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 행정에 반하다
"전공이 행정학이다 보니 자연스레 서울시의 시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다가 천상오를 알게 됐고 길을 가면서 불편했던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올리기 시작했죠."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는 라병훈(23) 씨는 애초에 서울시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다. 하지만 단순히 행정학도여서가 아니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그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매일 접속하면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이제 오랜 습관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다. 물론 그런 소망은 천상오와 조우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시작했다.
"120 다산콜센터는 꽤 유용하지만, 외국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서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에 서울창의상 장려상을 받은 아이디어는 여기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 제안은 현재 정책에 반영돼 공항에서 외국인들에게 다산120을 소개하는 홍보물을 비치하고 나눠주는 등의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다.
"제 경우 아이디어는 주변 일상생활을 관찰하면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뉴스, 다큐, 신문, 책 등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살피면서 즐거운 상상이 시작되는 거죠." 라병훈 씨는 학생이라서 경험도 적고, 접할 수 있는 부분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각종 대중매체나 책들을 관심 있게 보는 편이고, 이런 것들이 아이디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걸 불편해할까를 생각하다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고. "아이디어는 '필요'라기보다는 '불편'에서 시작해요. 불편한 것을 개선하려고 하다 보면,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것이죠."
천상오에서 만난 기분 좋은 사람들
"하지만 제가 좀 더 열심히 천상오에 참여하게 된 것은 오프라인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딱딱한 회의가 아니라 자유롭고 존중받는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거기에서 만난 공무원 분들도 무척이나 친절해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상상실현회의에 처음 참가한 때를 잊지 못한다. 책상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스포츠를 보는 듯이 아이디어들이 경합을 벌였고, 그것들이 참가한 패널들에 의해서 점수가 매겨졌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는 한동안 이 기억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그리고 매일 아이디어를 올리면서 다시 실현회의에 참석하기를 바랬죠. 물론 쉽지는 않았어요. 최종 심사에 올랐던, 자전거를 쉽게 빌리고 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는 이미 실행준비 중이라서 탈락됐고, 그밖에도 많은 아이디어들도 실행중이거나, 준비 중이어서 선택되지 못했죠." 라병훈 씨는 다시 한번 회의에 참석하고자 매일 하나의 아이디어를 올렸다. 그러나 그건 처음만큼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올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재작년 서울창의상 우수상에 이어, 올해는 장려상을 받게 됐다. 천상오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천상오는 공무원들과 일반시민들의 아이디어들이 경쟁하는 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들이 올라오고, 그것들에 대해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죠. 이곳에 와보면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공무원들이 관료주의에 물든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라병훈 씨가 천상오를 자주 찾는 이유는 그곳이 아이디어의 격전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하고, 거기에서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생겨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무척이나 가슴 뿌듯한 광경이다. 행정학을 공부하는 라병훈 씨에게는 더욱 그렇다. (참고로 지난 2009년 2월에는 코넬대, 조지아대, 뉴욕주립대, 워싱턴대 등 14개 미국 행정대학원 교수진이 서울을 방문해 천만상상 오아시스 실현회의에 참석했고, 서울시의 창의시정 현장과 성과를 직접 살펴본 뒤 MPA(행정학 석사) 과정에 ‘서울시정 : 케이스 스터디’ 교과목을 개설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했다고 누구도 실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승자가 되는 게임과 같은 것이다. 일단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고, 더욱이 채택되어 시정에 반영되면 당연히 자기만족이 커서 좋다. "그런데 많은 제안을 하면서 느낀 것은 복잡하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선택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일상생활에 닿아있으면서도 실행하기 쉽고, 그 혜택을 많은 사람이 누리는 것이라면 쉽게 선택되는 것 같아요." 라병훈 씨가 오랫동안 아이디어를 제출하다보니 발견한 일정한 패턴이다. 우선은 많은 예산이 들어가면 선택될 확률이 낮아진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동떨어진 내용이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더욱 채택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물론 반드시 채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기본적인 방법들을 알면 효과적인 제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자랑스러운 아들, 멋진 남자친구가 되다
"무엇보다도 좋은 건 어머니가 회의에 참석하는 아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신다는 거예요. 시청 가서 회의에 참석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대단하게 보이나 봅니다. 주변에 우리 아들이 시청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고 말씀하시곤 하죠. 창피하니 그만 하시라고 해두요.(웃음)"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편으로는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고 인정해주는 서울시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앞으로 계획은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시 창의담당관에서 일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웃음).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야겠죠." 라병훈 씨는 앞으로 서울시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서울시 창의담당관에서 일을 하고 싶다. 그건 전공 때문이기도 하지만, 즐거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의미 있는 작업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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