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의 마법에서 탈출할 열쇠는?
발행일 2010.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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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벗고 창의교육전문가로 하자센터를 설립하고 십 년 동안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교육개혁을 실천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하자센터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는 ‘자기주도학습’과 직접 해나가면서 하나씩 익혀가는 ‘체험과 경험에 의한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의 자발적 활동과 활기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을 만큼 1990년대 후반 탈 학교아이들의 에너지는 강렬했습니다. 대안학교들도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조만간 그 같은 분위기를 타고 제도권의 기존 학교들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마저 가능했던 분위기였지요. 하지만 지금 2000년대 후반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의욕 없는 사회를 닮아 있습니다. IMF외환위기 이후 벤처 거품이 꺼지고, ‘열심히 해도 안되더라’ 같은 마인드가 사회 전체에 팽배해지면서 이런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주눅들고 기죽은 아이들이 가득하지요. 심지어 대안학교 아이들조차 제도권 아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생기가 없어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욕적이던 대안학교 아이들마저 변한 이 시대가 어려운 순간이 아닌가 싶네요.
- 청소년 대안학교이자 문화공동체로서 하자센터의 성공에 대한 국내외의 칭송이 자자한데요. 학자에서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의 근간은 무엇인가요?
하자센터의 성공포인트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 곳은 스스로 문제를 파악해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답을 찾기 전에 제대로 된 질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요. 이처럼 질문을 만들 수 있는 힘, 이것이 바로 하자센터의 장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우리가 잘하고 있나?’를 질문하곤 합니다. 당면한 문제의 내용에 대한 수준과 질에 관해 토론이 가능한 민주적인 소통능력을 지녔기에, 서로 의논해서 창의적 지혜를 모을 수 있고 공동지식과 아이디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하자센터의 성공의 밑거름이 아닌가 싶군요.
- 하자센터가 성공적으로 인큐베이팅 해낸 사회적 기업들을 소개해주시지요.
하자센터는 단순한 스튜디오나 프로젝트 팀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키워내고 프로그램을 기획해내는 창의적 허브(HUB)라고 할 수 있지요. 이미 [노리단], [오가니제이션 요리], [리블랭크], [트래블러스맵] 등의 사회적 기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재 자기주도적 독서와 자기주도적 삶의 대안과 해법을 찾도록 돕는 이야기예술공동체 [이야기꾼의 책공연], 음악의 힘을 통해 자연스러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중음악교육 예비사회적 기업 [유유자적살롱] 등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인큐베이팅 해내고 있습니다.
- 하자센터의 활동이 청소년 창의 교육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지만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준 만큼, 학교 내 제도권 청소년들에게는 그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는 제도권 학생들도 창의재량활동시간에 하자센터의 창의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실현할 예정이신가요?
현재 하자센터는 성공의 기쁨에 취하기 앞서 청소년대안교육의 장이자 직업체험센터로서 지난 성과를 돌아볼 시점이라고 봅니다. 하자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일직업체험프로젝트 같은 컨텐츠를 어떻게 기존학교와 접목할 것인가의 문제가 관건이지요. 이미 2008~2009년 찾아가는 직업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2011년부터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연장으로 하자를 찾는 학교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학교 아이들에게 직업 체험을 비롯한 여러 창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면에서 점진적으로 발전가능성은 있지만, 입시 제도가 여전히 그대로이고 교육을 행하는 사람이 그대로인 학교의 상황에 하자센터의 컨텐츠만 들여놓는다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끌어내서 삶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수십 년째 대학교에 몸담고 계시기에 장기청년실업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잘 놀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청년들의 열망이 단순한 실험이 아닌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대학에 몸담고 있다 보니 ‘스펙을 얼마나 높이 쌓아야 신의 직장에 입문할 수 있나?’라는 스펙의 마법에 걸린 청년들을 자주 봅니다. 그들은 ‘한눈팔면 큰일난다’, ‘딴짓하면 안된다'라는 마인드로 시간관리를 하며 스펙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은 쓸데없는 바보스러운 짓이며, 기피해야 할 삽질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입니다. 창의적인 인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회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 돈에 구애 받지 않는 비물질 노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제 청년들은 각자의 방에서 걸어 나와 함께 모여 자기가 하고 싶은 비물질 노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회의 터전을 마련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확실하지 않은 길을 ‘가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쟁적 인간으로 자라왔기에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 또는 청년들에게 특별히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이 사회는 그대들이 살아갈 세상입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들의 활동공간을 확보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재미나게 놀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고 특히 함께 놀면서 공생의 즐거움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으며, 사회와 더불어 상생하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성사시켜 가기를 바랍니다. 그런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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