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가구에 생명을 불어넣다
발행일 2011.01.24. 00:00
지난 1월18일 오후에 찾아간 사회적 기업은 버려진 가구를 수리하여 해체 후 주문에 따라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 내는 ‘착한기업’ 문화로놀이짱(www.norizzang.org, 1/4 House 대표 안연정)이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서문 앞 주차장 내에 위치한 회사 앞 빈 공터에는 수거해온 버려진 가구들이 널려 있다. 회사 브랜드 마크인 ‘1/4 House’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4분의1 하우스는 네 집에서 버려지는 가구를 모으면 한 집을 꾸밀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의 안 대표는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후 홍대 앞에서 문화예술기획단체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홍대앞 카페와 음식점에서 버리는 엄청난 양의 가구들 중 재활용되는 건 불과 3%밖에 안 되고 대부분 매립이나 소각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버려지는 가구를 손 봐 다시 쓸 수 있게 하자며 뜻을 모았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는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해 문화예술가들이 창업 공간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해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 대표(34세)는“저희는 재정 자립도가 다른 회사보다 높은 80% 이상 된다”고 자랑하면서 “현재 구성원은 가구제작전문가 4명, 시각디자인 2명, 창고관리 3명, 기획업무 3명으로 모두 12명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09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고 토ㆍ일요일도 없이 저녁 8~9시 경에 퇴근하다보니 아직 결혼도 못했다"며 웃었다.
하루 종일 수거계획 점검, 사업제안서 작성, 사업계획서 작성, 홍보계획, 고객 상담 등 회사 전반적인 업무를 챙기고 바쁠 때는 제작업무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특히 요즈음은 언론사 인터뷰가 많아 리포터도 1주일 전에 인터뷰 예약을 해야만 했었다.
버려진 가구도 사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구분 하는데 일반인들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10년 전부터 나오는 가구에는 본드나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간 ‘파티클 보드(PB)’나 ‘엠디에프(M.D.F)’ 재질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환경에 유해하고 재활용도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전에 사진을 찍어 확인한 후 사용 가능분만 수거한다. 올해부터는 마포구와 협조해 스티커를 붙인 가구를 우선 수거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고 한다.
현재 활동 영역은 주로 마포구 일대.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올해 하반기 경 ‘문화로놀이짱’ 2호점도 개설할 예정이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가지고 맨 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초기에는 ‘장비와 넓은 장소’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서울시 창작공간 옥상에 작업장을 두었으나, 가구를 만들어 팔기 위한 작업장이나 공공 목재 창고를 만들기에는 자리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을 했지만 이곳 역시 임시 건물이어서 언제 비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경쟁 업체가 생긴다는 건 넓게 보면 자원 재활용와 환경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경쟁업체가 많이 생기는 걸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쟁 업체가 생기면 자기의 몫이 줄어들므로 싫어하기 마련인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되었다. “돈 보다 환경이 좋아지고 사회가 이롭게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안 대표의 마음가짐이다.
공장장 하영호(45)씨는 춥고 나무가루 날리는 작업실에서 열심히 기계를 돌리고 있다. 영국 첼시대학원에서 뉴미디어를 전공하고 2004년 귀국, 망원동에서 공공미술의 옷을 입히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감독했던 엘리트다. 사업 가능성을 믿고 2009년부터 함께 일했다고 한다. “미술작가는 주로 자기 사업을 많이 하는데 사회적 기업은 자기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 추구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은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아직 자생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지만 반드시 경제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2009년 2월 20일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준 메시지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Do what you love).' 추운 공방에서 버려지는 가구를 재활용, 생명을 불어넣어 새롭게 탄생시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문화로놀이짱’ 식구들의 행복지수는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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