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한중 연애관계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07.08. 00:00

수정일 2014.07.08. 00:00

조회 1,172

결혼을 앞둔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 (사진 뉴시스)

[서울톡톡]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한국을 단독 방문했다. 한 국가만을 단독으로 찾은 것은 시진핑의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을 중시한다는 뜻이고, 역대 최고조에 달한 한중 밀월관계의 흐름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겠다.

함께 방한한 펑리위안 여사의 활동도 크게 화제가 됐다. 창덕궁에 간 그녀는 마치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별에서 온 그대를 찾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하는가 하면, '시 주석이 젊었을 때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과 똑같았었다'는 말을 하기도 해 한중 양국의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시진핑 주석도 서울대 강연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했다.

한류가 이제 외교의 장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평리위안 여사는 딸도 한류 드라마를 즐긴다고 하면서 한류 팬 집안임을 과시했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도 열혈 한류팬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을 둘러싼 중일 양국 지도자의 부인들이 모두 한류 드라마를 보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시진핑 부부의 방한 이후 국내 지도층이 뒤늦게 <별에서 온 그대>를 찾아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론 타국과의 외교를 위해서라도 한류 드라마를 챙겨봐야 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의 결혼 발표가 나와 한중 양국의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었다. 탕웨이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안 감독의 <색, 계>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중국 여배우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여배우이기도 하다. 외국 배우론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여주주연상을 받기도 하고, 안성기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의 사회를 보기도 했다. 지난 2009년에 국내 김태용 감독의 <만추>에 현빈과 함께 출연했었는데 그 인연으로 감독과 결혼에까지 이른 것이다.

또다른 한중커플도 화제가 됐다. 채림과 중국 배우 가오쯔치의 결혼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가오쯔치가 베이징 시내에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한국어로 불러주며 무릎 꿇고 청혼했다고 해서 화제다. 〈아이 빌리브>는 전지현을 한류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제가였다. 자국의 대표적인 여배우가 한국 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실의에 빠져있던 중국 네티즌은, '탕웨이를 주고 채림을 받았다'며 위안 삼았다고 한다.

이런 것들도 모두 사상 최고조에 달한 한중 '밀월관계'와 무관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한국과 한류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입장인데, 이런 당국의 태도는 중국의 대중정서나 대중문화계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인과의 로맨스도 더욱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여배우 탕웨이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한국 감독과 결혼한 사건에선, 한국 남성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1990년대였다면 공리 같은 중국의 세계적인 여배우가 한국 감독과 결혼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그 배후에 한류가 있다.

한류가 한국 남자들에게 후광효과를 형성해, 말하자면 한국 남자들을 '도민준'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한국 남자와의 로맨스를 아주 낭만적인 꿈처럼 여기게 만들고 있다. 원래 중국에서 한국 남자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었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한류 때문에 한국 남자가 멋있고 로맨틱한 사람이 돼간다.

채림의 결혼에선 높아진 중국 남자의 위상을 알 수 있다. 과거 1990년대만 해도 한국 여자들에게 중국 남자는 절대로 이상적인 결혼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자 중국 남자의 위상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한류와 중국의 성장 때문에 한중 양국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과 필요가 커져가며 밀월관계로 돌입한 것이다. 거기에 중국 지도층까지 한류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탕웨이 결혼은 본격적인 한중 연애교류 시대의 서막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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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탕웨이 #김태용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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