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찍어주는 사진사

admin

발행일 2010.09.03. 00:00

수정일 2010.09.03. 00:00

조회 2,738

옷장사만 30년.
학교를 졸업하고 백화점 판매직을 시작으로 옷가게를 운영하기까지 평생 장사만 하고 살았기 때문에 사람 대하는 일이라면 ‘선수급’이라는 소리도 제법 듣고 산다. 그렇게 살아서인지 남편과 사별하고 딸네와 합치면서 적적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궁리를 해봤지만 도통 다시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궁리 끝에 시작한 것이 바로 사진동아리 활동. 남들은 그 나이에 주책이라고 퉁박도 주고 그저 잠깐 하다 말겠지 하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그게 아주 재미가 있었다.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카메라처럼 사진 찍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 마음대로 어느 곳이든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세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취미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게 취미생활은 취미생활대로 하면서 낮에는 교통서포터즈로 활약했다. 고령자들이 불법 주정차단속 보조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였는데 업무가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나름대로 보람도 있어 꾸준히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격년으로 기회를 준다는 것이 아닌가.

아쉬워 서성이던 내게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들어가 이런저런 상황들을 설명하는데 갑자기 상담사 선생님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어르신께서 사진을 찍으세요?”
“아니, 나이 들면 사진도 못 찍을까봐요? 이 할머니가 그래도 사진동아리 회원이유. 실력도 제법 된다는 말 많이 듣는데…. 내 언제 카메라 들고 나와서 선생님 몇 장 찍어줄게.”

나이 많다고 무시하나 내심 서운하게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예비사회적 기업에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라고 있는데 거기서 사진 작가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왜 나이가 들면 더 성급해지는지…. 상담사에게 미안한 마음과,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에 다급해졌다.
“아유~ 선생님.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행복을 찍어주는 사진사. 나는 그런 마음으 로 잘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좀 안 될까?”

이 애교와 적극성을 그대로 면접장에서도 재연해 드디어 취업성공! 꽃피는 새봄과 함께 시작한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내 인생의 봄날로 장식되고 있다. 나의 주요 업무는 판매용 꽃바구니를 촬영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꽃과 함께 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찍기를 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남은 시간에는 꽃바구니 만드는 일도 거들어주는데 동료들과 수다 떨며 작업하는 시간도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집과 멀지 않아 좋고 월급도 기대했던 것보다 많아 늘 콧노래를 달고 사니 딸아이가 다 부러워한다.

이**(여, 64세)

◈일자리플러스센터 : 1588-9142 / 홈페이지 : job.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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