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admin
발행일 2010.08.25. 00:00
"잘 해서 주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급하게 내서 부족한 게 많죠. 특히 제가 출품한 의자는 일반 의자랑 많이 비슷하거든요. 창의적인 게 부족했고, 유니버설 디자인 컨셉에도 안 맞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성을 못 맞췄죠." 동대부중 3학년인 임재홍 군은 '2010 벤치ㆍ의자 디자인 공모전' 특별상을 받고도 별로 웃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채워가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 속이 복잡한 것 같았다. 중1 때 길을 가다가 멋진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저런 차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던 임군은 2008년 제1회 때부터 디자인올림픽(디자인한마당은 1, 2회까지는 이 이름이었다)을 꼬박꼬박 챙겨봤다. 그러다가 2009년, '벤치ㆍ의자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전시 코너에 멈춰섰다. "서울시에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죠. 이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을 구하고 싶었거든요. 바쁜 분들이니 이메일은 많이 받으실 거고 차라리 눈에 띄게 직접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임군은 이후 담당부서로부터 5권의 디자인 서적을 받았고,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만나지는 않았지만 프로 디자이너와의 만남도 주선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계속 편지를 보냈고 진로에 관해 상담을 청했다. 그렇게 해서 '2010 벤치ㆍ의자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한 ‘앉는 여유’라는 작품이 완성됐다. 이례적으로 심사위원장 특별상을 선정하게 된 경위에 대해 올해 작품들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열정과 창의력이 돋보였어요. 어린 친구라 아직 미숙하지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심사위원들과 상의하여 결정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모전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공편의 시설물이 디자인 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임재홍 학생처럼 시민들의 꿈도 함께 디자인 할 수 있는 뜻 깊은 공모전이었습니다”라고 심사소감을 정리했다. 지난 8월 19일, 서울시가 시민과 함께 공공편의 시설물인 벤치 및 의자 디자인을 개선하고자 실시한 ‘2010 벤치ㆍ의자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87점을 발표했다. ‘유니버설’과 ‘그린’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공모전에는 총 430점이 접수되었다. ‘유니버설’ 부문에는 윤학남ㆍ조현진의 ‘한강벤치’와 김태민ㆍ박현우의 ‘압정벤치의자’ 2개 작품이, ‘그린’ 부문에서는 서두원ㆍ정지훈의 ‘Tube’와 전다혜의 ’Eco Bench’의 2개 작품이 금상으로 각각 선정되었다. ‘한강벤치’는 레일 양 끝의 높이를 다르게 하여 어른과 아이 모두 편하고 쉽게 앉을 수 있게 디자인했고, ‘Eco Bench'는 버려지는 나무 부산물을 이용하여 벤치를 만들었다. 그밖의 수상작들도 하나같이 깊은 사고와 세심한 배려가 가미된 디자인을 보여줬다. 서울시는 올해에도 이들 수상작 가운데 선별과정을 거쳐 실물로 제작한 작품들을 ‘서울디자인한마당 2010’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직접 앉아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전시 후에는 시민들이 쉽게 접하며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 이전ㆍ설치하여 지속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이루고, 친환경, 유니버설을 실현하는 디자인 서울을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참여한 공모전 작품들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올해 서울디자인한마당의 슬로건을 가장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게 아닐까. "디자인이란 그림도 잘 그려야 하지만 역시 창의력이죠. 모든 디자이너들이 인터뷰에서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창의성은 딱히 타고 난 게 없는 것 같아요. 생각이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창의성이 더 낫다 할 수 없죠. 사람들은 모두 창의성이 있고, 그 사람의 생각이 조금 이상해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재홍 군이 전하는 말이다. 디자인한마당에서 뛰놀고 즐겼던 아이들은 이렇게 미래의 디자이너로 성장해간다.
하이서울뉴스/조미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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