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는 서울이나 간사이나 비슷합니다
admin
발행일 2010.02.24. 00:00
- 서울에는 언제 왔고 어떤 계기가 있었나? 올해로 57살이 되었는데 그 중 서울생활이 만 12년이나 된다. 여동생이 신촌에서 일본음식점을 했었는데 좀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서울에 오게 되었다. 나는 건축업자였지만 소싯적에 조리사와 제면기(製麵機) 운용 기능사 자격을 땄을 만큼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 12년간 어떤 일들을 했나? 첫 3년은 식당 일을 도왔지만 돌연 여동생이 전업주부를 원해서 내가 모든 것을 떠맡았다. 그럭저럭 음식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라멘이나 우동에 대한 수요가 차차 늘어나자 작은 가게 하나로는 무리였다. 그래서 식당을 접고 일본면을 만들게 됐다. 여러 라멘가게, 우동가게에 면을 판매하고 있다. - 서울의 매력은 한마디로 무엇인가? 서울의 매력은 서울 사람들이다. 내 한국어 실력은 3살짜리보다도 못하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쭉 살았지만 주방이나 면공장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거의 못하는데도 이렇게까지 사업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겠나? 함께 하던 사람들이 툭 하면 떠나버렸다든가 나를 속였다든가 하면 1년도 못 있었을 것이다. 서울 사람들 때문에 서울에 빠져들게 됐다. - 이지리 사장께서 생각하는 서울 사람의 특징은 무엇이며 일본 사람과의 차이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특징이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본 사람과 너무 비슷했다. 한 집안 식구끼리도 조금씩 기질이 다르고 개성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 않나.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듯하다. 그래서 형제 같은 이미지다. - 일본의 어디에서 살았고 서울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나는 와카야마(和歌山)현 출신이다. 일본의 간사이(關西)지방에 속한다. 오사카를 위시한 간사이 사람들의 기질은 서울 사람들과 너무도 비슷하다. 서울처럼 ‘빨리빨리’가 강조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에는 말 그대로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일본의 다른 곳들과 달리 자잘한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괜찮아~ 괜찮아~’가 먹혀든다는 점에서 역시 닮았다. - 일본에서 친구가 서울에 온다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를 꼽는다면?
경복궁, 창덕궁, 인사동,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N서울타워, 63빌딩……. 그런데 내가 데리고 가고 싶은 곳에 그들을 데려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 한류의 영향으로 관광명소를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나는 모르는데 어디가 최지우나 이병헌의 촬영장소라는 둥, 어디서 쇼핑을 해야 한다는 둥 모든 것을 알고 오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권해주고 싶은 음식은 혹시 없나? 감자탕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일본에서는 돼지뼈에 붙어 있는 고기까지 먹지는 않는다. 그게 정말 맛있다는 것을 일본 사람들은 모른다. 또한 시래기도 그렇다. 일본에서는 버리는 부분인데 여기서는 그것을 말려서 비타민이 풍부한 식재료로 재탄생시켰다. 일본 사람 시각에서는 버리는 것들을 가지고 최고로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영양 많은 음식을 만든다는 점이 특별하다. 용산, 강서, 송파 등지의 여러 맛집들은 서울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 음식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서울의 명동칼국수와 일본의 라멘을 비교한다면? 갑자기 명동칼국수가 먹고 싶어진다. (웃음) 우선 양쪽 모두 면에 대한 감각이나 열의는 같다고 본다. 다만 명동칼국수 같은 한국의 면은 건어물로 국물을 낸다는 점에서 돼지고기 국물을 내는 일본의 라멘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라멘이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본다. - 12년을 살았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도 위치한 서울이라지만, 혹시 서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때는 없었나? 서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이유가 없다. 일본에 두 딸이 있지만 모두 시집 갔다. 반면 서울에는 여동생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고향 친구들도 서울로 자주 놀러온다. 라멘과 같은 일본의 식문화를 알리는 것이 즐겁고 한국의 식문화를 알아가는 것도 즐겁다. - 보다 글로벌화된 서울을 위해서 자신만의 의견을 한 가지 말해준다면? 서울이 다른 도시를 롤모델로 삼아서 배우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을 흉내 내는 글로벌화도 옳지만 서울의 것을 스탠다드로 만들어서 그것을 가르쳐주고 따라오게 하는 것도 글로벌화일 것이다. 물론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연결고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향해서 서울을 그리고 한국을 알렸으면 한다. 서울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시민기자/박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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