돋보이는 구두를 만든 이는 신진디자이너 전한나 씨와 4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구두제작자 실비제화 구두 장인들이다.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이종천, 전한나 씨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게 개최하는 가장 큰 구두디자인 공모전이라 처음 참가하게 되었는데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투표하는 날, 살짝 가서 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솔직히 좀 많이 놀랐어요. 어떤 시민분이 '저 파란색 구두 예쁘다!' 그러시는데, 정말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더라고요."

전한나 씨는 1차 예선만 통과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품한 터라, 생각지 못했던 시민들 호응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한다. 실비제화 이종천 씨 또한, 시민들 호응을 처음 접해봐서 무척 기쁘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신진 디자이너의 열정과 수제화 장인의 섬세함으로 완성된 특별한 구두

"옷은 내 몸에 조금 안 맞아도 어떻게든 입을 수 있지만, 구두는 불편하면 신지 않게 되거든요. 몸에 더 가깝고 정교하다 생각해요. 연구하고 공부할 것이 더 많죠."

전한나 씨는 국민대학교 대학원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재원이다. 논문 주제를 구두 쪽으로 정해 공부하던 중, 구두에 매력을 느껴 구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정말 잘 만났어요. 제 의견부터 먼저 물어봐 주셔서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고, 의견도 잘 조율할 수 있었어요."

전한나 씨는 실비제화 이종천 씨와 한 조가 되었기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오랜 연륜을 가진 수제화 장인들은 쌓아온 노하우만큼 고집도 만만찮다. 하지만 이종천 씨는 신진 디자이너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실현하려는 도전정신이 남다른 장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비제화에는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자신만의 패션쇼 무대 등에서 선보일 구두를 제작하기 위해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미스테리우스 로맨틱 펌프스` 1차 디자인 일러스트 드로잉(상), 출품작(하)

이번 공모전 출품작을 만들 때도 이종천 씨의 이러한 도전정신은 빛을 발했다. 전한나 씨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연결된 굽을 표현해내는 게 관건이었다.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굽형태라 새로운 방식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성수동 인근 자재집과 공장을 몇날 며칠 뒤져도 비슷한 느낌의 굽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42년 베테랑 장인 이종천 씨가 이음선을 넣지 않고 가죽으로 싸서 연결해 만들어냈다.

"몇 번 하시다가 안 되면 차선책을 찾자고 그랬을 텐데, 그걸 끝까지 해서 해놓으셨더라고요. 정말 디자인과 똑같이 나온 거예요. 최소한의 절개로 예쁘게 모양 잡아주시려고 연구를 많이 하셨어요."

인터뷰 내내 전한나 씨의 말에서 이종천 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구두 디자이너와 그 꿈을 응원하는 수제화 장인

전한나 씨는 실비제화에서 구두를 제작하는 보름여 동안 매일같이 성수동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좀 더 나은 부자재를 찾기 위해 성수동 자재 가게와 공장들을 며칠이고 뒤졌다. 화려한 듯 우아한 블루 계열의 누벅 소재도 모든 자재상을 뒤져 가까스로 구한 것이라 한다.

"40년 이상 이 바닥에 있었는데, 우리도 사람 딱 보면 알거든요. 감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열정이 대단해요. 구두 만드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정말 열정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죠."

실비제화 식구들의 전한나 씨에 대한 칭찬이 끊일 줄 모른다. 서로에게 감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서 남다른 정이 느껴졌다.

구두디자이너 전한나 씨

"절 필요로 하는, 제 능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입사해서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현재 전한나 씨는 구두디자이너로 취업하기 위해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알음알음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구두업계 특성상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성수동 수제화 장인 이종천 씨

"저희 기술은 은퇴라는 게 없어요. 70세가 되고 80이 되도 항상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나 배우는 과정이 오래 걸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뛰어들지 않아요. 적어도 4~5년 이상은 해야 웬만한 구두를 만들 수 있게 되는데, 그 기간에는 벌이가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수준이다 보니 견디며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죠."

성수근린공원 옆 실비제화

성수동 수제화 장인 이종천 씨의 얘기를 듣자니, 언제 맥이 끊길지 모르는 수제화 업계의 현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과 함께하는 '롯데백화점 서울디자인재단 구두디자인공모전'이 신진디자이너 양성에도, 성수동 수제화 산업의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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