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산에 빠진 미국인 청년
발행일 2011.11.17.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빌리! 빌리 맞죠?" 이제는 주말에 등반을 가면 어디든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어 당황스럽기도, 쑥스럽기도 하다는 미국 청년 윌리엄 스튜어트. 빌리는 윌리엄의 애칭이다.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대도시이면서도 어느 곳에서든 쉬이 산을 볼 수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 와 서울에 살게 되면서 이런 서울과 한국의 산의 매력에 빠져든 그를 만나 조금은 특별한 서울 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어떻게 해서 서울에 오게 되었나?
▲시카고에 살 때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 때문에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이 생겼고, 그들의 삶을 직접 보고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7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한 달 여행을 왔고, 그 이후 2008년 가을에 다시 와서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다. 현재 국제학교에서 스페인어와 테크놀로지를 가르치고 있다.
-암벽 등반을 즐긴다고 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내게 등반은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다. 암벽 등반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서울에 오기 직전 시카고에서였다. 친구가 집 차고에 인공암벽을 설치하는 것을 도운 게 계기가 됐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서울에 와서다.
-한국인들도 흔히 접하는 취미는 아닌만큼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운동 삼아 실내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그때 살던 수유동에 정승권 등산학교라는 곳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정승권 선생님은 처음 찾아온 내게 친절하게도 자신의 에베레스트 등반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등반하자고 권해주셨다. 열정적인 등반가들이 모인 그 실내 암벽 등반장을 다니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게 되었다.
그렇게 실내에서만 연습하다가 처음으로 속리산을 가게 되었는데 실제 산을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고 우박도 떨어지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운해가 깔린 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그 이후로 정식으로 등산학교의 수업을 들으며 등반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서울에서 등반하기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북한산 국립공원의 인수봉과 선인봉을 주로 찾는다. 가깝고 매력이 있다. 연습할 때 찾는 곳으로는 당고개 외벽이나 수유리 강북청소년수련관이다. 뚝섬 인공 암벽장은 한강이 옆에 있어 좋아하는 곳이다. 서울 외에는 강원도를 자주 찾는다.
-서울에서 즐기는 등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어떤 게 있나.
▲서울을 비롯해 한국은 어디든지 산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것이 매력이다. 고향인 시카고에서는 3시간은 운전해 가야 등반할만한 산이 나오는데 서울은 지하철만 타면 금방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멀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북한산 국립공원 같은 경우, 주말에 당일로도 쉽게 등반을 다녀올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좋다. 저번에는 일찍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등반을 도와주겠다고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접근성이 좋다는 것 때문에 그만큼 문제도 생기는 것 같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온전히 도심을 벗어나 평온함을 찾는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다가 쓰레기까지 버리고 오는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는 충격이 컸다.
-미국과 한국의 등반 문화는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산에서 하는 전통적인 암벽 등반보다는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체육관이 많다. 스포츠 클라이밍이라 그런지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산에서 등반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올라가고, 정말로 산이 좋아 즐기는 분위기다. 미국이 기술과 경쟁에 더 중점을 맞춘다면 여기는 친목, 협동의 느낌이 강하다. 아,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간단한 등산을 할 때도 전문 아웃도어 옷과 등산용품을 잘 갖추는 것이 흥미로웠다.
-현재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어 큰 어려움이 없지만 처음에는 많은 것들이 힘들었을 것 같다. 외국인으로서 등반하는 것은 어떤지?
▲사실 몇 년 동안 등반을 다니면서 외국인은 많이 보지 못했다. 물론 외국인들은 스포츠 클라이밍을 주로 하니 산에서 보기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언어적인 문제도 많을 것이다. 단순히 의사소통 문제가 아니라 암벽 등반 같은 경우는 그 산의 정확한 등반 루트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외국어로 된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어 언어를 모르면 시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산에 대한 정보도 외국어로 된 것이 많지는 않아 아쉽다.
-등반이 서울 생활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등반 이상이다. 내가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들,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지금의 일상은 암벽 등반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지 않는가. 나는 등반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울려 생활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산지 꽤 되었는데 서울에 대한 생각은? 혹 개선해야 될 점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는지?
▲글로벌 서울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태도나 인식이 글로벌하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서울같이 큰 도시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못 알아듣겠거니 하고 수군거리는 것을 보면 좀... 시카고에서 와서 그런지 서울의 첫 인상도 시카고처럼 '대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 살아보니 서울은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치안도 좋아 살기 편하다. 어딜 가나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 그것도 편한 점이다. 서울은 나에게 또 다른 고향처럼 친근하다. 그만큼 애착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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